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접속이 제한됐던 북한 사이트가 접속돼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통신사측 사고’라고 밝혔다. 이번 일로 방통심의위가 사이트 차단 결정을 내려도 언제든 풀릴 수 있고, 이를 방통심의위가 인지할 수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11일 “차단됐던 北사이트, 9일부터 일제히 접속 가능해져”기사에서 “북한이 해외에 개설한 웹사이트들은 한국에서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통해 직접 접속이 가능해졌다”면서 “현재 북한이 해외에 개설한 웹사이트는 30개 이상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9일 저녁 이 중 28개 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한 결과 모두 접속이 가능했다”고 보도했다.

갑자기 사이트가 왜 차단된 것일까. 사이트 접속을 막는 방법은 ‘폐쇄’와 ‘접속차단’으로 나뉘는데 북한을 비롯한 해외사이트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 절차를 거쳐 차단을 결정한 다음 통신 사업자에 시정요구를 하는 방식이다. ‘우리민족끼리’와 같은 북한 선전 사이트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차단이 결정된 상태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이트 차단 화면.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이트 차단 화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통신사에 확인해보니 통신사에서 과부하가 걸려 종종 사이트 차단이 풀리는 경우가 있다는 답을 들었다”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차원에서 따로 차단 해제 지시를 내린 건 없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의 해명대로라면 지금까지 음란, 도박,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이유로 차단을 결정한 사이트의 차단이 풀려도 방통심의위가 알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차단이 풀린다고 해서 통신사에서 바로 보고하는 시스템은 없는 상황이고 강제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의 사이트 차단이 논란이 된 건 이번 뿐이 아니다. 앞서 2016년 방통심의위는 영국인이 운영하는 북한IT기술을 다루는 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를 ‘국가보안법’위반을 이유로 차단했으나 북한을 고무·찬양하는 내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노스코리아테크 차단이 부적절하다고 판결했다.

즉, 풀어도 무방하거나 차단해선 안 될 사이트까지 과도하게 차단하고, 차단을 결정한 다음 ‘구멍’이 뚫려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방통심의위의 사이트 차단 조치가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책 전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안정배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프로젝트 연구원은 “이번 일은 해프닝이긴 하지만 시스템 자체가 구멍이라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방통심의위가 시정요구를 해도 사업자가 협조할 의무는 없고 모든 불법, 유해 사이트를 방통심의위 인력으로 찾아서 차단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눈에 보이는 것만 차단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안정배 연구원은 “인터넷은 정보를 한번 여는 순간 저장되기 때문에 차단 자체가 의미가 크지 않다”면서 “근본적으로 인터넷 공간의 특성상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사이트 차단’을 무리하게 하는 것보다는 불법정보, 음란 정보 등의 경우 수사기관에서 제대로 찾아서 수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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