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일부 수구 보수 매체는 ‘적폐청산’을 외치는 민심을 호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빈축을 사고 있다. 이러한 일부 수구 보수 매체의 행태는 이들이 지난 2012년 대선 정국에서부터 작년 하반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전까지 박근혜 비선실세의 실체와 국정농단에 대해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 대표적인 ‘적폐집단’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광화문 촛불집회 중단, 세월호 추모관 철거 윽박지른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선고된 다음날(11일) 사설 <분열 대립을 멈추고 나라를 생각해야 한다>에서 최순실 등 비선실세의 사익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이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이 “결정적 탄핵 사유”라고 언명했다. 그러면서도 조선일보는 “헌재가 다른 상당 부분의 탄핵 소추 내용을 배척한 것은 모두 유념해야 한다”면서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의 이유로 소위 ‘잃어버린 7시간’이라 불리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대통령의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및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 문제가 인용되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 박근혜씨 탄핵 결정 다음 날인 3월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20차 범국민 행동의 날, 촛불과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에서 참가자들이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박근혜씨 탄핵 결정 다음 날인 3월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20차 범국민 행동의 날, 촛불과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에서 참가자들이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조선일보는 “세월호 희생자 발생과 대통령의 당일 직무 수행은 직접 연관이 없는 것으로 이미 밝혀져 있다”며 “그런데도 사회 일각은 7시간에 대한 온갖 거짓을 만들어냈고 국회는 이 내용을 탄핵소추안에 포함시키는 상식 밖의 행태를 보였다”고 맹비난했다. 조선일보는 또 “탄핵에 반대한 사람들의 충심을 폄훼하지 않고 존중하는 것이 탄핵 찬성 측의 ‘승복’”이라면서 “11일 촛불 축하집회부터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13일 사설 <광화문광장 흉물 천막들 이제 걷어낼 때다>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작년 10월 말 이래 촛불시위를 통해 박근혜 탄핵 및 파면을 이끌어 낸 시민들을 맹비난했다.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주최 측은 촛불 집회를 이날(11일)로 일단 마무리 짓기로 했다. 당연한 일이다”라고 언명했다. 그러면서 “촛불 단체들은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70여개의 천막도 치우길 바란다”며 “흉물도 이런 흉물이 없다”고 심한 독설을 퍼부었다. 또한 “시민과 관광객들이 이 광경에 혀를 찬 지가 벌써 몇 달째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이제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세월호 천막도 이제는 걷어야 한다”며 세월호 추모관과 분향소의 철거까지 요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불구속 수사를 주문한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11일 사설 <박 前대통령 진상규명 적극 협조하고 檢 불구속수사를>에서 생뚱맞게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불구속 수사를 주문했다. 동아일보는 “박 전 대통령이 수사에 성심껏 응하면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 차원에서 불구속 수사를 하기 바란다”며 “박 전 대통령이 이 나라에서 어디로 도주하겠으며 이제 와서 더 무슨 증거를 인멸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같은 날 사설 <‘분노의 광장’에서 일상으로 돌아가야>에서는 “그동안 탄핵을 요구했던 시민들도 이제 촛불을 내려놓기 바란다”며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대통령을 탄핵시킨 것은 헌정사에 남을 일이지만 이에 도취해 탄핵 반대 시민들과 충돌을 초래한다면 촛불의 의미는 퇴색할 것”이라고 촛불집회 중단을 압박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또 13일 사설 <대한민국 덮치는 ‘위기의 삼각파도’ 우리는 넘을 수 있다>에서 전날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이 헌재 탄핵심판 결정에 대한 불복의 메시지를 첫 일성으로 내놓은 것에 대해 “끝내 승복을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진정한 통합은 적폐를 덮고 가는 봉합이 아니다”라고 말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국가적 위기에 잘잘못을 따지고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것이 온당한가”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적폐청산’ 무산을 노리는 조선·동아

이러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논조는 한 마디로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더욱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적폐청산’을 무산시키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박근혜 정권 적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에 관해 다시금 노골적인 훼방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던져주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문 어디에도 박 전 대통령의 생명권 보호 의무 및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이 없으며, 오히려 보충의견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성실하게 직책을 수행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헌재 판결문 취지를 호도하고 광화문 추모관의 철거까지 겁박하는 등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가슴에 대놓고 ‘대못’을 박은 것이다. 이 같은 조선일보의 행태는 세월호 참사 및 박근혜 정권의 진상 규명 방해 행위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 탄핵 결정으로 파면된 박근혜씨가 청와대에서 퇴거 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에 도착했다. 박근혜씨는 지지자 등과 인사를 했다. 사진=포커스뉴스
▲ 탄핵 결정으로 파면된 박근혜씨가 청와대에서 퇴거 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에 도착했다. 박근혜씨는 지지자 등과 인사를 했다. 사진=포커스뉴스
동아일보 역시 지난 수개월 간 검찰과 특검 대면조사를 끝끝내 거부한 박 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주문하면서 국정농단 실체 규명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수사야말로 적폐청산을 위한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하면서 구속수사까지 요구하는 국민 대다수의 목소리를 정면으로 거스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행태를 보면 진정한 ‘적폐청산’을 위해서는 수구 보수 매체의 언론권력부터 해체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수구 세력의 부활을 획책하는 족벌 신문들의 언론권력 해체를 위해 더욱 치열한 시민사회의 노력이 기울여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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