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건이 벌어진지 오늘(26일)로서 7년째를 맞았다. 이제는 여당 뿐 아니라 제1야당도 북한도발에 의한 폭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제1야당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이다. 조선일보는 아직도 북한 소행이라고 믿지 않고 황당한 음모론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의문을 차단하는데 부채질을 하고 있다.

그러나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해 여전히 수많은 의문점은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재조사를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천안함 7주기를 맞아 찾은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내의 천안함 선체엔 선저의 스크래치와 함안정기 바닥이 깨짐현상, 프로펠러 휨 현상, 가스터빈의 파공 현상 등 어뢰 폭발과 무관해 보이는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지난 24일 이종구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2010년 채택한 북한 천안함 폭침 규탄 결의안에서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북소행을 삭제한 수정안을 발의한 것과, 유엔안보리에 천안함 진상규명 요구서한을 보낸 것을 두고 “북한을 앞장서서 비호했다”며 “당시 결의안은 248명중 찬성 164 반대 70 기권 3표로 통과됐는데 반대 70명중에서 69명이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비난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해 “69명 중 추미애 대표를 포함해서 19명은 아직도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으로 남아있다”며 “문재인 후보도 지난 대선에서 천안함 폭침에 대해 침몰, 사고라는 표현을 고수하다가 대선 치르기 하루 전 폭침이라고 갑자기 바꿨다”고 주장했다.

이 위의장은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 의원들은 북한 소행이 아니라거나 사고, 침몰, 안보 무능 등 천안함 용사들을 폄훼하는 막말했지만 아직 사과도 안했다”며 “천안함 7주기를 맞아 어떤 말을 할 염치가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과거를 돌아보고 진심으로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후보는 아직 이 같은 비난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문 후보는 26일 오후 천안함 7주기 추모를 위해 대전 현충원에 참배하러 갈 예정이다. 다만 문 후보는 지난달 22일 더불어국방포럼 인사말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 들어서서 불과 1년 만에 천안함, 연평도 또 최근에 목함지뢰 남북 간에 군사적 충돌 때문에 또 북한의 공격 때문에 우리의 NLL도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 뻥 뚫리고 많은 우리 국민들 장병들 아까운 목숨 잃고, 또 다쳤다”고 밝혔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임을 시인한 것이다. 앞서 문 후보는 천안함 사건 2년 여 만인 18대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천안함 사건을 “폭침”이라 규정했으며, 2015년 천안함 5주기 때엔 북한 소행이라고 밝힌 바 있었다.

문 후보 뿐 아니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은 제2회 서해수호의 날이자 곧 천안함 폭침 7주기를 맞는다”며 “우리의 영해를 지키다 산화해 간 천안함 46용사에게 국민과 한 마음으로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안희정 대선후보의 대변인인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24일 논평에서 “제2연평해전 고 윤영하 소령과 5명의 전사자와 19명의 전상자, 천안함 40명의 장병과 6명의 실종자, 연평도 포격 도발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사망자 2명, 그리고 19명의 부상자 그들 모두가 우리들의 영웅”이라고 주장했다.

▲ 24일 경기도 평택의 해군 제2함대에 보관중인 천안함 함수의 우현. 녹이 슬어있는 부분에 철판이 움푹움푹 들어가 있다.  사진=조현호기자
▲ 24일 경기도 평택의 해군 제2함대에 보관중인 천안함 함수의 우현. 녹이 슬어있는 부분에 철판이 움푹움푹 들어가 있다. 사진=조현호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국회 국정조사 또는 천안함 침몰사건진상조사특별위원회의 재가동 등을 촉구하며 정부발표인 북한 어뢰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18대 대선을 겪으면서 공식적으로는 더 이상의 의문과 반론 제기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폭침과 북한소행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며 안보정당 이미지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이런 민주당의 변신에도 조선일보는 더 몰아붙였다. 조선일보는 25일자 사설에서 24일 열린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가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채 민주당 의원 2~3명만 참석한 점을 들어 “야권은 처음부터 천안함 폭침을 북한 소행으로 믿지 않았다”며 “국제 합동 조사단 조사 결과를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소설’이라고 매도했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지지율 1위 문재인 전 대표가 ‘북한 소행’이라고 말한 것은 5년이 지나서였다”며 “그 언급조차 조건을 붙였다 뗐다 하고 있다. 마지못해 하는 느낌이 역력하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북의 소행이 아니라는 황당한 음모론을 퍼뜨리는 사람들과 그걸 믿는 사람들이 있다”며 “자식과 남편을 나라에 바친 유족들 가슴을 후벼 파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의 의문이 분명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발표에 대한 믿음을 강요할 수는 없다. 북한 어뢰설을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음모론’ 딱지를 붙이는 것이야말로 이 사건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이다.

정치권에서 천안함 사건의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는 정의당에서 나온 것이 유일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배진교 대변인은 24일 오후 브리핑에서 “정의당과 심상정 후보는 천안함 침몰의 원인과 관련해 당시 정부조사발표가 국민적 의혹을 온전히 해소하기에 충분치 못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며 “또한, 군사적 힘 대결이 아닌 남북의 적극적 대화와 상호교류가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해법임을 늘 강조해왔다”고 밝혔다.

