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 원화가에 ‘메갈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게임제작사 대표가 원화가와 면담을 하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해당 면담에서는 ‘왜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계정을 팔로우했냐’는 등의 질문이 나왔다.

넥슨에서 이런 ‘메갈 논란’이 일어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6년 7월에도 넥슨 계열 게임 ‘클로저스’의 김자연 성우는 트위터에 메갈리아를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은 인증샷을 남겨 녹음작업에서 하차했다.

트위터에서는 이미 이번 성 아무개 원화가 사건을 두고 ‘#넥슨_민우회_사상검증’이라는 해쉬태그를 달고 넥슨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여성민우회 계정을 팔로우했다는 이유 등으로 이미 사문화된 사이트인 ‘메갈리아’ 유저라는 ‘메갈’ 낙인을 찍고, 페미니즘을 ‘반사회적 사상’으로 규정하고 사상검증을 하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26일 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 홈페이지(넥슨)에는 게임 제작사 김학규 대표가 성 아무개 원화가에 대해 면담을 마치고 쓴 공지글이 게시됐다. 성 아무개 원화가가 트위터에서 한국여성민우회와 페미디아 계정을 팔로우하고, ‘한남’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트위터를 리트위트하는 등의 행동들로 ‘메갈’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해당 게임 유저들은 성 원화가를 해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 홈페이지.
▲ 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 홈페이지.
김 대표는 “우리 사회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이며,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양심의 자유가 존재한다”라며 “하지만 그 자유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책임이 뒤따르기에,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인 혐오 논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지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와 관련된 유저들의 항의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하고 문제의 근원을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공지글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면담의 결과는 성 아무개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과문대로, 메갈의 주장이나 가치에 대해 동의하지도 않고 그런 활동에 동참한 적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며 “그렇다면 왜 그런 문제가 될 내용이 리트위트되었고, 문제가 될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었는가에 대해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았고 그 답변은 아래와 같다”고 밝혔다. 다음은 공지글에서 밝힌 면담 내용이다.

Q(제작사 대표) :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같은 계정은 왜 팔로우했는가요?A(원화가) : 여성민우회 같은 경우 계정을 정리하면서 제가 팔로잉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여성민우회 같은 계정은 후원을 받고 있는것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문제가 되었던 생리대 문제, 성폭력과 관련된 문제를 다룬다고 생각하여 깊게 생각하지 않고 팔로잉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페미디아같은 경우는 막연히 좋은 방향의 (변질되기 이전의) 페미니즘에 관련된 거라 생각했었고 이 또한 깊게 생각하지 않고 팔로잉을 누른 것 같습니다. 진짜 언제 했는지도 기억도 잘 안나는 팔로워 계정입니다.

Q: 한남이란 단어가 들어간 트윗을 리트위트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그 당시의 판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리트위트를 하였습니다. '한남'이라는 단어가 들어갔기 때문에 리트위트한 것이 아닙니다.

Q: 과격한 메갈 내용이 들어간 글에 마음에 들어요를 찍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이 글 하나인줄 알았습니다. 타임라인에서 글이 많은 경우 접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그 밑에 과격한 글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저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고 그때 확인하지 않고 마음을 찍었던 것 같습니다.

면담 결과를 공지한 뒤 김 대표는 “성 씨가 리트위트했거나 좋아요를 눌렀던 스레드의 일부, 팔로우를 했던 계정들만 모아서 캡처한 스크린샷만 보고 있으면 전형적인 메갈 계정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성 씨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보면 대부분 그냥 그림이나 사진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라며 “사과문 이후 관련된 글이 지워지거나 언팔된 것도 논란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사과문에서 문제가 될 계정을 삭제하고 차단하겠다고 약속한 바를 따른 것 뿐”이라고 썼다.

▲ 트리 오브 세이비어 게임 제작사 대표가 올린 공지글.
▲ 트리 오브 세이비어 게임 제작사 대표가 올린 공지글.
또한 김 대표는 “당사자가 정직원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쉽게 해고가 곤란하다든가 하는 문제를 떠나서, 정말로 반사회적인 사상을 추구하는 사람은 동료로서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며 “그렇지만 제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성 씨는 그런 문제가 거리가 먼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한남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트윗을 1건 리트위트한 것, 변질되기 전 의미의 페미니즘과 메갈을 구분하지 못하고 관련된 단체나 개인을 팔로우한 것 등은 실수일 수는 있지만 직장을 잃어야 할 정도의 범죄 행위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그럼에도 쉽게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이전에 메갈과 관련된 인물들이 당장 문제가 되니 사과문으로 면피를 했다가 뒤에 가서는 다시 본색을 드러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지속적이고 전사적인 교육을 비롯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유저 여러분께 드리고 싶다”며 “이런 문제에 있어 끝없는 경계와 주의 외에 다른 해결책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넥슨 측은 27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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