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독일로 도피한 최씨와 하루 평균 2회 이상 차명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규철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최씨가 독일로 출국한 지난해 9월3일부터 10월30일 귀국하기 전까지 대통령과 차명 휴대전화로 총 127회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대통령과 최씨가 사용한 차명폰은 모두 윤전추 행정관이 개설해 전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대변인은 “차명폰 사용 기간은 지난해 4월18일부터 10월26일까지며 이 기간 박 대통령과 최씨는 총 570여회 통화했다”고 밝혔다. 

특히 특검은 이들의 통화시기에 주목하고 있는데 JTBC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4일 최씨 태블릿PC 내용이 보도된 직후를 기점으로 통화 빈도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24일부터 25일 새벽까지 박 대통령과 최씨 차명폰 통화는 10여차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튿날 오후 4시 제1차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에 대해 JTBC는 “대통령과 최씨가 연설문 유출 사실 등이 알려진 것에 대한 대응 방침과 대국민사과 등을 논의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또 대국민 사과를 한 다음날도 박 대통령은 최씨의 언니인 최순득씨와 차명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독일에 머물던 최순실 씨의 귀국을 종용했다고 채널A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 집행의 적법성을 따지는 재판에서 박 대통령이 사용한 차명폰을 확보하기 위해 청와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와대 쪽 대리인 강경구 변호사는 “대면조사 등 다른 방법이 있는데도 굳이 압수수색을 하려는 것은 보여주기식 수사”라고 맞섰다. 

▲ 한겨레 1면 기사
▲ 한겨레 1면 기사
중앙일보 “특검이 최순실 특검을 삼성 특검으로 변질”

박영수 특검팀이 5가지 혐의를 추가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 한 것에 대해 친기업 성향 언론사들은 또 삼성을 감싸는 사설을 내놨다. 특히 범삼성가로 불리는 중앙일보는 “특검은 지난 50여 일간 최순실 특검을 사실상 삼성 특검으로 변질시켰다”고 썼다. 

이어 중앙일보는 “거듭된 압수수색과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들의 줄소환으로 ‘변양호 신드롬’만 더 깊게 만들었다. 공무원들이 정상적인 정책판단마저 꺼리고 기업과의 접촉 자체를 외면할 정도”면서 “‘신중한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만큼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썼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에서 “이 부회장은 26일 만에 다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며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같은 혐의로 하루 종일 구치소에 대기하며 구속 여부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이 부회장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동아일보는 “새로운 영장전담판사가 받게 될 심적 압박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가지만 법정 외의 압력에 굴하지 말고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특검이 주장하는 것은 정의를 세우는 것이지, 구속에 매달리는 게 정의를 세우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 중앙일보 사설
▲ 중앙일보 사설
여성 1명 체포, 여성 1명 신병 확보

김정남 독살 관련 용의자로 추정되는 여성 2명 중 1명이 15일 체포됐다고 말레이시아 현지 경찰이 밝혔다. 김정남이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항에서 독살된 경위 등 이번 사건을 둘러싼 각종 미스터리를 풀어낼 핵심 인물이 일단 확보된 셈이다.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에 따르면 이 여성은 여권 확인 결과 베트남 국적으로 이름은 조안 티 흐엉, 나이는 29세로 나와 있다. 이 여성은 이날 베트남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정남이 독살된 현장인 쿠알라룸푸르 공항 제2터미널에 나왔다가 사건 발생 48시간 만인 오전 8시 20분(현지 시간)쯤 체포됐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은 또 다른 여성 용의자 1명의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적이 어디인지를 놓고 혼선이 일고 있다. 경찰은 여성 용의자 외에 20∼50대 남성 4명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 

사망 원인과 살해 방법 등을 밝혀줄 시신 부검도 진행됐다. 이날 북한은 김정남 시신 인도를 요청했지만 말레이시아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오후 2시경 병원에 도착해 부검이 끝날 때까지 머물렀지만 부검 현장엔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정보원은 김정남 독살이 5년 전부터 북한 당국 차원에서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이라고 밝혔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출석해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집권 이후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 조선일보 1면 기사
▲ 조선일보 1면 기사
피의자, 같은 옷 입고 같은 자리 나타난 이유는? 

그러나 여전히 의문점은 남는다. 한겨레는 “우선 국제사회를 뒤흔드는 사건을 저지른 뒤, 공항 폐회로텔레비전에 찍힌 것과 동일한 복장을 한 채 범행 이틀 뒤 바로 ‘현장’에 나타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여성은 애초 경찰 조사에선 “다른 여성의 지시를 받고 김정남에게 어떤 물체를 문질렀다”고 진술했지만, 조서를 작성할 때는 이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성을 뺀 나머지 5명은 갑자기 사라진 것 역시 의문점이다. 또 다른 현지 언론은 이 여성이 범행 뒤 일당 5명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고도 전했다.  

