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어제(7일) 북한에서 쏜 건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다. 북한의 발표에 따르면 7일 오전 9시(한국시각 오전 9시30분)에 발사한 광명성호는 우주발사체(SLV, 로켓)고 광명성호에 실어 대기권 밖으로 올려 보낸 광명성4호는 인공위성이다. 향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무기가 탑재되지 않은 이상 미사일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아직 탄두를 대기권으로 다시 진입시키는 기술은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의 종말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배치가 핵 미사일을 방어할 수단인 것처럼 발표했는데 이 역시 사실관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드는 적의 미사일을 40~150km 상공에서 요격하기 위한 미사일이다. 종말고고도(Terminal High Altitude)라는 말부터 미사일이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다시 진입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요격한다는 의미라 애초에 북한의 미사일은 해당 사항이 없다.

북한이 어제 오전 9시30분에 발사한 로켓은 6분 만에 제주도 남쪽까지 날아가 386km 상공에서 한국의 레이더망에서 벗어났다. 남쪽 상공을 지날 때는 이미 사정거리를 벗어난 뒤인 데다 발사를 감지하고 요격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짧아 궤도를 추적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사드의 사정거리가 최대 200km에 이르지만 애초에 사드는 떨어지기 직전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지 이제 막 발사돼서 날아오르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용도가 아니다.

▲ The first of two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 interceptors is launched during a successful intercept test. @wikimedia.
사드는 애초에 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는 용도가 아니고 고도 40km 이하에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 북한이 일부러 고도를 높여서 쏘지 않는 이상 북쪽에서 쏘는 미사일을 맞추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쏘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방어한다면 몰라도 중국이나 북한과는 관계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북한의 핵 미사일 보유는 굉장히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애초에 사드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북한이 어제 쏜 로켓에 탄두를 탑재해 한국을 공격할 거라는 가정도 터무니없다. 지구 반대편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300km도 안 되는 남쪽으로 발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 미사일을 보유하게 됐으니 한국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 이건 도무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다. 분명한 것은 북한의 미사일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고 미국의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국방부는 7일 사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증대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동맹의 미사일 방어태세를 향상시키는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사드는 북한의 위협과는 무관하다.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입지를 굳히려는 시도에 동참한다고 이해하는 게 맞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것도 한국이 사드 배치를 계기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에 합류해 중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특히 사드 자체보다는 사드와 함께 배치될 X-밴드 레이더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X-밴드 레이더는 탐지반경이 1000~2000km로 중국의 핵심 군사시설이 있는 상하이와 텐진 등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 보는 건 물론이고 중국이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조기에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MD에 편입되면서 군사력의 균형이 무너지는 게 두렵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X-밴드 레이더가 평택에 배치될 경우 중국 베이징은 물론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까지 레이더 감시 반경 안에 들게 된다. 국방부는 “한국에 배치될 사드는 전진배치용(FBR)이 아니라 탐지 거리가 600km 정도인 종말단계 요격용(TBR) 레이더를 도입할 계획이라 중국 등에 직접적인 위협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TBR 레이더도 한반도 인근 해상의 이지스함이나 우주정찰 위성 등과 결합하면 FBR 못지 않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록히드마틴이 설명하고 있는 사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 요격 개념도. 북한에서 우리나라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쏠 이유도 없을 뿐더러(이미 중단거리 미사일 수백발을 확보한 상태) 이런 식으로 요격할 수 있는 각도도 시간도 안 나온다.
국방부 류제승 정책실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사드가 종심이 짧은 한반도 작전환경에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스커드, 노동, 무수단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MD 체계 참여와 사드는 무관하다”면서 “강력한 대북 억제력 발휘를 위해 양국 MD가 동맹을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더라도 중국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명을 치러 가야 하니 길을 빌려달라(정명가도, 征明假道)’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음흉한 제안을 떠올리게 한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CBS와 인터뷰에서 “사드는 우리 안보를 지킬 수 있는 든든한 방패라기보다는 우리 안보를 포함한 국익을 위태롭게 하는 일종의 트로이 목마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드 배치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 열강들이 가까스로 군사적 충돌을 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의 전진기지를 자처하고 중국에 맞설 거라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천명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북한의 위협에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로 맞서는 건 중국을 자극해서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를 고착화하고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을 치러야 할 상황으로 내몰 가능성이 크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사드 레이더를 종말단계용으로 배치하면 중국과 관계 훼손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하드웨어가 같아 8시간이면 전환할 수 있다”면서 “레이더를 한국의 어느 장소에 배치하더라도 중국의 거의 모든 지역을 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과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국민의 비난 여론을 피해가기 위한 얕은 수작에 불과하다”고 비난한 바 있다.

팩트TV가 중계한 기자회견에 따르면 평통사는 “주로 중국을 겨냥한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유사시에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중국은 한국의 사드미사일 기지를 주요 공격대상으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통사는 “북핵문제는 북미간 적대관계에서 비롯된 문제이므로 북미 양국을 비롯한 관련 당사국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사드 배치를 통한 북한이나 중국 압박은 오히려 반발을 불러와 사태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관영 신문 환치우스빠오는 “한국의 사드 배치는 중국의 안전이익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며 “중한 간 신뢰가 엄중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고 그 한국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 외부무도 논평을 내고 “사드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한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면서 “한국이 미국 MD 시스템의 자국 배치 결과에 대한 득실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를 앞에 두고 청와대는 여전히 분위기 파악이 안 된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7일 “국가 안위를 위해 모든 정쟁을 내려놓고 테러방지법을 긴급의제로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게 도발행위를 하는 예측 불가한 북한에 국민 생명과 안위를 내놓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논평을 내고 “테러방지법이 미사일 발사와 어떤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의아하기까지 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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