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조선일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앞서 지난 3일 한국일보가 주최한 ‘2018한국포럼’과 15일 한겨레 창간 30주년 기념식에 불참했던 이 총리에 대한 섭섭함이 언론계에서 나온 것.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출신인 이영성 한국일보 부사장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른 언론사 행사 초청을 거부하고서 조선일보 행사에 간 이낙연 총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부사장은 “한국일보 주최 한국포럼에 오지 않은 이낙연 총리”라며 “정중하고 간곡하게 초청했으나 예정된 회의를 이유로 거절했다”고 적었다.

이 부사장은 “이 총리는 한겨레 3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한겨레 역시 정중하게 초청했으나 불참했다. 그 이전에도 다른 언론사 행사엔 이런저런 이유로 가지 않았더군요”라고 적었다.

▲ 조선일보 17일자 1면 사진. 지난 16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조선일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사진=조선일보 1면
▲ 조선일보 17일자 1면 사진. 지난 16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조선일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사진=조선일보 1면
이 부사장은 “바쁘시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오늘 아침(17일) 조선일보를 보니 1면 사진에 이 총리가 보이더군요. 조선일보 주최 콘퍼런스에 참석, 축사까지 했더군요. DJ, 노무현, 문재인을 그토록 비난한 신문인데…”라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한국포럼은 북한을 제외한 북핵 6자회담 당사국 전문가들이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 한자리에 모였다는 데서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 

한겨레에서도 30주년 창간 행사를 맞아 이 총리를 초대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정 문제로 이 총리는 참석하지 못했다. 특히 한겨레는 1988년 동아일보 해직 기자들이 주축이 돼 창간한 언론이라는 점에서 동아일보 기자 출신 이 총리의 불참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겨레 내부에서도 창간 기념식에 불참했던 이 총리가 조선일보 콘퍼런스에 참석한 것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 총리도 두 행사에 불참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겨레 창간 기념식과 같은 시간대에 전직 총리들과 만찬 행사가 있었다. 이 행사 참석자들이 연로했고 앞서 몇 차례 연기됐다가 다시 열렸기 때문에 날짜와 시간을 재조정하기 어려웠다는 것.

국무총리비서실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두 행사 모두 일정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 총리께서 매체를 가려 참석하거나 그러시진 않는다. 지난해에는 언론이 주최하는 행사나 심포지엄에 대부분 참석하셨다”고 말했다.

이 총리가 취임한 지난해부터 언론사들의 행사 초청은 계속됐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엔 언론사 행사 참석을 가능한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모든 행사에 다 참석할 수 없어서다. 다만 이번 한국일보와 한겨레 행사 불참은 일정이 겹쳐서다.  

언론사들이 각종 포럼과 콘퍼런스를 개최하면서 정·관계 고위급 인사를 초청하려 동분서주하는 것은 오랜 관행이다. 고위 인사 참석 여부가 곧 매체 권위와 영향력이라는 인식 탓이다.

▲ 조선일보 17일자 5면. 이낙연 국무총리는 16일 열린 조선일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축사를 통해 “콘퍼런스를 찾아준 세계의 지도자께서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지혜를 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 조선일보 17일자 5면. 이낙연 국무총리는 16일 열린 조선일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축사를 통해 “콘퍼런스를 찾아준 세계의 지도자께서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지혜를 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행사 동원력이 막강하다. 김인규 전 KBS 사장은 “조선일보 창사 기념 행사장에 갔을 때 한 (조선일보) 기자가 끝까지 따라 붙어서 중간에 못 가게 하더라”며 “불편한 것 없냐는 등 두 시간 동안 (붙어 있었다.) 각자가 맡은 사람의 동향을 메모해서 (윗선에) 제출한다. 대한민국에서 방귀 뀌는 사람들 다 모였었다. 편집국 기자 다 동원하는 응집력이 놀랍더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6일 이 총리가 참석한 조선일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는 리자오싱 전 중국 외교부장, 고노 요헤이 전 일본 관방장관,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얀 페터르 발케넨더 전 네덜란드 총리, 정세균 국회의장,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등 15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총리는 축사에서 “최근 한반도 정세가 극적으로 반전되고 있다. 지난달 판문점에서 만난 남북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대한민국은 향후의 모든 과정을 지혜와 용기로 해결할 것”이라며 “콘퍼런스를 찾아준 세계의 지도자께서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지혜를 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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