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함과 필리핀의 화물 컨테이너선 크리스털호의 충돌사고와 관련해 군함의 손상 부위가 처참하게 찌그러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7년 전 침몰했다 인양된 천안함의 선체의 손상부위도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배수량 8300톤인 피츠제럴드함은 지난 17일 새벽 일본 시즈오카 현 부근의 해상에서 컨테이너선 ‘ACX 크리스털호’(2만9000톤급)에 의해 들이받혔다. 이 과정에서 피츠제럴드함의 우현 흘수선 아래에 큰 파공(구멍)이 생기면서 급격한 침수로 이어져 승조원 7명이 사망했다. 특히 피츠제럴드함의 우현 측면 상부엔 크리스털호의 좌현 갑판이 밀고 들어가 처참하게 구겨지고 찌그러졌다.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각) 송고한 단독보도 ‘미 군함, 경고신호 보냈지만 충돌때까지 가만히 있어’에서 크리스털호 선장 로널드 애드빈큘러가 투자회사에 보낸 내부보고서 내용을 입수해 사고경위의 일단을 보도했다.

애드빈큘러 선장은 피츠제럴드함이 크리스털호의 항로와 교차하는 방향으로 갑자기 돌진해 ACX 크리스탈호에서 섬광으로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후 이 선장이 군함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키를 우현으로 돌리고자 애를 썼지만 10여 분 후인 새벽 1시반에 크리스털호는 피츠제럴드함을 들이받았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피츠제럴드함이 이 신호에 반응하지 못했거나 충돌전까지 피하지 못한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일 조사단원들은 미사일이 장착된 구축함 피츠제럴드함과 훨씬 더 큰 컨테이너선 ACX 크리스털호가 6월 17일 이른 새벽 시간에 도쿄만 남쪽에서 맑은 날씨였는데도 어떻게 충돌할수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이 통신은 보도했다.

▲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함이 예인되고 있다. 우현 측면 상부가 크게 파손되고 손상을 입었다. 사진=로이터TV 동영상 갈무리
▲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함이 예인되고 있다. 우현 측면 상부가 크게 파손되고 손상을 입었다. 사진=로이터TV 동영상 갈무리
▲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함의 충돌부위. 사진=로이터TV 동영상 갈무리
▲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함의 충돌부위. 사진=로이터TV 동영상 갈무리
▲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함의 충돌부위 확대한 모습. 사진=로이터TV 동영상 갈무리
▲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함의 충돌부위 확대한 모습. 사진=로이터TV 동영상 갈무리
로이터는 “이 충돌은 피츠제럴드함의 흘수선 아래를 뚫고 들어가 깊은 상처를 냈고, 7명의 선원이 사망했다”며 이는 2000년 콜함이 예멘의 아덴만항에서 폭발사고를 낸 이래 미 해군에서 발생한 인명사고 가운데 가장 컸다고 전했다.

이 기사와 함께 실린 로이터통신의 동영상을 보면, 피츠제럴드함 우현의 손상부위와 하단의 파공 부위가 자세하게 나타난다. 특히 피츠제럴드함의 우현 측면 상부는 크리스털호의 갑판이 뚫고 들어가는 바람에 철판이 안으로 휘어져 들어가고, 내부의 격실과 구조까지 크게 파손돼 있었다. 7명의 인명사고를 낸 흘수선 아래쪽의 파공은 크기가 제법 크다.

이를 보면 천안함의 손상부위가 자연스럽게 연상이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7년 전 고성능폭약 250kg 폭발량을 가진 이른바 북한 1번 어뢰(CHT-02D)의 비접촉 수중폭발로 천안함이 절단 후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대표적인 증거로 어뢰추진체 뿐 아니라 천안함 선체의 손상부위를 들었다.

천안함의 함미 절단면의 좌현은 철판이 아래에서 갑판 방향으로 휘어져 있고, 함수 절단면의 좌현은 철판 일부가 바깥에서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 함수와 함미 사이에 있다가 뜯겨져 나간 가스터빈실의 경우 선저 부위가 아래에서 위로 살짝 휘어져 있었다. 이런 상태를 보고 민군 합동조사단은 어뢰폭발의 증거라고 역설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폭발에 의해서만 반드시 저런 손상이 나타나느냐에 대한 설명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합조단의 보고서에도 폭발에 의해 저런 손상이 나타났다고만 했을 뿐 폭발이면 왜 이런 손상이 나타나느냐는 설명은 없었다.

