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움 속에 칼이 있다.” 한 MBC 언론인은 임흥식(60·전 MBC 논설위원) MBC 사장 후보자 정책 설명회를 보고 이처럼 말했다. 지난 1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정책 설명회에서 확인할 수 있던 것은 임 후보의 ‘부드러운 리더십’이었다.

임 후보는 5일 미디어오늘과 한 통화에서 “현재는 사장 면접 준비를 하고 있는데 현업 언론인들의 고민을 사실상 ‘취재’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임 후보는 2015년 12월 MBC를 떠난 뒤엔 주로 프런티어 저널리즘 스쿨에서 예비 언론인들을 가르쳤다. 

실제 그의 제자들은 정책 설명회를 직접 찾아 스승을 응원했다. 임 후보는 “프런티어 저널리즘 스쿨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직접 설명회 현장을 찾는 것이 논술 쓰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제안해서 방청했다고 들었다”며 “학생 8~9명이 직접 찾았는데 끝나고 함께 밥도 못 먹고 참 미안했다”고 술회했다.

임 후보는 정책 설명회에서 자신이 사장으로 취임할 경우 경영진과 보직 간부, 사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MBC 혁신 TF’를 조직해 지난 9년 MBC에서 벌어진 일들을 기록하고 조직개편과 비정규직 문제 등을 함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권력으로부터의 ‘MBC 독립’도 약속했다. “권력으로부터 MBC를 독립시키기 위해 시청자위원회를 확대 개편하고 위원회의 토론 내용과 결정 사항을 제작에 실제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최승호·이우호 후보 공약과 큰 틀에선 차이점은 없다.

▲ 임흥식 MBC 사장 후보가 지난 1일 서울 MBC 상암동 사옥에서 열린 정책설명회에서 자신의 공약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임흥식 MBC 사장 후보가 지난 1일 서울 MBC 상암동 사옥에서 열린 정책설명회에서 자신의 공약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임 후보는 또 “나에게 온건한, 현실적인, 합리적인이라고 표현한 기사들이 있는데 온건할지는 몰라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다”며 “미래를 말하며 과거를 묻어버리거나 미래를 내세워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다”고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이 밖에도 그는 MBC 콘텐츠에 대한 유통과 판매를 통합 조정하는 ‘콘텐츠 전략총괄본부’를 신설하고 편성위원회 구성과 보도 제작국장 등에 대한 임명동의제 도입을 노조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각종 프로그램 제작진의 자율성과 창의성 보장 등을 약속했다.

임 후보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구체적인 안은 사장으로 선임된 뒤 후배들과 ‘논의’해서 도출할 것”이라며 “세 후보 모두 개혁을 말하고 있지만 ‘구호’로만 그치지 않도록 할 것이다. 개혁은 다른 게 아니라 ‘그냥 하면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임 후보는 또 “굵직하고 거창하게 내세우기보다 잘못된 일을 행동으로 바로잡을 것”이라며 ‘부드럽지만 강한 리더십’을 내세웠다.

임 후보는 다른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최승호 후보는 자신감이 많이 묻어났다. 그가 쌓아온 커리어만 봐도, 개혁성에서 믿을 만하다는 신뢰를 준다. 이우호 후보 같은 경우에는 아이디어가 참 빛나더라. MCN 이야기랄지, 그런 뉴미디어 혁신은 내가 사장이 되면 적극 활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면(웃음).”

임 후보는 진실함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임 후보는 “PT 작성도 마찬가지였지만 ‘내 생각’을 쓰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정말 많이 듣고 진지한 토론을 이어갈 생각이다. 신중함을 쉽게 우유부단함이라고 낮추는데 토론 뒤 나온 결과에 대해서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 후보는 정책 설명회에서 “사실 사장 후보로 나서는 게 염치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며 “김재철 사장 취임할 때 반대 서명에 동참하고 2012년 파업 당시 150일 정도 파업에 동참한 것이 전부다. 그래서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적의 편’이라는 말이 굉장히 가슴을 찔렀다”고 고백했다. 

마음의 빚 때문일까. 임 후보는 ‘해직자 복직’ 문제에 적극적이다. 임 후보는 “해고자 복직은 무엇보다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일”이라며 “다른 MBC 문제는 스태프를 구성하고 TF 논의 등을 거쳐야 하지만 해고자 복직 문제는 논의할 성격의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임 후보는 “그들의 해고 일수가 벌써 2000일 넘겼다”며 “하루라도 줄여주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 후보의 리더십이 MBC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을까.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는 오는 7일 세 후보 가운데 한 명을 차기 MBC 사장으로 선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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