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5일 아침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남과 북, 이제 더 자주 만나야 해요”
국민일보 “어릴 때부터 스며든 ‘몹쓸 짓’”
동아일보 “김정은 면담후, 트럼프·시진핑도 만난다”
서울신문 “‘북·미대화 중재’ 특사단 오늘 평양 간다”
세계일보 “대북특사 정의용·서훈…오늘 방북”
조선일보 “마크롱이 ‘70년 프랑스病’ 수술하자 글로벌 기업 4조원 들고 몰려들었다”
중앙일보 “‘미투’ 상담 연 10만명 유명인 아니면 묻힌다”
한겨레 “대북특사단 오늘 방북…김정은 만난다”
한국일보 “특사, 평양 이어 워싱턴…북미중재 운명의 한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오후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을 방문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한 특사단은 이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사단은 정 실장을 수석으로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5명과 통일부 당국자 등 실무자 5명으로 꾸려졌다. 특사단은 6일 오후 1박2일 일정을 마치고 대통령에게 귀국 보고를 한 뒤 정 실장과 서 원장이 직접 미국을 방문해 방북 결과를 설명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이후 중국·일본 등과도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특사단의 주 임무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북한 고위 관계자들과의 대화’다. 윤 수석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여건 조성과 남북교류 활성화 등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사단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대화에 응할 것인지,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미대화의 전제로 비핵화를 내걸고 있고, 문 대통령도 북미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하면 남북관계가 진전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겨레는 “특사단 방북을 앞둔 청와대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며 “현재 남북관계는 복원이 아니라 북핵의 완성 단계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김정은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처음 만나는 것이라 예측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고 분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겨레에 “새 조건에서 막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금방 가시적인 효과가 드러나는 응급약이라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효력을 발휘할 보약에 가깝다”고 했다.

▲ 5일자 동아일보 2면 사진기사
▲ 5일자 동아일보 2면 사진기사

특사단 구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동아일보는 “‘미국통’ 정의용, ‘대북 전문’ 서훈…북미-남북 대화 동시 돌파”란 기사를 통해 “이례적으로 사절단에 장관급 인사 두 명을 포함시킨 것은 북미 대화를 포함한 한반도 대화 국면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의전 서열상 서 원장보다 아래인 정 실장에게 사절단 수석을 맡겨 이번 방북이 북미대화 조성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목적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정 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개인적인 얘기도 나눈다’고 할 정도로 백악관 의중을 잘 아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 실장은 방북 뒤 미국은 물론 중국도 방문할 예정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정 실장은 문 대통령 캠프에서 ‘국민 아그레망’ 단장을 맡긴 했지만 친문재인 핵심 그룹은 아니었다. 청와대 입성 이후 중국과의 사드 갈등, 트럼프 행정부와의 교류 등을 잘 풀어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 원장에 대해서는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함께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 역할을 오래해 왔다”며 “2000년,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도 깊숙이 관여한 대북 협상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이어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밤새워 술을 마신 적이 있을 정도로 북한 수뇌부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김상균 2차장에 대해 “지난달 김여정 방한 당시 내내 김여정 곁에 있었다”며 “사절단에 국정원 인사가 두 명인 것은 향후 미국 중앙정보국(CIA)과의 협업까지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차장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대북 대화에 실무진으로 참여했다.

이번 사절단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포함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그동안 북미대화는 정 실장이, 남북대화는 서 원장이 중심이 돼 개입해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통일부가 후순위로 밀렸다”고 분석했다.

