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방송 CBS의 지역 자치국인 전남CBS에서 5개월(교육 1개월 포함)의 수습을 마친 PD에게 유례없는 채용 취소를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5월19일 전남CBS PD로 입사해 수습직원 신분으로 일하기 시작한 A씨는 수습기간 종료일인 10월18일 다음 날인 19일까지 정상적인 근무를 한 후 회사로부터 수습기간 만료 통보를 받았다. 5개월간 기본급의 70%(월 84만 원), 그마저도 교육기간 1개월은 그 절반밖에 못 받고 일한 회사에서 ‘잘린’ 것이다.

억울한 마음에 A는 채용 취소 확인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회사는 A씨에게 채용 취소를 통보하면서 채용 부적격 사유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회사 담당자가 건넨 수습기간 만료 통보서에는 “우리 회사에서는 채용 요건 부적합으로 판단돼 채용할 의지가 없음을 통보한다”는 문구밖에 없었다. 채용 부적격 사유도, 수습평가 점수표도 없었다. 

이 같은 사측의 채용 취소 통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게 노동법 전문가의 설명이다. 김세희 민주노총 법률원(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수습직원일 경우에도 해제 조건부 근로계약 체결로 보고 근로계약을 해제하려면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해고에 대해 근기법에도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게 돼 있고, 당사자가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게 사유를 명확히 고지하지 않으면 절차 위반으로 해고가 무효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남 순천에 위치한 전남CBS 사옥. 사진=전남CBS뉴스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A씨는 회사로부터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수습 기간 줄곧 전남CBS 시사프로그램인 ‘생방송 전남’ 제작에 투입돼 출연자 섭외부터 큐시트·제작계획서 작성, 생방송 진행까지 해 왔다. 야근과 휴일 근무도 잦았으며 지난달 중순부터는 ‘키즈 클래식’이란 공연의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다 지난 10일 돌연 공연 기획팀에서 빠지란 통보를 받았다.

A씨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나는 제작팀장과 보도국장이 수습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만 알았지 업무평가 항목도, 점수도 들은 적이 없다”며 “채용 취소 통보를 받고 제작팀장에게 이유를 묻자 ‘평가는 국장과 내가 하지만 결정은 이사회가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사측은 A씨에 대한 객관적인 수습평가를 근거로 인사위원회에서 채용 부적격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A씨의 수습평가를 담당한 윤승훈 전남CBS 보도국장은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매월 평가서를 작성해 인사권자인 본부장에게 제출하는데 4달간 평가서와 종합평가서까지 5개를 바탕으로 인사위가 열려 정직 임용 여부를 결정했다”며 “부적격 이유는 평가서를 종합한 인사위에서 결정하는데 평가서 의견이 인사위에서 결정하는 데 역할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는 인사권자인 본부장과 평가를 한 보도국장, 제작팀장에게 업무 외적인 식성과 주량, 노조위원장 징계 시 비협조적 태도 등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A씨는 “6월29일 박아무개 전남CBS 노조위원장의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28일 윤 국장이 나를 편집실로 불러 징계위 참고인으로 들어가야 하니 준비하고 있으라고 했다”며 “나는 수습 신분에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 못 들어간다고 했고 다음날 제작팀장과 총무팀장에게도 이런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이후 사측은 다른 수습사원들이 서울에서 받은 수습교육에서 A씨를 제외했다. A씨는 “이기완 전남CBS 본부장은 6월7일 나를 본부장실로 불러 박 위원장과 밥 먹는 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느냐고 추궁했고, 윤 국장도 박 위원장의 징계를 앞두고 ‘박○○를 언제 만났느냐’고 물었다”며 “이후 8월30일 본부장은 나와 면담에서 ‘박○○가 회사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네가 분별력 있게 행동해야 했다’면서 한 시간 넘게 박 위원장의 징계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A씨는 윤 국장에게 성희롱적 발언도 자주 들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윤 국장은 나와 여자 아나운서 등이 있는 자리에서 ‘독서실에 오래 앉아있는 여자들은 엉덩이가 안 예쁘다’, ‘피아노 치는 여자들은 엉덩이가 크다’고 말하는 등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자주 했다”며 “내가 그만 하라고 해도 계속 성적인 얘기를 했고 이후에도 ‘내 성기에 뭐가 났다’는 얘기까지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이와 관련해 “말도 안 되고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며 추가적인 언급을 피했다. A씨에게 노조위원장 징계위에 참고인으로 출석하라고 했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그는 “나는 A씨가 노조위원장 징계위 참고인 출석 요구를 받았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며 “인사권자들이 나에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고 내 기억으론 A씨도 나에게 얘기를 안 했다”고 주장했다.

윤 국장은 이어 “우리가 낮은 임금에 한 명을 쓰고 버린 차원이 아니다”며 “이 친구를 정직원 임용 안 하면 우리도 PD 공백이 생겨 힘들었기에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A씨의 수습평가와 관련해선 “본인이 요구하면 공개적으로 알려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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