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오는 13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른바 ‘자강파’와 ‘통합파’ 간 정치적 명분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사실상 분열 수순으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1일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선 당내 대표적인 자강파로 꼽혔던 남경필 경지도지사까지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통합전당대회를 제안하면서 자강파는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이제 바른정당의 분당 시점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남경필 지사는 이날 연석회의에서 “우리는 새누리당 안에 있는 국정농단 세력 때문에 더는 함께 개혁보수의 길로 갈 수 없다는 판단으로 당을 나왔고 새로 만들었다”면서도 “보수 개혁을 위해서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전대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남 지사는 “우리는 재창당해야 하고 그러는 가운데 국정농단 세력과의 결별을 분명히 이뤄낼 수 있다”면서 “그런데 전당대회가 우리 마음 모으고 하나로 가는 것 아니라 우리를 분열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면 전대 개최를 연기하고 개혁보수를 위한, 재창당을 위한 통합 전대를 실시할 수 있도록 우리 마음을 모아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 바른정당 내 대표적인 자강파로 꼽혔던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일 자유한국당과 통합전당대회를 제안했다. 사진=민중의소리
▲ 바른정당 내 대표적인 자강파로 꼽혔던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일 자유한국당과 통합전당대회를 제안했다. 사진=민중의소리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결국 보수의 힘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 통합 시점이 올 것인데 문제는 방법과 시기에 집중해서 볼 필요 있다”며 “원칙 없이 우리가 기어 들어가듯이 해서 될 문제는 결코 아니고, 바른정당이 주도해서 보수가 하나로 통합될 수 있는 프레임을 우리가 스스로 설정하고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다만 한국당과 통합의 필수 조건으로 한국당의 국정농단 핵심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통합을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못 박았다.

김 의장은 “이(친박 핵심 청산) 부분이 조기에 추진돼 결론 난다면 통합 전당대회를 통해서 우리가 보수 대통합의 주도권을 쥐고 대등한 입장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통합 시기 등은 한국당에 넘기자”고 덧붙였다.

반면 하태경 최고위원은 “한국당으로의 투항은 통합이 아니라 죽음의 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 위원은 “낡은 보수의 퇴행은 대통령 선거 이후 더 심각해지고 있다. 세상은 저만치 앞서가는데도 과감하게 후진 기어를 넣고 막말을 내뿜으며 뒤로 달려가는 뒤틀린 정치가 낡은 보수 한국당”이라며 “한국당이 존재하는 한 보수 재건과 정치 발전은 요원하다. 그런데 그런 한국당에 투항하고 되돌아가는 것을 통합이라고 하면, 그 길은 보수를 살리는 길이 아니라 영원히 죽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진수희 최고위원도 “한국당이 우리 당 의원 몇 명 같이 하겠다, 통합하겠다고 하는 의도에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순수함이나 선의가 1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 사람들은 바른정당을 깨는 게 목적인데 여러 해 같이했던 동지들이 한국당의 불순한 의도에 말려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진 위원은 “일 년 전에 요란하고 거창하게 창당해놓고 일 년도 안 돼서 못 하겠다 돌아간다 한다면 앞으로 우리들이 어떤 일을 한다 해도 무슨 말을 한다 해도 국민이 믿어줄지 걱정된다”며 “정말 진정한 통합을 원한다면 바른정당과 한국당이 각자 위치에서 혁신과 개혁을 보고 피나는 치열한 경쟁을 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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