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보도 참사’ 등과 관련해 MBC 정상화위원회(정상화위) 조사 대상에 오른 박상후 전 MBC 부국장이 연이은 조사 불응으로 지난 28일 대기발령 처분을 받았다.

MBC 홍보부는 미디어오늘에 “정상화위원회 내규에 조사 대상자는 조사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정상화위원회가 박상후 전 부국장의 조사 불응에 대한 인사위원회 조치를 요구했고, 인사위가 조사 이행을 하라는 의미로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노사합의로 출범한 정상화위는 2008년부터 10년 간 MBC ‘공영방송 장악’ 조사를 담당하는 MBC 공식 기구로, 노사 공동위원장 2인 아래 조사 1실·2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조사 대상은 △방송 독립성 침해 △사실 은폐·왜곡 △부당한 업무지시·청탁 △방송·윤리강령, MBC방송제작 가이드라인 등 사규 위반 △기타 진실규명 필요 사안 등이다.

▲ 지난해 2월22일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광장에서 열린 친박집회에 박상후(왼쪽)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극우논객 변희재씨(오른쪽) 옆에 서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해 2월22일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광장에서 열린 친박집회에 박상후(왼쪽)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극우논객 변희재씨(오른쪽) 옆에 서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박상후 전 부국장은 일찍이 MBC 안팎에서 ‘세월호 보도 참사’ 책임자로 지목돼 왔다. 우선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당시 MBC 전국부장이었던 그가 ‘전원구조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도 묵살했다는 의혹이 있다.

한승현 목포 MBC 보도부장은 당시 박상후 전국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취재기자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배 안에 많이 갇혀 있는 것 같더라’는 어민들 말을 들었다고 한다. ‘전원구조’라고 (자막이) 나가면 안 된다고 했지만 (전국부장이) ‘아아, 그래요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끊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선태 당시 목포 MBC 보도국장은 MBC 전국부 대처를 두고 “100% 묵살”이라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박 전 부국장이 세월호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민간 잠수사 사망을 다룬 리포트는 MBC 기자들로부터 “비이성적, 비상식적인 것은 물론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보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분노와 슬픔을 넘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며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 장관과 해양경찰청장 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MBC 기자 121명은 성명을 내고 “국가의 무책임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를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그들(실종자 가족)을 훈계하면서 조급한 비애국적 세력인 것처럼 몰아갔다”고 비판했다.

언론 감시 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의 2014년 5월 보고서에는 “세월호 유가족을 또 한 번 말로 죽인 박상후 전국부장, 말도 안 되는 리포트를 올려도 ‘정권에 유리’한 것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도를 내보낸 김장겸 보도국장, 이 와중에도 ‘MBC 보도가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치켜세우는 안광한 사장이 공영방송 MBC를 침몰시켰다”는 평가가 담겼다.

역시 2014년 5월, 박 전 부국장이 다른 기자의 기사를 출고하는 과정에서 ‘일베(일간베스트) 용어’를 삽입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다이빙 벨 철수’를 다룬 리포트에 ‘녹차 티백’이라는 표현을 넣었다는 것이다. ‘녹차 티백’은 ‘일베’ 이용자들이 다이빙 벨을 조롱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즈음 그가 MBC 사내 게시판에 ‘일베’ 게시글과 유사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지난 2016년 박 전 부국장을 ‘세월호 참사 관련 언론보도 공정성·적정성’ 조사를 위한 증인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그는 조사에 불응했고, 자신에 대한 동행명령장이 발부되자 ‘해외 출장’ 핑계로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특조위는 동행명령장 발부 당시 박 전 부국장이 국내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박 전 부국장은 지난 2014년 회식 자리에서 순천 출신 카메라 기자에게 “홍어였네”라고 말하는 등 지역 폄하 발언, 지난해 3월 자사 리포트 표절 의혹 등으로 논란을 불렀다.

박 전 부국장은 언론탄압 피해자를 자처하고 있다. 지난 27일 자유한국당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에 참석한 박 전 부국장은 “(정상화위는) 인민재판에 회부하기에 앞서 멍석말이를 하는 곳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노조가 저에게 덮어씌우고 있는 것은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 프레임”이라며 “당시 전국부장이었던 저는 자막이 나가는지도 몰랐고 오보를 낸 기자가 저의 지휘계통 아래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상화위원회는 저를 제물로 바치기 위해 계속 대면조사를 요구했지만 이를 수용하면 저들이 쳐놓은 덫에 걸려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저들이 정상화위원회라는 것을 만든 자체부터 언론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MBC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박상후씨는 특정 정당과 손을 잡고 정상화위원회 취지를 부정하며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언행을 이어가고 있다”며 “안타까운 일이다. 본인이 떳떳하다면 절차에 당당하게 응하고 사실대로 소명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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