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대선 개표방송 ‘경쟁’이 시작됐다. 5월 ‘장미 대선’을 앞두고 지상파가 이전과는 다른 출구조사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JTBC는 “종편도 출구조사를 할 수 있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는 KBS·MBC·SBS 등 방송3사가 참여하는 ‘방송사 공동 예측조사위원회’(예측조사위)를 통해 오는 5월9일 대선 때 ‘심층 출구조사’를 실시하겠다고 16일 발표했다. 출구조사는 대선 당일 투표를 하고 나오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개표 이전에 결과를 예측하는 것을 말한다.

지상파의 심층 출구조사는 “어느 후보를 찍었습니까”만 묻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어떤 이유로 선택했습니까” “정치성향은 어떻습니가” “차기정부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등 여론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문항을 묻게 된다. 또, 언론학계와 통계학계의 도움을 받아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 지상파 3사 공동 출구조사. 사진=한국방송협회 제공.
▲ 지상파 3사 공동 출구조사. 사진=한국방송협회 제공.

방송협회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선거 출구조사 때 기본적으로 심층조사까지 다 포함하고 있다”면서 “한국 방송업계는 그동안 후보 득표율을 맞추는 데만 매몰돼 있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출구조사에 10억 원 이상 투입되는데 심층조사를 위해서는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지상파가 심층평가를 도입한 배경에는 독점 개표방송을 진행하던 과거와 달리 보도채널, 종합편성채널 등 경쟁자가 많아져 콘텐츠를 차별화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과 달리 대세론이 굳건한 이번 대선은 승자 예측에 대한 중요도가 떨어지다보니 다양한 문항을 통해 내용을 보완할 필요성도 있다.

종편에서도 자체 출구조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자체 출구조사를 하지 않으면 지상파 출구조사가 발표되는 때 지상파에 시청자를 뺏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상파가 지난 지방선거 때 자사 출구조사를 먼저 발표한 JTBC에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무단도용'을 더 이상 하기도 힘들다.

종편 중에서는 JTBC가 직접 출구조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권석천 JTBC 보도국장은 선관위에 'JTBC가 공직선거법상 출구조사를 시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문의했고 지난 2월 선관위는 “문제 없다”고 답했다.

JTBC는 선관위에 스마트폰 앱이나 인터넷 등을 통한 출구조사를 할 수 있는지도 문의했다. JTBC가 지상파와 달리 온라인을 통한 출구조사를 실시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출구조사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실시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JTBC 관계자는 “출구조사 실시 여부는 아직 논의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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