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3일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뉴스컴) 대표로부터 수천만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김태업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법 서관 425호에서 열린 선고기일에서 “조선일보 나아가 우리 언론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를 상실시킨 사건”이라며 송 전 주필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47만여 원을 선고했다. 금품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를 받았던 박 전 대표는 징역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송 전 주필은 박 전 대표로부터 2007~2015년 기사 청탁 대가로 총 4000만원 상당의 현금 및 수표, 940만원 상당의 상품권과 골프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 서울중앙지법이 13일 오후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뉴스컴) 대표로부터 수천만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사진)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송 전 주필은 미디어오늘 기자의 계속된 질문에 침묵한 채 법정을 떠났다. 사진=이치열 기자
▲ 서울중앙지법이 13일 오후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뉴스컴) 대표로부터 수천만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사진)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송 전 주필은 미디어오늘 기자의 계속된 질문에 침묵한 채 법정을 떠났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 밖에도 송 전 주필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우호적인 칼럼 및 사설을 게재하고 이를 대가로 2011년 9월1일부터 9월9일까지 3900만원 상당의 경비가 소요된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혐의,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부터 2012~2015년 현금 및 상품권 1200만원과 골프 등 접대 500만 원 등을 제공받은 혐의, 2015년 2월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사무실로 불러 고 전 사장의 연임을 청탁한 혐의 등도 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5일 “기자들이 준칙과 윤리강령을 정립해 쌓아온 신뢰가 이 범행으로 무너졌다”며 송 전 주필에게 징역 4년에 추징금 1억648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 주장 중 일부만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과 관련한 송 전 주필의 배임수재 혐의는 무죄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송 전 주필이 채용 부적격자였던 자신의 처조카 입사를 대우조선에 청탁한 사실 등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송희영 피고인은 국내 유력 일간지 언론인으로서 취재·보도·평론 등에 있어 객관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홍보업체 대표 박수환 피고인과 오랜기간 스폰서 관계였다”며 “그로부터 청탁을 받고 골프 접대 등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 기자로서 의무를 저버렸으며 편집인으로서의 권한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 서울중앙지법이 13일 오후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뉴스컴) 대표로부터 수천만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사진)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서울중앙지법이 13일 오후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뉴스컴) 대표로부터 수천만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사진)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조선일보의 공정성과 객관성, 나아가 우리 언론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를 상실케 했다”며 “또 송희영 피고인은 고재호 연임과 관련해 안종범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내 연임을 청탁했고 (그 대가로) 송희영은 고재호에게 (처조카 임아무개씨의) 취업을 청탁했다. 고재호는 자신의 아들이 불합격하는 상황 속에서도 임씨를 채용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송희영 피고인은 개인적 청탁을 위해 자신의 사무실로 (안종범을) 불러내는 등 자신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고 공기업 인사 업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손상시켰다”며 “그럼에도 송희영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고가 나온 뒤 송 전 주필은 “선고 결과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미디어오늘은 만족하겠지”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기자는 송 전 주필에게 “조선일보 기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언론인으로서 부끄럽지 않느냐”, “조선일보는 이 사건 이후 윤리규범을 제정하는 등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입장을 밝혀달라” 등의 질문을 던졌으나 송 전 주필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다만 송 전 주필은 ‘항소 여부’에 대해선 “항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송 전 주필은 미디어오늘 기자 질문을 외면한 채 법원 주차장을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자신의 차량을 발견한 뒤 탑승하고는 서울중앙지법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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