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회장 일가가 난치병 연구목적으로 기증되거나 유료로 보관된 제대혈을 이용해 불법으로 제대혈 주사를 맞은 사실이 확인되자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제대혈 기증 및 보관사업에 참여한 엄마들·엄지당(엄마들이 지지하고 엄마들을 지지하는 정당) 준비위원회 관계자 10여명은 서울 강남차병원 앞에서 ‘생명을 살리라고 기증한 제대혈, VIP 피부관리에 쓴 차병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대혈은 탯줄에서 나오기 때문에 태어날 때 단 한번 얻을 수 있고, 줄기세포가 많이 들어있어 난치병 치료와 연구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산모들은 민간 제대혈은행에 2~3백만원 정도의 사비를 들여 유료보관하거나, 난치병 연구에 기부하는 의미로 기증을 해왔다.

현행법상 제대혈은 연구용으로 기증한 경우 치료·연구 목적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투여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말 복지부 조사결과, 차 회장 부부와 차 회장의 부친인 차경섭 명예 이사장 등은 연구 대상으로 등록하지 않고 모두 9차례 제대혈 시술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세 아이의 엄마이며 생명공학을 전공했다는 김미선 씨는 14년전 마흔살이 다되어 낳은 셋째 아이의 제대혈을 차병원에 유료로 보관했다. 아이의 형제, 자매 부모가 혹여 불치병에 걸렸을 때 막내 아이의 제대혈로 치료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아이가 탈 없이 자라주면 좋겠지만 노산이었기 때문에 기증할까 맡길까 굉장히 많이 고민을 하다가 15년간 보관하고 그 후에 기증하는 방식으로 결정했었다. 김씨는 “생명공학을 전공해서 제대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고 있기에 연구와 보관사업을 응원하는 기쁜 맘으로 참여했었지만 이번에 뉴스를 접하고 개인적으로 차병원 찾아가서 내 아이 제대혈을 돌려달라고 말을 할까 굉장히 고민했었는데 오늘 기자회견 있어서 기쁜 맘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삼성동에서 7살 딸을 키우는 엄마 도영경 씨는 “차병원에서 제대혈 위탁사업을 하는 차바이오텍은 한해에 제대혈 보관사업으로 만건 이상을 접수 받는다. 산모들은 자비로 2-3백만원을 지출한다. 차바이오텍은 산모들로부터 돈을 받고 정부지원금도 막대하게 챙기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정부지원금이 굉장히 늘었다. 이는 이중으로 폭리를 취한 거다. 엄마들이 아이 낳을 때 병원비, 조리원비, 출산용품비로 돈 많이 드는데 아이의 건강과 미래 후손들의 행복을 위해 큰 돈을 들여 어려운 결정을 하는 것이다. 차마 형편이 안되면 아이의 제대혈을 난치병 치료나 연구 같은 좋은 일에 쓸 수 있다고 해서 기증하는데 그것들이 제대로 관리되고 순수하게 연구목적으로 쓰이지 않고 개인의 미용과 회춘을 목적으로 VIP에게 놨다는 것에 엄마들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 이 자리에 못 나온 많은 엄마들의 분노하는 마음이 모여서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 앞으로 차병원그룹의 제대혈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며 사용되고 관리돼 왔는지를 밝혀낼거다. 엄마들은 화나게 한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발붙일 곳이 없다는 것을 꼭 보여줄거다.”라고 말했다.

엄지당 준비위원회의 김은진 교수(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는 “저는 생명공학 관련 법을 가르친다. 인체와 관련된 실험에 있어 우리는 이미 ‘황우석 사태’라는 엄청난 사건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 당시 과연 인체유래물(인체로부터 추출한 물질)을 가지고 의학적 연구를 할 때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가가 쟁점이 됐고 그 과정을 통해 생명윤리와 안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그때 그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해결방안을 찾았다면 10년이 넘은 지금 이런 문제가 터지지 않았을 거다."라고 개탄했다. 

▲ 차병원이나 타병원에 제대혈을 맡기거나 기증한 엄마들 10여명은 10일 오전 서울 강남차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증 제대혈로 사리사욕 채운 차병원을 철저히 수사해야 하며, 차병원의 제대혈 관리실태와 사용내역 공개 등 진상규명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 교수는 "생명윤리와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제대혈 같은 인체유래물 관련 연구는 기증자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고 그에 따라 연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차병원은 이것을 미용의 용도로 썼다. 애초에 제대혈 기증받을 때 기증산모에게 제공한 정보가 허위였단 거다. 허위정보를 제공했을 때는 생명윤리법에 의한 벌칙은 당연하고 형사법적으로도 처벌해야 한다. 어제 뉴스에서 보건복지부가, 사용한 사람은 의료기관이기 때문에 시술한 의사들은 처벌할 수 있지만 시술을 받은 사람들은 처벌할 수 없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많은 법에서 행위자도 처벌하지만 그 행위자가 속해있는 대표자도 처벌하게 돼 있다. 차병원그룹 대표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시술을 받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법망에서 빠져나가게 하겠다는 발표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일해야 하는 정부기관인 보건복지부가 했다는 것도 큰 문제다. 이 사건을 계기로 관리감독을 못한 보건복지부에 대한 조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강남차병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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