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 본질적 문제인 비핵화에 대해서는 해결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정상회담 이후 계속해서 회담의 성과를 평가절하해온 홍 대표는 30일 기자회견까지 열어 이번 정상회담이 “북핵 폐기 문제에 단 한 걸음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완전한 북핵폐기가 되지 않는다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전환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러한 홍 대표의 인식에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은 물론이고 보수 야당으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도 비판을 더했다.

홍 대표는 30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지난 두 번의 실패가 최악의 북핵 상황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며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핵심 과제인 북핵 폐기 문제가 단 한 걸음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 홍준표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4.27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임화영 기자
▲ 홍준표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4.27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임화영 기자
홍 대표는 오히려 과거의 합의보다 이번 정상회담이 후퇴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지난 2005년 9·19 성명은 제 1조에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을 명기하고 있었고,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10·4 공동선언에서도 북한은 9·19 성명을 성실하게 이행하기로 약속했던 바 있다”며 “이번에는 추상적인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제외하면 어디에도 북한의 핵 포기 약속이 담겨 있지 않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는 우리 안보의 자발적 무장 해제”라며 “앞으로 북한이 선언을 지키라고 시비를 걸면 한미군사합동훈련을 비롯한 군사훈련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홍 대표는 △확성기 방송 중지와 전단 살포 중지는 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이며 △서해 평화수역 합의는 우리 장병이 목숨을 바쳐 지켜낸 NLL을 북한에 내줘야 하는 것이며 △현재 북한은 여전히 ‘조선노동당 규약’에 한반도 적화통일을 목표로 규정하고 있으며 △평화협정으로 전환되면 주한미군이 철수될 수 있고 △북한이 인권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정치권은 홍 대표의 인식이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의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물론 야당으로서 정상회담 합의에서 미진한 부분을 지적하고 보완을 요구할 수는 있고, 신중론 정도야 말할 수 있지만 더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돼야 하는 것”이라며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배알이 뒤틀려 묻지마 반대만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북핵폐기의 로드맵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홍 대표의 주장에 대해 “북핵 문제는 결국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종지부를 찍어야하는 것이고,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그를 위한 길을 터준 것”이라며 “이런 사정을 주변 국가들 모두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유례없는 호응을 보내고 있다는 점은 왜 간과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자유한국당은 국민 정서와 반대로 가고 있다”며 판문점 선언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을 소개하며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

보수 야당으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도 홍 대표의 인식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30일 오전 “어렵사리 피운 한반도 평화의 싹을 위해 남북 정부가 힘을 합치고 있고 심지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정부도 모두 힘을 합치고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서 또다시 속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 싹을 어떻게든 성공시키려고 하는 국제사회의 몸부림인데 유일하게 홍준표 대표만 싹까지 짓밟아버리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하 최고위원은 “지방선거 전이라도 홍준표 대표 퇴출을 위해서 정치권이 힘을 모을 것을 제안한다”고까지 말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김정은 위원장이 세계를 상대로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는 이번 정상합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지켜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거의 악몽을 들추면서 회의적인 평가를 할 것이 아니다”라며 “이 정상회담의 결과가 반드시 이행될 수 있도록 국민적인 염원을 모아야한다고 생각하고, 북미회담의 성공을 위해서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보수적 안보의식을 가진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낙관이나 비관 모두 맞지않다는 신중론을 택했다. 유 대표는 “외교는 상대가 있는 것이고 현재로서 김정은은 패를 다 보이지 않았고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그 패를 아끼고 있는데, 우리는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패를 확인할 때까지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라며 “지금은 섣부른 낙관이나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질문을 하는 기자들에게 “공부를 더하고 와라”, “헌법책을 보고와서 질문하라”는 등 성의 없는 답변을 했다. 

홍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민족 자주의 원칙’은 북한의 대표적인 통일전선전략이자, 한국 내 주사파들의 이념적 토대”라고 말했다. 이에  한 기자가 “박정희 정부 당시 7·4 남북공동성명에도 자주 원칙이 포함돼있는데 그러면 박정희 정부 때도 주사파가 있었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공부하고 질문해라”라고 답했다.

또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국회 비준에 대한 의견을 묻자 “헌법을 좀 보고 질문해라”라고 답하고, 문정인 특보가 북한이 원하는 것은 개방이라고 말했다는 것에 의견을 묻자 “그 분(문정인)은 북한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엉뚱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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