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 선거 망치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필리버스터 중단 여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열렸던 지난달 29일 저녁, 김종인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했다는 말이다. “이념 논쟁으로는 우리당에 좋을 게 없다”면서 “경제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납작 엎드렸고 다음날 이 원내대표의 눈물의 연설을 끝으로 필리버스터는 종료됐다. 결국 3월2일, 테러방지법은 새누리당 의원들만 참석해 과반을 넘겨 통과됐다. 오래 전부터 더불어민주당은 정당이라기 보다는 야당 국회의원들의 친목 모임 같...
“역대 최악의 무능·식물 국회.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표”. 주류 언론은 19대 국회를 임기 내내 난타했다. “법안 1만 건 자동 폐기. 생산성과 입법효율성 낙제 수준”. 언론이 국회에 후한 점수를 매긴다면, 그 자체가 뉴스거리다. 19대국회라고 예외일 리 없다. 아무리 봐줘도 낙제점이다. 하지만 국회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따지는 언론의 평가 잣대는 왠지 거부감을 일으킨다. ‘국회가 법률제조 공장인가’라는 의문 때문이다. 어찌 보면, 19대국회는 ‘동물국회’라는 18대의 오명을 씻어내고, 진일보한 의회였다. ‘국회선진화법’의 ...
‘응답하라 1988’의 복고열풍이 출판시장에도 불어 온 것일까. 1988년 교보문고 자료에 따르면, 베스트셀러 1위부터 3위를 서정윤의 ‘홀로서기’, 에리히 캐스트너의 ‘마주보기’,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등 시집이 휩쓸었다. 2016년 2월 말을 기준으로 교보문고 종합 200위까지의 책들 중에도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판본,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백석의 ‘사슴’ 초판본 등 시집들이 돋보인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시집의 판매가 전년 대비 36% 신장했다고 하는데, 가히 ‘시의 전성시대’라 부를 만 하다. 198...
무박 9일 183시간 동안 이어졌던 필리버스터가 끝났습니다. "한 글자도 고칠 수 없다"던 테러방지법은 결국 원안 그대로 통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의회 민주주의의 가치를 발견했다는 찬사와 선거법의 발목을 잡고 선거운동에 악용했다는 비판이 교차합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고백이 한국 정치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필리버스터 연설에서 건져낸 빛나는 발언을 모아봤습니다.
박근혜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2012년 5월 2일, 바로 그 당이 주도해서 국회에서 의결한 ‘국회선진화법’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라는 말로 이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지난 23일 오후 7시 5분 국회에서 시작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합리적 의사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가 27일 밤 11시 5분이 지나면서 100시간을 돌파했다. AP통신은 27일자 서울발 기사를 통해 “한국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필리버스터가 90시간을 초과해 세계 역사상 가장 긴 기록 중 하나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기존...
필리버스터의 파급효과가 정치뉴스의 강고한 프레임까지 무너뜨릴 기세로 거세지고 있다. 주류 언론들은 슬그머니 ‘침묵의 카르텔’ 속으로 철수했지만, 필리버스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는 새로운 말길과 글길을 따라 일파만파 퍼져가고 있다. 무제한 토론의 막이 오른 직후, 국회 정론관에 상주하는 규모 큰 언론사의 정치부 기자들은 봇물이 터진 듯 기사를 쏟아냈었다. “신기록 갱신” “요실금 팬티까지 챙겨” 따위의 기사들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SNS의 반격은 예리했다. “스포츠 게임 중계하나” “시간만 재지 말고 내용도 전달해...
지난 23일 7시경 시작된 직권 상정된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가 가동됐다. 오후 9시30분에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시작해 40시간을 넘겨 진행되고 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가로막힌 새누리당은 “국가 보안법 위반, 좌파시민단체 소속”등으로 맹비난했고, 보수언론들은 의도적으로 보도를 하지 않았다. 보수언론들의 25일자 지면신문 1면 어디에서도 필리버스터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고, 경향,한겨레만이 필리버스터 내용을 1면에 실었다. 미디어오늘은 보수언론들은 필리버스터 대신 어떤 기사를 실었는지 카드...
“우리 남한 국민은 너나 할 것 없이 사무삼과(四無三過)에 빠져 있다. 핵에 대해서 무지하고 무관심하고 무감각하고 무민족적이다. 핵에 대해서 인간 이성을 과신하고 기계의 정밀성을 과신하고 군사력을 과신한다.” 돌아가신 리영희 선생이 1988년에 썼던 글 가운데 일부다. 리 선생은 “무지란 핵 기술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 땅에 남의 핵 무기가 들어와 있으면 안전하다고 착각하는 무식함”이라고 비판하곤 했다. ‘우상 파괴자’를 자처했던 리 선생이 돌아가신지 5년이 지났지만 리 선생의 글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최...
최기화 MBC 보도국장이 취재기자들에게 막말과 욕설을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미디어오늘과 한겨레 등 일선 취재기자들의 취재요청에 언론사 간부로서 기본적인 품위유지는커녕 공식적인 취재협조에 반말과 욕설로 대응하는 것은 공영방송사 보도국장의 저급한 수준을 드러낸 잘못된 처사다. 공개적 사과가 필요하며 징계감이다.관련 기사 : MBC 보도국장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X새끼, 지랄하지마” (미디어오늘)관련 기사 : 최기화 MBC 보도국장, 취재 기자한테 “X새끼야” 욕설 (한겨레)관련 기사 : MBC ‘욕설 국장’ (한겨레)...
