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 달간 드루킹·김기식 관련 MBC 보도가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MBC 내부에서 나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민주언론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는 23일 보고서에서 “이 기간 우리 뉴스는 일관되지 못했다”며 “어느 순간 사건의 본질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지 불분명한 정황이 나열됐다”고 비판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8일 ‘드루킹’ 김씨 사건을 집중 보도했다. 김씨가 2016년에서 2017년 사이에도 딴지일보 게시판 여론조작을 시도(“2016년에도 여론 조작 핵심 공범도 영장”)했고, 구속된 뒤 카페 회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이 정치적 보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 비용 모금을 요청했다는 보도([단독]“‘옥중지시’까지? 체포 이후에도 영향력”) 등이다.

민실위는 첫 번째 보도의 경우 “본문 내용으로는 드루킹이 여권과 연결됐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 단지 예전부터 인터넷 댓글 조작을 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이라며 “그런데 앵커멘트는 ‘진보진영에 유리한 댓글을 달고 공감 수를 조작했다’고 단정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라는 사건 본질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언급도 했다”고 지적했다. ‘옥중 편지’ 보도에 대해서는 “사건의 맥락에 어떻게 다가서는지 잘 와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MBC는 또한 김씨가 주도하는 오프라인 모임 ‘경인선’이 지난해 대선 경선장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활동을 했고(“이번엔 ‘경인선’? 오프라인 모임도 주도”), 당시 대선 과정에서 고소고발이 오간 이후 민주당 측에서 고소 취하를 요청한 명단에 김씨가 포함(“민주당도 드루킹 알았다 추가의혹 제기”)됐다고 보도했는데 민실위는 이 부분 역시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경인선’ 관련 보도에선 경선 현장에서 문 후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다니던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에 가자”라고 말하는 영상과 문 대통령을 향해 경인선을 알고 있었느냐고 묻는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 발언이 담겼는데, 민실위는 “드루킹이 이끄는 조직이 문 후보 지지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본질과 관련 있는 의미를 가지지만 김정숙 여사 육성이 꼭 필요했는지는 의견이 엇갈린다”고 지적했다.

▲ 지난 18일 MBC 뉴스데스크의 '드루킹' 사건 관련 보도. 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처
▲ 지난 18일 MBC 뉴스데스크의 '드루킹' 사건 관련 보도. 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처
민실위는 드루킹 관련 보도를 두고 “전체적으로 사건의 핵심과 얼만큼 관련이 있는지 불분명한 정황과 필요한 팩트가 혼재돼 있는 것으로 비쳤다”고 비판했다. “시청자들은 위 기사들을 통해 ‘뭔가 냄새가 난다’는 인상은 받았지만 본질적인 궁금증을 해소하거나 핵심 쟁점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이다.

민실위는 “핵심 쟁점은 (드루킹의) 브로커 조직이 민주당 또는 김경수 의원 지시에 따라 여론조작을 했는지, 대가로 돈이나 총영사 자리를 거래했는지”라며 △김경수와 드루킹은 얼마나 자주 어떤 내용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았나 △백원우 민정비서관은 왜 드루킹 쪽 추천 인사를 만났나 △민주당은 애초에 왜 드루킹을 고발했나 등의 의문을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 관련 보도의 경우 초반에 소극적 대처를 하다 뒤늦게 ‘공방’에 집중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MBC는 지난 5일 SBS가 지상파 3사 중 처음으로 김 전 원장 논란을 보도한 지 사흘이 지난 뒤에야 “외유성 출장 논란 ‘특혜 준 적 없다’”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금감원을 통한 김 전 원장 본인 해명이 나온 날이었다. 한국당 측의 의혹 제기와 김 원장 반박으로 이뤄진 보도였다.

이후로도 정치권 공방 기사가 이어진 가운데 지난 11일에서야 팩트체크 코너인 ‘새로고침’에서 국회의원의 외유성 출장을 감시할 만한 장치가 없다는 점을 짚었고(“국회의원 해외출장, 어떻게 남의 돈으로 가능?”), 13일 “국회의원 피감 기관 외유 속속 확인…폭로전 양상” 리포트로 의원들이 피감기관 후원을 받아 출장을 다녀온 내역들을 밝혔다. 민실위는 MBC 보도가 ‘야당은 이렇게 공격했다, 여당은 이렇게 반박했다’는 공방 기사의 본질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 지난 11일 MBC 뉴스데스크 '새로고침'은 국회의원 해외출장을 둘러싼 문제점을 짚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처
▲ 지난 11일 MBC 뉴스데스크 '새로고침'은 국회의원 해외출장을 둘러싼 문제점을 짚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처

△김기식 전 의원 출장 목적과 세부 일정, 결과물 △김 의원 해명 사실 여부 △한국당 폭로와 정치 공세 사실 여부와 적절성 등 정작 필요했던 검증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도 지적됐다.

민실위는 “조각난 속보들이 모여 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데일리 뉴스의 이 파편적 속성은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거나, 오보를 내거나, 사건 본질을 잘못 끌고 갈 잠재적 위험성을 언제나 안고 있다”며 “그래서 사건의 본질이 뭐지?”라는 질문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편화된 뉴스로 본질을 왜곡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편집회의가 제 역할을 할 것도 촉구했다. 민실위는 “각 부서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파편화된 속보들 속에 어떤 정보들을 중요하게 다루고 어떤 맥락을 그리고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는 기자 개개인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초인이 아니라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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