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시행한 고위공무원 4명이 오는 2~3일 내로 구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 정무수석실 - 교육문화수석실 - 문화체육관광부’로 가닥이 잡히는 지시 라인 중 정무수석 비서관에게까지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으로, 특검이 블랙리스트 몸통 수사를 위한 발판을 놓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9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 관련, 현재 (특검팀이) 피의자로 인지한 4명에 대해 오늘 중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조윤선 장관 및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이번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면 그 이후 소환될 것”이라 밝혔다.

▲ 1월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 사무실에서 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이 수사 진행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특검팀의 구속영장 청구 대상에 오른 4명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정무수석 비서관 등으로 지시를 주도적으로 집행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교육문화 및 정무수석실,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공무원이다.

주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다. 이 대변인은 “관련 여부에 따라 위증죄 적용 여부도 고려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 이 대변인은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등에 따라 특정인을 문화예술정책 예산 지원 사업에서 배제하거나 적극 지원한 정황을 파악했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시행 책임자에 대한 엄벌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이 대변인은 지난 5일 정례브리핑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가) 특검 수사대상인지에 관해 논란이 있으나, 특검법에 따라 수사대상임이 명확하다”고 밝힌 데 이어 9일에도 “특검은 고위공무원이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을 작성해 시행한 경위가 국민 사상 및 표현 자유를 심각히 훼손한 것이라 판단하고 문화계 지원배제 명단 작성 및 시행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 물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1월8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이 외 관련자의 구속여부에 관해 특검은 명확한 답을 밝히지 않았다.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소환된 바 있는 김낙중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행정관(현 LA한국문화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 이 대변인은 “현재 신병처리 관련해 말할 수 있는 건 4명 정도”라고 답했다.

김희범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현 주프랑스대사관 대사),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현 숙명여대 교수) 등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특검 소환조사를 받은 인물에 대해서도 특검팀은 “이들 중 피의자 신분이 있으나 수사 여건 상 아직 누가 피의자 신분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모철민 전 수석과 김소영 전 비서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문체부에 전달한 핵심 인사로 꼽혀왔다.

위 4명이 엄중처벌 대상이 된 이유가 ‘말맞추기’나 증거인멸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이냐는 지적에 이 대변인은 “그런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각자 진술이 일치되는 부분도 있고 배치되는 부분도 있다”고 답했다.

▲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사진공동취재단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조윤선 전 장관,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대한 소환 조사 및 구속 단계로 이어지는 발판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블랙리스트 작성의 진원지가 정무수석실 및 청와대 비서실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아 적은 것으로 알려진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엔 정부 비판적인 문화계 및 영화계 인사들을 파악하라는 지시가 적혀 있다.

다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체부가 가진 일부 블랙리스트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서 내려왔고 교육문화수석실은 정무수석실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윤선 장관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대통령 비서실 정무수석을 역임했다.

SBS가 입수한 일부 블랙리스트 명단에는 국정원과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도 확인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블랙리스트에 적힌 ‘K’는 국정원의 판단, ‘B’는 청와대의 판단이라는 뜻이라 밝힌 바 있다.

▲ 2016년 12월29일 오전 헌법재판소앞에서 '박근혜퇴진과 시민정부 구서을 위한 예술행동위'가 주최한 '블랙리스트 관련 조윤선 문체부장관의 증거인멸 중단 및 사퇴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문화예술인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한편 특검팀은 삼성 등 기업의 금품 제공 의혹과 관련해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장충기 삼성전자 사장을 소환해 조사 중으로 이들 신분은 수사 상황에 따라 피의자로 변경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뇌물공여죄 의혹, 정유라 학사 비리 의혹 등 주요 수사 대상과 관련해 핵심 피의자 소환 조사를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외한 주요 삼성그룹 관계자들을 대부분 소환조사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 및 최순실씨에 대한 소환 조사도 특검의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대변인은 “이재용 소환 여부는 구체 일정이 아직 안 잡혔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이미 피의자로 입건됐지만 특검에서 공식적으로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추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거듭된 특검 소환 조사 통보에 응하지 않는 최씨에 대해 이 대변인은 “현재 수사팀에서 업무방해, 뇌물죄 관련 등 몇가지 혐의로 입건된 상황”이라면서 “일부 혐의가 인지돼 언제든지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최씨는 특검 소환 조사에 강제로 응할 수 밖에 없다.

최씨의 딸 정유라 학사 비리 의혹과 관련해선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등에 대한 소환 조사가 남아있다. 현재 덴마크 올보르 시 구치소에 구금된 정유라의 여권무효화 조치가 오는 10일에 예정된 데 따라, 강제 송환 혹은 강제 추방 조치가 이뤄지면 정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신속히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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