중국의 환추스바오(環球時報, 환구시보)가 “한국이 미국 군대의 종말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를 배치할 경우 독립성을 잃게 될 것이며 국가 지위에도 막중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츠스바오는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인 런민르바오(人民日報, 인민일보)의 자매지다. 환추스바오는 16일 사설에서 “만일 한국에 사드 미사일 체계가 출현한다면 중국 사회는 동북아 지역에 충분히 강력한 병력을 배치할 것”이라며 “향후 한국 영토는 중국군, 미국군이 바둑을 두듯 고도로 민감한 지역이 될 것이고 한국은 대국의 바둑판에서...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 10일 통일부장관 홍용표는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최근에 강행한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와 응징인 이 조치는 박근혜 정권이 전쟁 말고 북한에 대해 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개성공단에서 이루어지는 교역액(2015년)이 남북교역액 전체의 99%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이 오래 전에 중단된 이래 남북 교류의 유일한 통로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개성공단이 실질적으로 폐쇄 상태에 들어가게 됨으로써 이제 남과 북 ...
동아일보가 청와대를 두둔하며 서울시장을 공박하는 논설, “누리과정 둘러싼 청와대-박원순 말싸움 볼썽사납다”(2월 6일자)제목의 주장은 논리적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논설은 그 회사의 주장을 담고있어 개인의 주장과 다를 수 있어 익명성이 보장되지만 논리적 근거가 부실하면 비판의 대상이 된다.가장 큰 쟁점이 된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시장간의 의견차에 대해 동아일보 논설은 박시장을 비판하며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이번에도 박 대통령이 연도나 회의 이름을 착각한 실수를 지적한 뒤 ‘나는 합의에 찬성한 ...
먼저 어제(7일) 북한에서 쏜 건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다. 북한의 발표에 따르면 7일 오전 9시(한국시각 오전 9시30분)에 발사한 광명성호는 우주발사체(SLV, 로켓)고 광명성호에 실어 대기권 밖으로 올려 보낸 광명성4호는 인공위성이다. 향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무기가 탑재되지 않은 이상 미사일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아직 탄두를 대기권으로 다시 진입시키는 기술은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의 종말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울화통이 터진다. 이는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 등 정신질환으로 발전돼 심할 경우, 폐인이 되기도 한다. 공영방송 MBC에서 죄없는 ‘멀쩡한 기자, PD’를 해고시켰다는 내밀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녹취록 내용을 보면 피해 언론인, 최승호와 박성제는 최소한 세 번이나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진행중이다.녹취록의 핵심은 MBC 경영진에서 언론인들을 징계를 하면서 두 명은 물증도 없이 해고자 명단에 억지로 끼워넣기 했다는 것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MBC 미래전략본부장 백종문...
홍창진 광명성당 주임 신부(56)와의 인터뷰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괴짜 신부’라 불릴 만했다. 크게 손짓을 하거나 얼굴 전체를 일그러졌다 펴졌다를 반복했다. 무대에 선 연극배우 같았다. 실제로 연극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스스로도 “끼를 주체하지 못 한다”고 했다. 종교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시대에 그의 ‘끼’는 복음의 수단이다. 사람들과 술 마시고 어울리고 떠들며 그들을 “주님의 세계”에 발 들이게 하는 것이다.“과거 유럽 중세나 우리나라 민주화 시기는 종교의 전성시대였죠. 그때만 해도 신부나 스님이 홀로 고고한 척하고 ...
미디어오늘 온라인 사이트 개편을 맞아 유료회원 대상으로 제작한 미디어오늘 혁신 보고서를 일반에 무료로 공개합니다. 아래 표지 그림을 클릭하세요. (전체 공개 옵션이나 구글 앱스 사용자는 로그아웃을 하셔야 접근할 수 있습니다.)여는 글‘얻을 수 있는 최선의 진실’을 위하여“기자는 수용자가 접하는 정보들 속에서 스스로에게 필요한 질서를 만드는 일을 돕는다. 이는 단순하게 뉴스 보도에 해설이나 분석을 추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의미부여자(sense maker)로서, 새로운 기자의 첫 번째 임무는 오히려 어떠한 정보가 믿을 수 ...
“나는 상주인구면서 호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아이가 있으면 학교에 보낼 수 있고 가족들은 취업도 할 수 있고 생활이 곤란해지면 정부에서 연금을 받을 수 있고 방이 없으면 방을 빌릴 수 있고 퇴직금을 받을 수 있고 아프면 치료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농민공들은 이런 당연한 것들을 전혀 누릴 수 없다. 이런 농민공들이 중국에 2억6000만명이나
삼성그룹 광고가 1월1일 주요 신문 1면 하단 광고를 도배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내세워 “새해 인사 나누셨나요”는 문구로 시작되는 삼성그룹 광고가 석간을 포함한 11개 종합일간지와 8개 경제지, 7개 스포츠지에 실렸다. 이날 신문을 발행한 모든 주요 신문에 삼성 광고가 실린 셈이다.삼성 광고가 신년호 1면 하단을 도배하기 시작한 건
안철수는 본인의 표현대로 광야에 섰다. 다시 광야에 섰는지는 의문이다. 안철수의 짧은 정치 인생은 늘 순탄했다.안철수는 2009년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2030세대의 멘토로 떠오른 데 이어 2011년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 막판에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하기는 했지만 정치 개혁의 아이콘으로 떠올라 대권까지 넘볼 정도가 됐다. 2012년 대선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