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이하 특수본)가 1기 특수본의 '봐주기 수사' 전처를 밟진 않을 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법조인들이 전 대통령 박근혜씨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회장 정연순)은 20일 보도자료를 내 2기 특수본에 '5대 수사과제'를 제시했다.

첫 번째 과제는 철저한 뇌물죄 혐의 규명이다. 박씨는 삼성그룹이 최순실씨 측에 제공한 뇌물 433억 원의 공동 뇌물수수범으로 지목된 피의자다. 민변은 "검찰 특수본의 제1차 수사에서는 재벌들이 협박을 당해 자금을 공여한 직권남용 혐의로만 수사했다"며 "재벌들이 자금공여 대가로 재벌 별 구체적 현안에 대한 지원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진 만큼, 뇌물죄 혐의에 대해 수사할 것"이라 주장했다.

▲ 파면된 후인 지난 3월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파면된 후인 지난 3월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민변은 박씨가 군사상 기밀 및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정부 문건을 최씨에게 넘긴 혐의에 대해서도 엄벌할 것을 촉구했다. 민변은 "공무상 기밀 누설죄 뿐만 아니라, 보다 형이 무거운 군사상·외교상 기밀누설죄 혐의에 대해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대통령 재임 시절 정호성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정부 조직 및 인사관련 문건 13건, 정부부처 및 비서실 보고 문건 14건, 대통령 일정 관련 문건 10건, 대통령 말씀자료 등 문건 10건 등 47건 문건을 최씨에게 넘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사고 있다.

이중엔 외교부가 극도의 보안 유지를 위해 암호명을 설정한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표 파일, 외교부가 3급 비밀로 지정한 '한미 정상회담 및 해외 순방 일정 추진안' 등도 포함됐다.

민변이 특히 강조하는 사건은 최씨가 박씨가 당선인 시절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를 위한 사전시나리오를 받아봤다는 것이다. 문건엔 군이 북한 국방위원회와 세차례 비밀 접촉을 했다는 군사 기밀이 포함됐기에 최씨 및 박씨에게 군사기밀보호법위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군사기밀보호법 제13조 '업무상 군사기밀누설죄'는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한 사람이 군사기밀을 누설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한다. 

검찰이 대통령과 공모관계로 정 전 비서관에게 적용한 형법 제127조 '공무상 비밀의 누설' 혐의는 공무원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정한다.

세 번째 수사 과제는 청와대 국정농단 공작정치와 관련한 박씨의 직권남용 규명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고위공직자 5인이 구속기소된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공작정치 중 하나다.

민변은 "김영한 업무일지 상 'VIP'라는 대통령 지시사항이 나오는 만큼 김기춘 만이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수사할 것"이라 지적했다.

민변은 이어 최씨의 해외 자금 세탁, 부정 축재 등 혐의를 철저히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최순실이 독일 등 해외에서 광범위하게 자금세탁한 정황이 포착된 만큼 관련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민변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미르·K스포츠재단 등 비리를 감찰했던 이석수 특별감찰관 조사를 방해한 직권남용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1기 특수본은 검찰 요직을 거치고 민정 라인을 통해 검찰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우 전 수석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한 전례가 있다. 2기 특수본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잦아들지 않은 상황이다.

박씨에 대한 신속한 구속영장 청구도 요구했다. 민변은 "피의자 박근혜의 증거인멸 우려는 매우 크고, 이처럼 구속사유가 넉넉히 인정되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4개월 넘게 검찰 및 특검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

민변은 "검찰특수본의 제1차 수사는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며 "검찰은 특검의 성과와 국민의 매서운 감시를 명심하고 검찰 2차 특수본은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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