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라는 말을 쓰는 순간 우린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나누게 된다. 가짜라는 말에 현혹돼 진짜의 편에 서는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가짜뉴스 개념을 따지고 들어갈 틈도 없이 흑백 논리가 작동된다. 특히 가짜뉴스 때리기 프레임은 진영을 가리지 않는다. ‘뉴스타파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하는 것은 가짜뉴스다’라고 주장하면 프레임은 깨지지 않고 오히려 견고해지는 모순에 빠지고 그 늪은 깊어진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첫 단추부터 풀어야 한다. 가짜뉴스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멈추는 방법이 있다. 지난 16일 유럽연합이 소셜미디어
누구나 그렇겠지만 의사에 깊은 고마움을 느낄 때가 많다. 나만 하더라도 맹장수술, 위내시경시술을 받아 건강을 지켰고 가까이는 치통을 해소했다. 사단법인 싱크탱크를 만들어 운영할 때 함께 한 의사들 얼굴을 떠올리면 10년이 지난 지금도 채무감에 어깨가 무겁다. 그 의사들은 싱크탱크에 적극 참여해 ‘국민 주치의제도’ 방안을 마련했다.21세기 들어와 한국 의술은 세계 첨단을 달리고 있다. 여기까지 이른 의사들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빛 못잖게 그림자도 짙다. 응급 수술을 받지 못하고 119 구급차 안에서 고통과 죽음의 공포 속에 병원을
어느 시인의 문장 그대로,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깃발처럼 그것은 펄럭였다. 출입처와 신문사를 오가는 우물 안에서 왜 이러고 사는지 헷갈렸던 기자는 어쩌다 살펴본 미국 퓰리처상 홈페이지에서 깃발을 보았다. 맑고 곧은 저널리즘의 푯대 끝에서 백로처럼 날개를 펼친 깃발들이 손짓했다. 이리 와, 이 깃발을 따라 기사 써, 아우성치고 있었다. 예컨대 ‘공공 봉사’(public service)의 깃발은 오직 공익을 높이는 게 기자의 최고 지향이라며 높은 곳에서 펄럭였다. ‘수사 보도’(investigative report)의 깃발은 검·경의 발표를 받아쓰지 말고, 기자 스스로 증거를 수집해 권력을 고발하라고 엄중하게 펄럭였다. 완성도 높은 문장으로 독자를 기사에 몰입시켜야 한다며 부드럽게 펄럭이는 ‘피처 쓰기’(feature writing)의 깃발도 있었다. 10여 개 부문을 일별하면서 눈이 딱 뜨였다. 이런 기사 쓰면서 기자로 살면 되겠구나 싶었다.
미국 FBI가 뉴욕 맨해튼의 유명 비디오 가게에 들이닥친다. 요주의 코너는 카운터 곁에 위치한 ’해적판‘ 칸!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요원들은 자루에 쓸어 담듯 희귀 비디오테이프를 수거한다. 일개 비디오 가게에서 일어났다기엔 규모가 남다른 사건이다. 여기, 대체 뭐 하는 곳이길래? 이건 한때 미국 영화광들의 애정을 독차지했던 80~90년대 미국 비디오 가게 ‘킴스 비디오’ 이야기다. 지난달 27일 국내 개봉한 다큐멘터리 는 바로 그곳의 역사를 회고한다. 당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희귀 영화를 대여해 주며 영화광들의 성
쿠팡 하청업체 노동자가 10월 13일 새벽 배송 중 쓰러진 후 숨졌습니다. 그에 앞서 SPC그룹 계열사 제빵공장 노동자는 8월 10일 끼임 사고를 당한 후 숨졌습니다. SPC 계열 제빵공장 노동자와 쿠팡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 사고를 포함해 노동자 부상 및 사망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언론중재법 제4조(언론의 사회적 책임 등)는 “언론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공적인 관심사에 대하여 공익을 대변하며, 취재‧보도‧논평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민주적 여론형성에 이바지함으로써 그 공적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
방심위, 어설픈 가짜뉴스 규제 시도하나9월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공식적으로 출범시켰다. 방심위는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가 “긴급재난이나 중대한 공익 침해, 개인 또는 단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금융시장 등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을 중심으로 긴급 심의 사안의 경우 신고부터 심의까지 한 번에 진행될 수 있는 ‘원스톱 신고처리’ 등의 직무를 수행”할 것이며, 가짜뉴스 원스톱 심의뿐 아니라 가짜뉴스 모니터링 강화 나아가 인터넷 언론사의 동영상 등을 포함하는 온라인 콘텐츠
