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이는 분리공시제 도입에 관해 이동통신 관련 대기업 중 삼성전자만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아 19일 공개한 ‘분리공시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자료에 따르면 LG전자,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분리공시제 도입에 ‘찬성’ 또는 ‘조건부 찬성’ 의견을 밝힌 반면 삼성전자만 ‘반대’ 의견을 냈다.

분리공시제는 핸드폰을 구입할 때 소비자에게 지원되는 보조금(지원금) 중 핸드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얼마나 부담하고 있는지 세부 내역을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분리공시가 되면 제조사의 마케팅 비용을 추산할 수 있어 가격경쟁을 유도하거나, 기기값을 인하하라는 압박을 할 수 있는 등 핸드폰 가격 거품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 사옥. 사진=노컷뉴스.
▲ 삼성전자 사옥. 사진=노컷뉴스.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는 단말기유통법(단통법) 도입 당시 ‘보조금 상한제’와 더불어 ‘분리공시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기획재정부와 제조사가 반대해 법안에서 빠진 채 도입됐다. 일각에서는 단통법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이유를 분리공시제가 빠졌기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방통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핸드폰) 가격은 제품의 성능, 디자인, 수요와 공급 등 시장 상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분리공시가 된다고 해서 단말기 가격이 인하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국내 제조사의 글로벌 경쟁력에 악영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보조금 지급규모가 공개되면 해외에도 같은 수준의 가격인하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반면 LG전자는 “해외 이통사와의 협상과정에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나 시장혼탁을 막고 가계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분리공시 대상을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핸드폰 보조금 뿐 아니라 리베이트(장려금)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리베이트는 제조사가 유통점에 주는 돈으로, 유통점은 마진을 남긴 뒤 일부를 소비자에게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일반적인 보조금과 달리 단통법 적용을 받지 않아 세부적인 리베이트 규모는 공개되지 않는다.

▲ 이동통신 대리점.  ⓒ 연합뉴스
▲ 이동통신 대리점. ⓒ 연합뉴스

같은 핸드폰 제조사면서도 LG전자가 분리공시 도입 찬성 의견을 밝힌 이유는 1등 제조사인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자본력을 앞세워 대규모 리베이트를 유통점에 지급해왔기 때문에 LG전자 입장에서는 피해가 있었다고 여긴 것이다. 특히 LG전자가 G6를 발매하던 시점에 삼성전자가 단통법 적용을 받지 않는 구형 핸드폰들에 대거 리베이트를 지급하면서 사실상 공짜폰처럼 판매하기도 했다.

최명길 의원은 “분리공시제는 보조금 뿐만 아니라 판매장려금에 대해서도 시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도입하는 쪽으로 수렴되고 있기 때문에 국회도 논의를 신속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