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불구속 바랐던 ‘매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오전 5시35분께 구속됐다. 삼성 창립 이래 총수가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매일경제는 구속 직전까지 삼성을 두둔하며 특검을 비판했다.

법원의 영장발부 결과가 쉽게 예측되지 않고 늦어진 상황에서 17일자 주요 일간지들은 스트레이트나 해설 기사로 전망을 담았으나 이 신문은 사설을 통해 또다시 ‘총수 구속→경제 위기’ 프레임을 꺼냈다.

매일경제는 17일자 사설에서 “특검이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겠다는 집착으로 사실관계나 확실한 증거 없이 한국의 간판기업들을 무리하게 옭아매는 것이라면 큰일”이라며 “이런 짜맞추기 수사로는 국정농단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국익과 국가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게 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매일경제 17일자 사설.
▲ 매일경제 17일자 사설.
이 신문은 또 “특검이 이 부회장을 비롯해 대기업 총수들을 두 달 가까이 출국금지하면서 글로벌 전략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며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총수들의 발이 묶이고 국내외 투자가 지연되면 결국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삼성에 대한 특검의 수사는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8면에서는 “막연한 추측이 사실처럼 왜곡”이라는 삼성 측 입장으로 제목을 뽑는 등 대표 재벌 편향 언론의 모습을 보여줬다.

북한이 배후이길 바라는 언론

말레이시아 정부는 16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이복형 김정남 피살의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는 것에 대해 “현재로서는 그저 추측”이라고 전했다.

반면, 한국은 북한이 사건 배후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국정원은 “정찰총국을 비롯한 북 정보당국이 지속적으로 김정남 암살 기회를 엿보며 준비했다”면서 “오랜 노력의 결과로 이번 암살이 실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북한 소행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경향신문은 “북한 소행설이 주된 기류이지만 석연찮은 부분이 남는다”며 “용의자로 체포된 여성이 폐쇄회로(CCTV) 노출 위험에도 얼굴을 가리지 않았고, 범행 이틀 뒤 사건 현장에 다시 나타나는 등 허술한 점을 노출했기 때문”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 조선일보 17일자 5면.
▲ 조선일보 17일자 5면.
외려 신중을 기할 언론들이 북한 소행을 단정했다. 조선일보는 17일자 5면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복형 김정남을 갑작스럽게 암살한 것은 외교가에서 끊임없이 제기·확산되고 있는 ‘북한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론’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김정남 피살사건은 북한이 사주한 국제범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이번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드러나면”이라고 가정한 뒤 “북한 정권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는 물론 세계 평화까지 위협한다는 주장이 확산돼 북한 정권 교체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며 “설득이나 협상으로 북한 정권의 위험성을 순화하거나 제거할 수 없으며 오직 정권 교체만이 세계 평화와 북한 주민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허문명 동아일보 논설위원도 “김정은의 치명적 惡手”라는 칼럼에서 “살인 테러의 주체는 정찰총국 또는 보위성이 거론된다”, “중국의 보호 외에 의지할 곳 없는 김정남 제거는 추종자를 포함해 지배세력 제거 차원인 장성택 제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쉬운 일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 사설이 주목할 만하다. 김정남 피살을 북한과 연결해 ‘안보 불안’ 프레임을 꺼내든 정치권과 보수세력을 비판했다.

▲ 동아일보 17일자 허문명 칼럼.
▲ 동아일보 17일자 허문명 칼럼.
경향신문은 “김정남 피살 사건이 한반도 안보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 반인륜적인 김정은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분이 대북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렇지만 한반도 안보를 좌우할 만큼 직접적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김정남 피살 사건은 아직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북한의 개입 가능성만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을 뿐 범행 주체 등 세부적인 내용은 불명확하다”며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 2명의 국적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로 드러나는 등 다국적 범죄의 성격을 띠는 점은 사건이 생각보다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홍준표 띄우는 보수언론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6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홍 지사는 “절망과 무력감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언론들은 대선 출마를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보수언론들이 그랬다. 보수진영에 유력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홍 지사라도 띄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 조선일보(왼쪽)와 동아일보 17일자 홍준표 경남도지사 무죄 기사 크기 비교.
▲ 조선일보(왼쪽)와 동아일보 17일자 홍준표 경남도지사 무죄 기사 크기 비교.
조선일보는 17일 8면에서 “홍준표 ‘천하대란…’ 언급하며 대선 채비”라고 톱뉴스 제목을 뽑고 “홍준표 경남지사가 16일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2심 무죄 판결을 받음에 따라 보수 진영 대선 레이스에 상당한 변수가 생겼다”고 했다.

