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조카 반주현씨가 뇌물·사기·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돼 기소됐다. 반 전 총장의 동생이자 주현씨의 아버지인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도 함께 기소됐다.

뉴욕 연방검찰 공소장과 보도를 종합하면 2013년 경남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주현씨에게 500만달러를 줘 경남기업 소유 베트남 하노이의 복합빌딩인 ‘랜드마크 72’ 투자자 알선을 요청했다.

이들 부자는 지난 2014년 ‘랜드마크 72’의 매각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중동의 한 관료에게 250만 달러(약 30억 원)의 뇌물을 주려했는데 중간책 역할을 맡았던 말콤 해리스가 50만 달러를 가로채며 세상에 알려졌다.

공소장에 거론된 중동 국가는 카타르이며, 뉴욕 연방검찰은 반기상 전 고문의 신병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현씨는 이미 경남기업 측에 50만 달러를 돌려달라면 한국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한 바 있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사진=포커스뉴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반기문 전 총장의 퇴임과 대권주자로서 본격행보를 앞둔 귀국 직전에 나왔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귀국 후 반 전 총장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해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주현씨 조카 기소 사실을 언급하며 “결국 이 사건으로 심각한 자금위기에 처한 경남기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성완종 회장은 정관계 자금로비 리스트를 남긴 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며 “성완종 회장이 반 전 총장의 마니아이자 스폰서였다는 사실은 이미 홍준표 경남지사에 의해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CBS도 이날 “일각에서는 랜드마크 72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을 비극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으로 보고 있다”며 반 전 총장의 성 회장 죽음 연루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남기업은 랜드마크 72를 지은 후 세계 금융위기와 국내 건설업 침체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2009년과 2013년 두 번이나 워크아웃 대상이 됐다.

반 전 총장이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게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터진 가운데 입국 직전 또 다른 측근 비리의혹이 터진 상황에서 금의환향은 물건너간 상황이다. 반 전 총장은 오는 12일 한국에 입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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