▲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함의 우현 흘수선 아래 파공부위. 사진=로이터TV 동영상 갈무리
▲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함의 우현 흘수선 아래 파공부위. 사진=로이터TV 동영상 갈무리
▲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함을 들이받은 필리핀 컨테이너선 ACX 크리스털호의 선수 좌현 갑판 충돌부위. 사진=로이터TV 동영상 갈무리
▲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함을 들이받은 필리핀 컨테이너선 ACX 크리스털호의 선수 좌현 갑판 충돌부위. 사진=로이터TV 동영상 갈무리
▲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안보공원에 전시중인 천안함 함미 절단면. 좌측 절판이 밀려 올라간 것이 보인다. 사진=조현호 기자
▲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안보공원에 전시중인 천안함 함미 절단면. 좌측 절판이 밀려 올라간 것이 보인다. 사진=조현호 기자
이에 비해서 피츠제럴드함의 손상 부위를 보면, 충돌에 의한 것인데도 철판이 찌그러지고 찢기고 뚫린 모습이 천안함 못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피츠제럴드함과 천안함은 충격을 받은 형태와 사고 상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단순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천안함의 손상부위가 폭발의 결과물이라고만 강변해온 주장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우현의 손상부위 중 일부는 천안함보다 더 많이 찌그러진 곳도 있다”며 “천안함의 손상부위는 접혀있거나 단순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피츠제럴드함은 옆구리가 부딪혔지만 천안함은 가스터빈실 선저 외판 쪽에서 데미지가 생겼다”며 “이 부위는 폭발에 의한 손상이라고 하기 어렵다. 폭발로 그렇게 됐으면 선체가 저 정도로 남아있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군 구축함이 상선의 좌현 뱃머리에 부딪힌 손상이 이정도인데 천안함은 폭발로 저렇게 온전할 수 있느냐”며 “폭발로 천안함이 저런 손상을 입었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민군합동조사위원이었던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국방부와 검찰은 천안함의 찌그러진 손상형태만 갖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에게 ‘천안함 가봤냐, 얼마나 흉측하냐, 아직도 폭침을 못믿냐’는 식의 주장을 펴왔다”며 “이번 피츠제럴드함 충돌사건으로 검찰 등의 이 같은 주장이 사고원인의 판단 근거로 삼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저걸 보고도 그동안 국방부가 천안함을 너무 폭발로만 몰아간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건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진우 국방부 공보과장은 28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국방부의 답은 같다. 어떠한 질문을 해도 마찬가지”며 “(북한어뢰 공격에 의한 폭침이라는) 정부가 한 발표 내용 그대로”라고 밝혔다.

민간합동조사단의 과학수사분과장 겸 군측 단장을 맡았던 윤종성 성신여대 교수(안보학)는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천안함의 경우 절단면만으로 결론을 낸 것이 아니라 어뢰추진체 등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이라며 “천안함은 비접촉폭발로 완전히 절단됐다. 비접촉폭발은 군함을 절단시키는 폭발형태”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직접 폭발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선체가 영향을 받을지 폭발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폭약성분도 분석하는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다른 원인이었다면 벌써 나오지 않았겠느냐”고 덧붙였다.

▲ 해군2함대 안보공원에 전시중인 천안함 함수 절단면 좌현. 아랫쪽 철판과 함안정기가 바깥에서 안쪽으로 휘어져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 해군2함대 안보공원에 전시중인 천안함 함수 절단면 좌현. 아랫쪽 철판과 함안정기가 바깥에서 안쪽으로 휘어져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 천안함 함수와 함미 사이에 있다가 뜯겨져나간 가스터빈실 선저. 좌측에서 촬영한 모습. 사진=조현호 기자
▲ 천안함 함수와 함미 사이에 있다가 뜯겨져나간 가스터빈실 선저. 좌측에서 촬영한 모습. 사진=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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