“바이러스 걸린 동물들의 살처분 사실 반대하기 어렵죠. 그런데 예방적 살처분이라고 해서 걸리지 않은 동물들까지 다 죽이는 건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CARE) 대표가 지난 2014년 전국적 조류 인플루엔자(AI) 유행으로 280여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 됐을 때 2월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했던 말이다.

박 대표는 병에 걸린 동물에 대해서도 법과 정부에서 정한 매뉴얼에 따른 인도적 방식의 살처분을 해야 하고, 불가피한 경우라도 건강한 동물까지 죽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아울러 그동안 “최소한 구조한 동물이 입양을 못 가고 있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케어 내부 직원들의 고발로 현재 드러난 것만 해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케어 보호소에 있던 250마리가 안락사 됐다. 대부분의 안락사는 건강하고 문제가 없는 동물이어도 ‘보호소 공간 확보’를 위해 이뤄졌다는 게 케어 직원들의 증언이다.

지난해 7월6일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왼쪽)가 케어 홍보대사인 배우 김효진씨(오른쪽)와 함께 경기도 남양주 개 농장에서 개를 구조하는 모습. 사진=케어 홈페이지
지난해 7월6일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왼쪽)가 케어 홍보대사인 배우 김효진씨(오른쪽)와 함께 경기도 남양주 개 농장에서 개를 구조하는 모습. 사진=케어 홈페이지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 연대’는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케어는 2011년 이후 ‘안락사 없는 보호소(No Kill Shelter)’를 표방해 왔으나 모두 거짓임이 이번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며 “안락사에 대한 의사결정은 박소연 대표, 동물관리국 일부 관리자 사이에서만 이뤄졌고, 연이은 무리한 구조, 업무 분화로 케어 직원들은 안락사에 대한 정보로부터 차단돼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 대표가 11일 직접 작성한 입장문에서 말하는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은 동물들도 안락사가 됐다”면서 “케어는 안락사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의사결정권자의 임의적 판단에 따라 안락사가 진행돼 왔다”고 비판했다.

앞서 박 대표는 케어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식 입장’이라고 직접 올린 글에서 “2011년 이후 안락사를 하지 않았으나 2015년경부터는 단체가 더 알려지면서 구조 요청이 더욱 쇄도했다. 심각한 현장들을 보고 적극적인 구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살리고자 노력하였지만 일부 동물들은 극한 상황에서 여러 이유로 결국에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박 대표는 “케어의 안락사 기준은 심한 공격성으로 사람이나 동물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경우, 전염병이나 고통·상해·회복 불능의 상태, 고통 지연, 보호소 적응 불가한 신체적 상태 및 반복적인 심한 질병 발병 등이었다”며 “불가피하게 케어에서는 소수의 동물들에 대하여 안락사를 시행된 바 있고, 결정 과정은 회의 참여자 전원의 동의하에 동물병원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거짓말이었다. 법적 처벌을 감수하고 박 대표의 무분별한 안락사 지시와 실행을 고발한 케어 동물관리국장 A씨는 11일 공개한 사죄문에서 “박 대표는 나에게 입양을 못 가고 사납고 늙은 개체들을 안락사 하라고 종용했다”며 “난 보호소 내 개들이 그렇게 안락사 시키면 사람들이 알까봐 두렵다 했지만 (박 대표는) ‘케어 보호소는 일반인들에게 개방돼 있지 않고, 어차피 사람들은 구조된 후에는 별 관심이 없어 괜찮다’고 독려했다”고 밝혔다.

A씨는 “박 대표는 남이 보는 구조에만 열을 올렸지 막상 구조를 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끊기면 구조된 아이들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며 “작년 여름 연예인들을 동원하면서 구조한 260여 마리 개들 중 피부병이 있거나 병원비가 많이 나올 듯한 애들은 그 자리에서 보내라고 다그쳤다”고 했다.

▲ 지난 11일 뉴스타파 ‘동물권 단체 케어의 두 얼굴, 무분별 안락사’ 리포트 갈무리.
▲ 지난 11일 뉴스타파 ‘동물권 단체 케어의 두 얼굴, 무분별 안락사’ 리포트 갈무리.
언론에 보도된 자난해 5월 A씨와 박 대표의 대화 녹음 파일에도 “개농장에서 애(개)들 데리고 온 이유가 거기서 죽느니 그냥 안락사 시키고자 데려온 거라. 입양이니 애(개)들이 아파서 죽었다니 뭐 이런 식으로”라는 등 박 대표는 안락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며 거짓말을 꾸며내기까지 한다.

A씨는 “내가 나서서 이 일을 세상에 알리지 않으면 박 대표의 반복되는 무모한 구조와 그 뒤에 따르는 안락사의 무한한 반복일 것”이라고 고발 이유를 털어놨다. 다만 그는 “나와 케어가 미워도 제발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만은 끊지 말아달다”고 호소했다.

A씨는 “엄동설한 추위 속에서 후원금마저 끊겨 우리 아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앞선다. 내가 이 고백을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면서 “이 일로 피해를 볼지도 모르는 케어의 정직한 활동가들, 어떠한 대가도 없이 그저 나와의 친분으로만 안락사를 시행해준 동물병원 원장에게도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케어 직원들은 다음 주 중 박 대표와의 대화 테이블 자리를 마련해 입장을 듣고 나서 그의 책임 추궁과 사퇴 등 거취를 물을 방침이다. 이번 사태 이후 케어 후원자 수도 수백 명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의 해임 등 여부는 다음 달 예정된 정회원 총회에서 결정된다.

케어 관계자는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내부 고발은 단순히 증언에 의해 이뤄진 게 아니라 신빙성 있는 자료에 의해 보도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너무 명확한 증거가 있어 대책위원회가 꾸려진 것이고 대표 사퇴를 일차 목표로 하고 그 이후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많은 실망과 분노로 후원을 끊는 마음은 이해하나 케어엔 지금 600마리에 가까운 동물이 돌봄을 받고 있고, 관리 직원들이 여전히 쉼 없이 일하고 있다”며 “회원들에게도 뉴스레터와 문자를 통해 ‘우리가 계속 대책위에서 박 대표 해임을 위해 싸우고 있다. 그러려면 총회 등에서 정회원 의결권이 필요하니 장기적으로 보고 동물들을 위해 남아 있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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