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10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답변서 곳곳이 모순적이고 부실한 내용으로 점철됐지만, 공영방송 KBS와 MBC는 이번에도 질문하는 법을 잃었다.

대통령 측 답변서는 지난해 11월 청와대가 홈페이지를 통해 주장한 대통령의 7시간 시간대별 집무 내용과 별반 차이도 없었고, 오히려 몇몇 서면·대면보고 내용이 추가되면서 의혹을 더 키웠다. 그러나 이날 저녁 KBS와 MBC 메인 뉴스에선 이런 지적과 검증은 찾아볼 수 없었다.

KBS와 MBC 보도는 헌재 재판부가 제출된 답변서에 대해 “헌재의 요청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완 요청을 한 사실 외에 주로 대리인단의 주장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

KBS는 ‘뉴스 9’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은 대통령이 관저 집무실에서 계속 업무를 봤지만 잘못된 보고와 오보로 오후 2시50분쯤 돼서야 인명피해 심각성을 인지했고 이후 바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준비를 지시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오전에 이미 구조 상황과 인원이 정정 보고됐음에도 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묻지 않았다.

10일 SBS ‘8뉴스’ 갈무리.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대통령은 오후 3시쯤 중대본 방문 지시를 했고, 3시35분 청와대로 온 미용사에게 머리 손질을 받은 뒤 5시15분쯤 중대본을 방문했다고 소명했다”며 “대리인단은 대통령이 평균 20분 간격으로 직접 상황을 점검하며 필요한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MBC 보도만 봐서는 대통령의 중대본 방문 준비 지시 후 도착하기까지 2시간15분 동안이나 무슨 경호상의 문제가 있어 그리 오래 걸렸는지, 오전 10시 반 이후 7시간 가까이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내용은 왜 없었는지, 국민이 궁금해하는 질문과 대통령 측의 답변이 얼마나 허술한지에 대한 지적은 들을 수 없었다.

이날 대통령 측 답변서에 대해 TV조선마저도 “허술한 답변이 눈에 띈다. 오전에 안봉근 비서관, 점심때 정호성 비서관이 각각 대면보고했다지만, 정작 행적 정리표엔 없다”며 “두 비서관이 관저에 출입했다고 밝혀놓고, 관저 출입자는 간호장교와 미용 담당자뿐이라는 모순된 주장도 있다”고 지적했다.

10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JTBC ‘뉴스룸’은 대리인단이 오후 3시35분부터 박 대통령의 관저에서 머리 손질을 20분간 했다면서 약 7분 뒤인 오후 3시42분 집무실에서 세월호와 무관한 외교 관련 서면 보고를 받아 검토했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JTBC는 “머리 손질에 걸린 시간은 20분인데 박 대통령이 머리 손질을 받으면서 동시에 전혀 다른 내용의 서면보고까지 받았다는 거다. 같은 시각 장소는 다른 것”이라며 “머리 손질을 받으면서 이동하지 않았다면 사실상 관저와 집무실은 같은 공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JTBC는 또 “해경은 오전 10시52분 청와대 국가안보실 관계자에게 연락해 선실에 사람이 많다고 보고한다. 그러한 해경 보고를 받은 국가안보실이 오전에 대통령에게 상황을 알렸다는 주장도 나왔다”며 “하지만 오늘 답변서를 봐도 오전 10시 반 이후에는 대통령이 스스로 내린 지시사항이 보이지 않는다. 답변서에서 대통령이 제대로 보고를 받았는지, 과연 그런 근거를 갖고 답변을 한 건지 설명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SBS ‘8뉴스’는 “오전 11시28분쯤 대통령이 정무수석실에서 서면보고를 받는데 ‘477명이 탑승했고, 161명이 구조됐다’ 그러면 일반인들 같으면 이게 300명의 생사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당연히 이런 생각이 들 거 아니겠냐”며 “오후 3시가 돼서야 심각한 상황을 알았다는 것은 서면보고를 안 받았다는 얘기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SBS는 12시5분과 12시33분에 두 차례 서면보고가 올라갔지만 전달한 사람이 확인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오늘 대통령 대리인단이 나와서 한 얘기가 당시에 간호장교와 미용사를 빼고 관저에 출입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얘기했다”며 “안봉근, 정호성 두 전 비서관도 그 당시에는 관저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12시대에 전달한 2건의 서면보고도 안 받았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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