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알바 30개팀 3500명 두고 여론조작

국가정보원이 18대 대선이 치러졌던 지난 2012년 한 해에만 민간인 동원 ‘사이버외곽팀’ 3500명을 조직적으로 운영하며 인터넷 여론조작 활동을 하는 데 무려 30억 원의 예산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세계일보가 공개한 국정원의 ‘SNS 장악 보고서’가 청와대 지시로 작성한 것이라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언론들은 국정원 댓글공작 활동을 지시한 ‘윗선’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로 드러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4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최근 국정원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이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민간인으로 30개 팀을 운영하며 인건비로 한 달에 2억5000만~3억 원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한겨레] 국정원, 댓글알바 30개팀 3500명 운영했다_종합 01면_20170804.jpg
한겨레는 “국정원 내부에서는 이를 ‘사이버외곽팀’이라 불렀고, 국정원 심리전단에서 이를 관리했다”며 “2012년 한 해 동안 국정원이 민간인을 동원해 인터넷상 여론조작을 위해 지급한 돈만 3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TF 조사 결과 국정원 심리전단은 2009년 5월 다음 ‘아고라’ 대응 외곽팀 9개를 신설했고,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2011년 1월에는 알파팀 등 외곽팀을 24개로 확대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해 8월에는 사이버 대응 업무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24개 팀을 △다음 ‘아고라’ 담당 14개 팀 △4대 포털(네이버·다음·네이트·야후) 담당 10개 팀으로 재편했다.

심리전단은 트위터에 대응하기 위한 외곽팀도 2011년 3월 신설해 이듬해 4월 4개 팀에서 6개 팀으로 늘렸다. 개혁위는 “사이버외곽팀 대부분은 별도 직업을 가진 예비역 군인, 회사원·주부·학생·자영업자 등 보수·친여 성향 지지자로 개인시간에 활동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TF의 이런 조사 내용은 그동안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민간인을 동원해 ‘댓글 부대’를 운영했다는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개혁위가 이날 외곽팀 운영 외에 심리전단의 ‘온라인 여론 조작 사건’의 전모에 대해서도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이런 일에 개입한 내부 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하면, 추가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MB정부 ‘알파팀’ 등 민간인 동원 대규모 여론조작 게이트

국정원이 불법 사이버 여론 공작 활동에 ‘민간 외부조력자’를 동원해온 사실은 지난 2013년 원세훈 전 원장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처음 드러났다. 당시 경찰과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돈 3000여만 원이 민간인 이아무개씨에게 흘러간 정황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국정원 ‘외부조력자’ 전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지난 4월 한겨레21 보도로 국정원의 ‘민간 여론조작 조직’의 활용 실태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이미 2008년께부터 국정원 현직 정보 파트 요원은 보수단체 간부를 ‘마스터’(팀장)로 둔 ‘알파팀’이라는 조직을 꾸렸다. ‘마스터’ 아래에 ‘댓글 알바’들을 배치한 뒤, 이들을 통해 사이버공간에서 국정원이 원하는 방식으로 여론조작을 시도했다.

국정원은 당시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해당 의혹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지만, 이번에 TF 조사 결과 그 해명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게 됐다.

[한겨레] 전모 드러난 ‘알파팀’…팀장 아래 100여명 두고 실적따라 수당_종합 03면_20170804.jpg
국정원은 30여개 여론조작팀 팀장급 인물에게 매달 300만 원에서 최대 700만 원 정도까지 활동비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민간인 팀장급 관리책에게 매달 거액의 돈을 주면, 이들은 자신의 ‘수당’을 떼고 나머지 돈으로 댓글 알바들에게 여론조작 ‘하청’에 대한 ‘건당 수당’을 주는 식이었다.

