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유력한 여권의 대선 후보로 꼽혔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가운데, 여권의 재편에도 향후 대선 국면이 크게 요동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반문재인’ 세력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15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대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앞으로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막중한 책무에 전념하고자 한다”며 “두 달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를 엄정하고 공정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의 대선 불출마는 전체 대선 국면을 뒤집을 정도의 큰 변수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번 대선은 이미 정권교체라는 촛불민심의 요구를 받아 안은 야권에 유리한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제외한 어느 정당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현재 ‘민주당 대세론’ 구도를 뒤집을 수는 없다. 오히려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 선언이 보수에 미칠 영향보다는 야권에 미칠 영향이 더욱 크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3월3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불법사금융피해자 및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3월3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불법사금융피해자 및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윤태곤 의제와전략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황 권한대행을 지지하던 지지층은 장기적으로 두 그룹으로 나눠질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층 중 황 권한대행을 지지하던 그룹은 자유한국당 후보로,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전 대표가 안되기 때문에 (황 권한대행을) 지지하던 그룹은 안희정·안철수 후보 쪽으로 갈 가능성”을 언급했다.

윤 실장은 “장기적으로 문재인 전 대표가 아닌 안희정 지사나 안철수 전 대표 등 ‘비문 진영’으로 가는 지지율이 얼마나 강해질 것인지가 관건이다.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가 안희정·안철수 등 두 후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긴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도 1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황교안 대행을 지지하던 10%가 어느 한 후보로 갈 수 없는 국면”이라며 “일부는 차라리 정권교체 되는 것으로, 문재인 전 대표가 아닌 대안은 누구인지를 관망할 것이다. 그것도 안 보이면 아예 대선에 대한 관심을 저버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15일 오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들이 개헌안 추진을 합의한 것도 유력 보수진영 후보가 없어진 대선 구도의 관전 포인트다. 개헌안의 발의와 통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미지수이지만, 만에 하나 현실화된다면 모호한 제3지대라는 구호 대신 그나마 명분을 갖고 있는 ‘개헌’을 중심으로 '비문' 세력화가 구체화될 가능성도 펼쳐진다는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대선캠프 인사 영입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오전 문 전 대표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새롭게 대선 캠프에 함류한다고 밝혔다. 사진=포커스뉴스
▲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대선캠프 인사 영입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오전 문 전 대표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새롭게 대선 캠프에 함류한다고 밝혔다. 사진=포커스뉴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발의 등 추진 과정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발의하고, 국회에서 표결을 거치는 과정에 온다면 민주당 내 개헌파가 상당수인데 (민주당 당론과 다른 개헌안 가결 쪽으로의) 이탈표가 얼마나 생길 것이냐”가 변수라고 꼽았다.

이 대표는 “김종인 전 대표 측에서도 (민주당 내) 개헌파들이 움직일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후보 간 ‘비문 연대’ 틀을 떠나 개헌이라는 이슈를 가지고 새로운 대립 국면이나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민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연대가 없는 독자 정권인데, 개헌을 통해서 차라리 (연대 고리를) 가져가고 싶은 상황에 대한 야당 내 세력이 생긴다면 대선 이전에 사실상 비문연대 등 다른 형태의 하나의 큰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현재까지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로 출마선언을 했거나 할 예정인 인물은 △홍준표 경남도지사 △원유철 의원 △안상수 의원 △조경태 의원 △김진태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이인제 전 의원 △박판석 전 새누리당 부대변인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이다. 현재 홍준표 지사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유의미한 지지율을 기록한 후보는 없다.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이처럼 난립하는 것은 대선이 아닌 대선 이후 보수 진영의 재편을 꿈꾸는 움직임이다. 지지율은 낮지만 자유한국당은 의석 수만 94석으로, 원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당이다. 대선 이후 보수세력의 재편을 꿈꾸며 대선 국면을 이용해 인지도를 높이고 세력화에 나선 셈이다.

윤태곤 실장은 “나도 어쩌면 대통령 후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라며 “대선 이후 자신의 정치행보에 도움이 된다.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본선에서) TV토론회도 나가면서, 기본적으로 지지율은 오르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일 대표는 “‘박근혜 지키기’ 후보가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가 되느냐의 여부”를 향후 자유한국당의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이 대표는 “이에 따라 타 당과의 연대나 연정 등 여러 가능성이 열릴 수도 닫힐 수도 있다. 새로운 보수 가치를 정립한 후보가 나오면 연립이 가능하겠지만, ‘박근혜 지키기’ 후보가 된다면 자유한국당은 독자노선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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