이 때문에 이 여성이 김정남 피살 사건에 어느 정도 깊숙이 연루된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위조한 베트남 여권을 지닌 북한 공작원인지,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하청을 받아 ‘청부살해’를 저지른 것인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 여성이 주범이라면 수사가 급물살을 타겠지만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상황을 잘 모른채 가담한 것이라면 수사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12면 기사
▲ 동아일보 12면 기사
‘안보 드라이브’ 걸기 시작하는 여당

이에 따라 조기대선 국면에 북한 이슈가 돌출했다. 야권은 15일 북한을 비판하면서도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지만 범여권은 북핵 방어용이라면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조속한 배치를 촉구하는 ‘안보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정부는 사건의 명확한 파악과 대책 마련으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안보 이슈가 부각되면 북한과의 대화를 주장해온 야권에 불리한 구도가 형성되고, 북풍 이슈가 커져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국면을 뒤덮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민첩하게 움직인 건 국민의당이었다.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기존 당론을 다시 논의하기 위해 17일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의총에서 반대 당론이 철회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여권은 사드 배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고위당정회의에서 “북한의 핵 고도화 성공으로 안보가 위협받고,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사드로 인한 중국의 통상 압박으로 경제 불안도 커지고 있다”며 위기론을 강조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드 2~3개 포대를 국방예산으로 도입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고 했고, 남경필 경기지사도 “조속히 사드를 배치해 국론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층 불안감을 자극하고 이들을 재결집해 대선판을 흔들려는 의도다.

‘일반인들도 불안?’ 안보 위기 강조하는 동아일보 

이번 상황이 ‘북풍’으로 변질 가능성에 대해 언론들은 다른 해석을 내놨다. 경향신문은 “여권은 안보 불안이 현실화한 만큼 보수층이 결집할 것을 기대하지만, 권력투쟁 밀린 ‘주변인’ 김정남의 피살이 정권교체 민심을 뒤흔들 정도의 충격파가 되기엔 약하다는 분석이 더 많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이번 사건을 한반도 안보에 큰 영향을 줄 사안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이번 사건을 이유로 사드 체계 조기 배치까지 주장하는 것은 정파적 의도가 강하거나 무지의 소치다. 북한과 관련한 일이 생길 때마다 앞뒤 가리지 않고 안보 공세를 펼치는 것은 실효성도 없이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안보 불안을 강조하는 기사를 내놨다. 동아일보는 “탈북자들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탈북자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에는 ‘김정은이 무섭다’는 글이 끊이지 않았다”며 “서울 한복판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일반 시민들도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미사일을 쏜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정은이 형제를 죽였다고 하니 나라 안팎이 불안해질 것 같아 걱정스럽다”는 한 주부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우리편이냐 아니” 는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야권 대선 주자들은 안보관을 물을 때마다 '색깔론'이라면서 아예 묻지도 말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문 전 대표부터 '집권 시 즉각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사드 연기' 입장이 그대로인지부터 밝히라”고 썼다.

▲ 경향신문 사설
▲ 경향신문 사설
자유한국당, 2월 국회 보이콧 

한국당이 2월 국회를 보이콧하면서 15일 예정됐던 상임위가 줄줄이 취소됐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지난 13일 환노위에서 야당 주도로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 MBC노조 탄압 등에 대한 청문회 실시를 의결하자 이에 반발해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야당의 독선과 독주를 막기 위해 모든 상임위 일정을 보이콧하기로 했다”며 “규탄 피케팅을 위해 환경노동위원장실로 집결해달라”고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다만 김정남 피살 사태의 엄중함을 감안해 정보위와 국방위는 예외적으로 참석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비판하고 나섰다. 한겨레는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지도부는 15일 아침에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2월 국회에서 처리할 법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정작 민생·개혁 국회는 외면하면서 김정남 피살 관련 정보위·국방위에만 참여하는 것도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며 “안보 이슈를 띄워 운신의 폭을 넓히고 위축된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얄팍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6면 기사
▲ 경향신문 6면 기사
문재인 조직, 안희정 중도, 이재명 온라인

더불어민주당이 15일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 모집을 시작했다. 민주당은 선거인단 모집 첫날인 이날 오후 9시 현재 약 21만6500명이 등록했다고 밝혔다. 자동으로 등록되는 권리당원 약 19만5000명을 제외하면 2만명 이상이 등록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자동으로 선거권이 부여되는 권리당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외연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문 전 대표 측은 권리당원은 약 20만명 정도로 추산되며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기준으로 할 경우 권리당원 60% 이상은 ‘친문’으로 분류된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무당파,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를 최대한 많이 선거인단으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특히 호남에서 지역 여론을 좌우하는 장년층에 대한 공략이 성공할 경우 집토끼 확보 싸움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열성 지지자들의 온라인 활동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시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경선 선거인단에) 200만명이 참여해서 100만명이 좀 넘게 투표할 걸로 예상하는데 저희는 실제 투표할 사람을 70만명 정도로 보고 이를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