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임종석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이 출석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검찰의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에 대해 ‘과잉·보복 수사’라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도 회의장 좌석 컴퓨터 앞에 ‘과잉·보복 수사 중단하라’고 적힌 피켓을 붙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한국당 소속의 권성동·염동렬 의원에 대해서만 사무실 압수수색 등을 벌이고 있고, 여당 출신 의원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일선 검사가 과잉 수사를 하면 균형을 잡아주는 게 민정수석의 업무”라면서 임 실장에게 노골적으로 검찰 수사에 개입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곽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가 3년째 이어지고 매년 압수수색이 되풀이되면서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 업무를 보면 국가 사정·사법 관련 정책 조정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대통령까지 나서 과잉수사하라고 해도 되겠나. 어느 장사가 3년 검찰 수사를 버티냐”고 몰아붙였다.

▲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이에 임 실장은 “대통령이 반드시 뿌리 뽑고 엄단해야 한다는 건 채용 비리에 대한 내용이었고 공공기관 채용 비리 문제가 국민에게, 특히 청년에게 엄청난 좌절을 주고 있어 덮을 수 없는 문제라고 본다”며 “우리도 이를 사건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 임기 내 채용 비리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대통령이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곽 의원은 “채용 비리를 뿌리 뽑지 말라는 게 아니라 단기간에 정확히 해야지 3~4년씩 수사하게 놔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임 실장이) 나중에 그 직위에서 내려와 민간인이 돼 4~5년씩 수사받을 용의가 있느냐”고도 물었다.

임 실장은 “과거와 달리 (강원랜드) 채용 비리 규모가 훨씬 크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고, 이 사건 수사를 어떻게 할지는 검찰이 판단하고 있다”면서 “사회 부패나 공직기강에 대해 법무부와 업무 조정하는 건 당연히 민정수석의 업무지만, 개별 사건에 대해 검찰에 수사지휘나 의견 제시는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 주는 것’이라는 알베르 카뮈의 말을 인용하며 “담당 검사가 외압을 폭로하고 493명이 청탁에 의해 입사했음이 내부 보고서로 밝혀져 다시는 젊은이들에게 절망 줘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강 의원은 곽 의원 등이 청와대에 수사 조정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선 “검찰 수사를 조정하다가 직전 (우병우) 민정수석이 8년 구형을 받았다”며 “강원랜드 사건이 초기 수사에 실패하고 외압이 이뤄졌음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와 검찰과의 관계는 큰 방향에서 철저히 수사하도록 외압을 막아줄 수 있어야 하고, 그게 청와대 민정수석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곽상도 의원은 이날 운영위에서 성폭력 파문에 휘말린 연극 연출가 이윤택씨와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고 동창 관계임을 언급하며 이씨와 고은 시인 등이 현 정부 출범 후 청와대를 출입한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곽 의원은 “대통령과 성추행범이 같은 자리에 있다는 건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라며 “청와대 안에 엽기적인 여성 비하 발언을 한 탁현민 행정관이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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