▲ 24일 경기도 평택의 해군 제2함대에 보관중인 천안함 함수의 좌현 절단면과 함안정기. 움푹 들어간 모습과 바닥이 찢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 24일 경기도 평택의 해군 제2함대에 보관중인 천안함 함수의 좌현 절단면과 함안정기. 움푹 들어간 모습과 바닥이 찢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7주기를 맞아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정도의 목소리도 내놓기 힘든 상태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기자는 천안함 사건 7주기를 맞아 지난 24일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을 찾아 천안함 선체와 천안함 기념관을 견학했다.

이날 본 천안함 선체는 7년이 흘렀지만 손상 상태는 전체적으로 변색되긴 했으나 대체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선체를 보면, 함미 절단면 좌현의 철판이 갑판 방향으로 휘어진 현상, 함수 절단면이 위쪽 방향으로 일부 휘어진 현상, 좌현 함안정기(stabilizer)의 움푹 들어간 현상, 좌현 갑판이 솟아오른 현상 등이 나타난다. 이는 정부가 폭발의 효과라고 주장해온 흔적이었다.

그러나 폭발이 있을 때 반드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논리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는 반론이 제기돼 왔다. 특히 함미 선저 중앙의 좌우측에 길이방향 또는 사선방향으로 2m 이상 나타나있는 스크래치 흔적은 전보다 많이 흐릿해졌지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남아있었다. 이런 흔적은 사고와 관련성이 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조사를 더 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 하나의 근거였다. 또한 앞 쪽으로 휘어져있는 우현 프로펠러는 폭발로 설명이 되지 않는 증거이다. 특히 폭발이 좌현쪽에서 일어났다면서 휘어진 것은 왜 우측 프로펠러만 휘어졌는지에 대해서도 그동안 군과 합동조사단은 설명하지 못했다. 합조단은 이를 관성에 의한 충격력에 따른 축밀림 현상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동안 파공은 전혀 없었다던 합조단의 보고서 내용과 달리 가스터빈실 외판의 파공 현상도 확인이 됐다. 선체만 둘러봐도 이 같은 현상은 폭발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손상이다.

▲ 24일 경기도 평택의 해군 제2함대에 전시중인 천안함 함미의 선저 중앙좌현의 스크래치. 초기보다 흐릿해져있지만 긁힌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
▲ 24일 경기도 평택의 해군 제2함대에 전시중인 천안함 함미의 선저 중앙좌현의 스크래치. 초기보다 흐릿해져있지만 긁힌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

▲ 경기도 평택의 해군 제2함대에 전시중인 천안함 함미의 선저 중앙우현의 스크래치.
▲ 경기도 평택의 해군 제2함대에 전시중인 천안함 함미의 선저 중앙우현의 스크래치.

또한 폭발의 흔적이라던 함안정기의 ‘디싱 현상(Dishing:접시처럼 골재와 골재 사이 철판이 움푹 들어간 현상)’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됐다. 배가 파도를 맞거나 해저 바닥에 닿았을 경우 늘상 생기는 상처라는 것이다. 실제로 천안함 함수 우현을 보면 이처럼 골재와 골재 사이의 외판에 움푹움푹 들어간 흔적이 많다. 이는 폭발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기울어져있다가 생긴 상처이다.

평택 2함대에 함께 보존중인 참수리 357호정을 봐도 이와 유사한 ‘디싱’ 현상이 나타나있다. 하지만 참수리 357호정은 폭발로 침몰한 것이 아니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25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함안정기는 유압으로 바닷속에서 방향을 잡는 것이기 때문에 파도의 영향을 많이 받아 당연히 더 많이 찌그러지는 것”이라며 “왼쪽 함안정기가 더 찌그러진 것은 바닥에 닿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함안정기 바닥이 찢어져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함은 두꺼운 철판을 쓰지 않기 때문에 바다에서 어느 정도 배를 운항하면 저런 디싱 현상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런면에서 저것을 디싱현상이라기 보다 제너럴 웨이브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점점 북한의 폭침을 인정하는 천안함 7주기 분위기를 두고 이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자신의 힘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론을 낸 사건을 기정사실화하는 것 자체가 개탄스럽다”며 “과연 이렇게 넘어갈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정치권 등에서는) 상식적인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해 진실을 알려줄 책임이 있다”며 “아직 사건이 해결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 24일 경기도 평택의 해군 제2함대에 전시중인 천안함 함미의 우현 프로펠러. 전혀 휘어지지 않은 좌현프로펠러와 큰 차이가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 24일 경기도 평택의 해군 제2함대에 전시중인 천안함 함미의 우현 프로펠러. 전혀 휘어지지 않은 좌현프로펠러와 큰 차이가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 24일 경기도 평택의 해군 제2함대에 전시중인 참수리 357호정의 우현 철판이 일부 움푹 들어간 모습이 관측된다. 사진=조현호 기자
▲ 24일 경기도 평택의 해군 제2함대에 전시중인 참수리 357호정의 우현 철판이 일부 움푹 들어간 모습이 관측된다. 사진=조현호 기자
▲ 24일 경기도 평택의 해군 제2함대에 전시중인 천안함 가스터빈실 외판의 좌측 중앙에 파공이 보인다. 아직도 군은 파공의 원인을 설명한 적이 없다. 사진=조현호 기자
▲ 24일 경기도 평택의 해군 제2함대에 전시중인 천안함 가스터빈실 외판의 좌측 중앙에 파공이 보인다. 아직도 군은 파공의 원인을 설명한 적이 없다. 사진=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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