▲ 5일자 서울신문 만평
▲ 5일자 서울신문 만평

특사단의 핵심 목표는 북미대화의 전제 조건인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5일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공통적으로 비핵화 의지확인을 중요하게 꼽으면서도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동아일보는 “정의용·서훈, ‘북미 중매인’ 아닌 당사자로 비핵화 요구하라”는 사설에서 “특사단은 무엇보다 김정은의 비핵화 결단 없이 남북관계는 한 치도 진전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같은 북한의 무리한 요구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현실적으로 특사단이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강경책을 요구했다. 북한은 비핵화 전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 신문은 “북핵 위협은 북미 간 문제만이 아니”라며 “특사단은 북미 대화를 위한 중재 외교력도 발휘해야겠지만 단순히 ‘중매인’이 아니라 북핵 문제의 당사자로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며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이 신문은 “김정은은 궁지에 몰려있다. 대북제재가 과거와는 다르다”며 “대북 특사단에게 비핵화라는 문제의 본질은 비켜가면서 한미훈련과 북핵·미사일 실험 동시 중단, 이산가족 상봉 등을 내걸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서두르자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어떤 현란한 제안도 ‘비핵화’가 아니면 기만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북핵이란 암 덩어리를 더 키우는 빌미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김씨 일가의 핵개발 의지를 과소평가했다가 협상으로 시간만 벌어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2000년 남북 정상회담 6년 후 북은 첫 핵실험을 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 한국 정부는 비핵화 얘기를 제대로 꺼내지도 못했다”며 “이번 대북 특사단도 그런 결과를 낳는다면 5200만 국민은 북한의 핵 인질로 굳어지고 만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역시 “김정은과 첫 직접 대화…‘비핵화 뜻 있다’ 언급 꼭 끌어내야”라는 사설에서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 평양에서 김일성을 만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필두로 대북 특사는 고비마다 남북간 교착과 한반도 위기를 해소하는 숨통 역할을 해왔다”며 “(북에서) ‘평양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의사가 있다’ 정도의 언급은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는 논조의 사설을 내놨다. 이 신문은 “불신과 의구심을 돌파하고 북미대화를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김정은 위원장이 모종의 결단을 내리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천명할 생각이 있다면 이번 특사단 방북이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언급한 보수신문들이 특사단을 향해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뜻이 있다’는 답을 들어야 한다고 특사단을 압박한 것과 비교된다. 경향신문은 “김 위원장은 결코 이번 국면 전환의 계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핵)실험 중단 의사 표명만으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특사단에게 과한 요구를 해선 안 되며 강경책을 주장하는 야당과 보수언론을 비판했다. 이 신문은 사설 “정의용·서훈 특사, 한반도 정세전환 첫단추 끼우길”에서 “당연한 얘기지만 한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다”며 “한반도 비핵화란 ‘숭늉’을 마시려면 조급해하지 말고 실행 가능한 일부터 차근차근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도 지금이야말로 대북사절단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실용적이고 지혜로운 태도가 필요하다”며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정표를 당장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비핵화 의지’라도 밝힌다면 이를 동력으로 삼아 대화를 이어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비핵화 아니면 대화 중단’이라는 식으로 윽박지르는 야당과 보수언론의 수구·냉전적 태도는 합리적이지도 않고 현실성도 떨어진다”며 “자유한국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게 뻔하다는 이유로 대북특사 파견을 비판했는데, 전형적인 ‘묻지마 반대’”라고 비판했다. 이어 “특사단 명단이 나온 뒤에도 ‘서훈 국정원장 특사 불가론’을 되풀이 제기한 것도 정략적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5일자 한겨레 만평
▲ 5일자 한겨레 만평

청와대의 4일 대북 특사단 파견 발표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여당은 “시의적절한 파견”이라고 환영했지만 야당은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비핵화 전제없는 대북특사는 북핵 개발 축하 사절단에 불과하다”며 “문재인 정권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북특사를 보내며 마치 평화를 가져올 것처럼 ‘위장 평화 쇼’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홍지만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서훈 원장이 독약을 움켜쥐고 김정은과 눈싸움하며 비핵화를 말할 각오가 돼 있는 사람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 역시 “특사단에 국정원장이 포함된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했다. 다만 “이미 결정된 이상 특사단이 비핵화를 위한 남북·북미 대화를 하겠다는 김정은의 의지와 직접적인 답을 반드시 듣고 와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희호 여사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남북이) 그동안 자주 못 만났다”며 “이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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