한겨레는 “각 팀장 아래 실제 여론조작에 가담한 이들이 100여 명 정도 배치됐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에게는 ‘실적’에 따라 매달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 정도가 지급됐을 것이란 계산이 가능하다”며 “실제 국정원의 민간 여론조작부대 가운데 하나인 ‘알파팀’에서 2009년까지 활동했던 ㄱ씨는 ‘활동비는 중간 간부를 통해 은행 계좌로 받았고, 이 돈이 많으면 한 달에 50만 원이 넘었다’고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과거 국정원의 ‘민간 여론조작팀 운영 실태’를 확인하면서 지난 정부 내내 끊이지 않았던 국정원의 불법적인 사이버 여론조작전 규모와 실체를 온전히 가늠해볼 수 있게 됐다”며 “또 이번 조사를 통해 국정원이 정부·여당을 위해 특수활동비를 써가며 여론조사를 수차례 했다는 사실도 드러나면서, 수십조 예산을 쓰는 국정원이 지난 10년 동안 정권 유지·강화를 위한 국책 친위부대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2011년 11월 여론조사 업체를 동원해 ‘2040세대의 대정부 불만 요인’ 등에 대해 자체적인 여론조사를 했는데, 당시 여론조사 인원만 20~50대 총 1200명이었다. 국정원은 이를 근거로 정권의 대응 방향 등을 조언하는 자세한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제출하기도 했다. 개혁위는 “선거 대책 수립과 관련한 여론조사는 청와대 또는 특정 정당이 자체 예산으로 해야 하는데도 국정원 예산으로 집행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이 사실상 정부·여당 지원 거대한 국책 연구소처럼 움직인 것이다.

[경향신문] 국정원 정치개입 '청와대가 윗선'…MB까지 수사 확대되나_정치 03면_20170804.jpg
청와대 보고된 ‘SNS 장악 문건’ 이명박 지시였나?

아울러 지난달 10일 세계일보가 공개한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를 국정원이 청와대에 보고한 직후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 지시로 국정원이 온라인 여론조작을 위한 심리전단을 확대한 사실도 드러났다.

세계일보는 SNS 장악 보고서에 대해 “국정원이 2011년 10월 4일 ‘SNS를 국정홍보에 활용하라’는 청와대 회의 내용을 전달받고, 10월6일~11월4일까지 작성해 11월8일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라며 “원 전 원장은 SNS 관련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한 뒤 11월18일 심리전단에 SNS 대응팀 강화를 지시해 같은 해 12월 심리전단에 1개팀(35명)을 증원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 직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10·26 재보선 선거사범 엄정처벌로 선거질서 확립’ 문건의 경우 2011년 11월3일 원 전 원장이 정무직 회의에서 ‘선거사범 최단시간 내 처리’ 지시 이후 IO(검찰·경찰·선관위 담당 요원) 첩보를 종합해 다음날인 4일 작성, 결재선을 거쳐 11월7일 청와대에 보고됐다.

[세계일보] '국정원 SNS 장악 문건' 靑 지시로 작성_종합 01면_20170804.jpg
세계일보는 “이 문건에는 야당 후보자 및 지지자에 대해서만 검·경 지휘부에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독려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며 “야당 정치인인 손학규·우상호·박원순 관련 ‘동향보고’ 4건도 2011년 8월~10월까지 민주당 담당 IO의 첩보를 토대로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민 관심이슈 관리 강화로 민심 회복 도모’ 문건은 2011년 9월 ‘10.26 보선 정보수요 대처 계획’을 기획, IO들에게 관련 첩보를 수집토록 요청하고 이를 종합해 10월6일 작성, 다음날인 7일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세계일보는 덧붙였다.

검찰도 재수사 불가피, MB는 떨고 있다

국정원 TF는 향후 면밀한 추가조사를 통해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직권남용 등 위법 여부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세훈 전 원장이 소속 직원들에게 정치 개입을 지시한 사실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확인됐지만 청와대가 원 전 원장 윗선이라는 정황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향신문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특히 청와대 윗선의 종착점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신문도 국정원 TF가 원 전 원장 재임 시절 온라인 여론조작을 위한 ‘댓글 부대’를 최대 30개까지 운영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국정원의 정치·선거개입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다가 검찰 수뇌부와 마찰 속에 좌천당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번 사건을 맡아 진두지휘하게 된다.

서울신문은 “특히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이명박 정권의 청와대와 당시 여당의 선거 승리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이 나오면서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 등이 원 전 원장의 ‘윗선’이었는지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또, 그동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초점을 맞췄던 현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가 MB정부로 확대될지 주목된다”고 관측했다.

[한국일보] 檢, 국정원 정치개입 재수사 불가피_정치 05면_20170804.jpg
한국일보는 검찰 내부에선 당장 특수부와 공안부 검사를 망라한 TF 구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국정원 적폐청산 TF 발표 이후 ‘일단 국정원 TF에서 수사의뢰서와 참고자료 등을 보내면, 이를 검토해본 뒤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수사팀을 어떻게 조직할 건지 내부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국정원 댓글 사건 원 전 원장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했으며 이달 말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한국일보는 “결심공판 후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면 검찰은 변론재개를 신청할 수 있다”며 “다만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재판부 재량이다. 일각에선 선고가 임박한 만큼 이번 재판에는 직접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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