이어 “한국당 내에선 ‘홍 지사가 친박계를 강하게 비판함으로써 친박계가 미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대선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해석도 나왔다”며 “홍 지사가 이날 친박계와 강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인 것은 보수층 유권자에게 직접 어필해 단숨에 유력 대선 주자로 진입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도 “홍준표 ‘성완종 1억’ 혐의 무죄 보수진영 다크호스로 부상하나”라고 제목을 뽑고 6면 사이드로 배치했다. 국민일보도 “‘족쇄’ 풀린 홍준표, 대선 출마 열어뒀다”라며 12면 톱뉴스로 전했다. 한겨레와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기사 하단 구석에 배치했다.

‘성완종 리스트’ 특종을 했던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검찰 내에서 ‘무죄 선고를 작심하고 법리를 꿰맞춘 정무적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대법원에서는 이런 터무니없는 의문점들이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중앙일보(왼쪽)와 한겨레 17일자 홍준표 경남도지사 무죄 기사 크기 비교.
▲ 중앙일보(왼쪽)와 한겨레 17일자 홍준표 경남도지사 무죄 기사 크기 비교.
박근혜 탄핵 3월10일 선고 전망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마지막 변론을 24일 열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선고일은 3월10일께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17일자에는 탄핵심판을 다룬 사설이 많았다. 한겨레와 한국일보 비판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했다. 

한겨레는 “탄핵 당사자인 박 대통령의 직접 출석을 핑계 삼아 심판을 늦춰볼 생각이라면 진작에 포기하는 게 옳다”라며 “대통령이 최후진술을 하겠다면 국회 소추인단의 신문에도 응하는 게 당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할 것이라면 신문부터 받으라는 것이다.

▲ 한겨레 17일자 사설.
▲ 한겨레 17일자 사설.
한겨레는 “(대통령 쪽 요구에) 출석한 증인들도 탄핵 사유에 직접 연결된 새로운 증언은 딱히 없다”며 “불륜설이나 고영태씨의 재단 장악 음모설 등 탄핵심판의 핵심과 거리가 먼 엉뚱한 ‘막장드라마’로 본질을 흐리는 신문만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헌재는 이미 충분히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결단할 때”라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박 대통령 측은 더 이상의 시간 끌기 전략은 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깨닫고 남은 재판 일정에 적극 협력하는 게 옳다”며 “대통령 탄핵심판은 우리 헌정사는 물론 사법사(司法史)에 길이 남을 재판이다. 이런 역사적 의미를 안다면 대통령 대리인단도 실체적 진실 규명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가 강조하는 것은 역시 ‘질서’다. 이 신문은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를 동일선에 놓고 평가하며 “적대와 선동, 저주의 목소리가 넘쳐난다”며 “선고 후에는 어느 한쪽이 불복(不服)하면서 나라 전체가 큰 소용돌이 속에 휩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국회를 향해 “의원총회를 열어 승복과 집회 불참을 공식 선언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집회 참여를 독려하거나 선동하는 정당과 대선 주자들이 있다면 국민들이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보가 불안하다고 부추겼다. 조선일보는 “지금 이 나라는 안팎으로 큰 불안 속에 휩싸여 있다”며 “북은 새로운 차원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해 발사 준비 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산악지대에서도 쏠 수 있게 됐다. 그다음 날엔 김정은의 이복(異腹)형 김정남이 피살당했다”고 말한 뒤 “여야 정치권과 시위대 모두 정말 자중(自重)해야 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 조선일보 17일자 사설.
▲ 조선일보 17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헌재는 그동안 절차적 공정성과 법리적 정당성을 최대한 지키며 심리를 진행해왔다고 본다”고 평가한 뒤 “더 이상의 국정 공백 상태를 방치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심증과 물증을 확보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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