“왜이래 아마추어같이”용산 대통령실 출입기자에게 윤석열 대통령은 왜 기자회견을 하지 않을까라로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 행위에 이유를 붙여서 설명된 게 없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역시 하지 않은 이유도 설명이 안된다라는 건데 하면 뭐하냐는 냉소에 가깝다. 일부 기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16일자 아침신문 칼럼에서 확인된다. 오만, 불통, 독선의 단어가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자회견도 안 하고 있다. 일방통행의 독주만 있었다”는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는 분석은 적확하다. 수
10월 13일 새벽, 경기도 군포시의 한 빌라에서 배송 중이던 쿠팡 기사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고인은 쿠팡에 직접 고용된 직원이 아니라,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하청업체인 물류업체에서 재하청을 받는 개인사업자 신분이었다. 쿠팡은 이들을 퀵 플렉스라고 불렀다. 이번 사건은 서류상으로 복잡한 다단계 하청 구조와 다르게, 그들의 업무는 쿠팡 본사의 물류 상황과 긴밀하게 연결되었다.쿠팡은 사건 발생 직후 ‘고인은 쿠팡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라고 산재 책임을 회피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15일 경찰 발로 질
본보는 지난 8월30일 〈[영상] 김영호 “오염수 안전 홍보 영상 아나운서 포털 찾아보니 놀라운 기록 나와”〉 라는 제목으로 정부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영상 속 진행자에 대해 포털에서 찾아보니 국민의힘 소속 당무위원인 정치인이라고 소개되어 있다는 김영호 의원의 발언과 관련한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진행자인 박보경 아나운서는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고 국민의힘에는 당무위원이라는 직함도 없다. 위 아나운서는 과거에 윤리위원회의 당외인사로 활동한 적이 있을 뿐이다.”라고 알려왔습니다.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
가짜뉴스의 팬? 이 제목은 소란스럽고 선정적이다. 이 ‘가짜뉴스-가짜권력-가짜정치’ 삼위일체는 ‘가짜’라는 선정적인 용어를 반복적으로 강화하는 전략으로 심각한 정치 왜곡 효과를 낳고 있는 현정부의 오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쯤 되면 현재 한국의 당정은 이른바 ‘가짜뉴스’의 진정한 팬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가짜뉴스 근절이라는 명목으로 한국사회의 미디어 생태계 파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뉴스가 없었으면 이 정부는 무엇을 먹고 살았을지 궁금하기조차 하다. 이 현실은 여러 이유에서 대단히 문제적이다. 가짜뉴스라는
국감이 시작됐다. 의원실 발 뉴스가 쏟아진다. 300개 의원실이 하루에 5개만 국감자료를 내놓아도 매일 1500개 정도의 뉴스가 나온다. 기자들은 매일 수백개가 넘는 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는다. 이 많은 보도자료를 다 클릭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이렇게 뉴스 홍수 속에서 어떤 자료를 기사화 하고, 어떤 자료를 읽을지 고민이 든다. 이에 ‘국감 자료 길라잡이’를 제안해 본다. 첫째, 지나치게 자극적인 단어가 나오는 국감자료는 무시하자. 김승수 의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 도서보급지원사업을 통해 배포된 책에 동성애, 성경험 관련된
시작부터 잘못된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2008년 방송위원회를 개편하여 정보통신부의 업무를 통합하며 출범했다. 방통위 전신 중 하나인 방송위원회는 1980년 언론통폐합과 함께 「언론기본법」에 의해 구성되었다. 당시 정치 상황을 반영한다면 방송 독립성보다는 방송 규제, 감독 기관으로서 방송위가 자리매김한 것이다. 전두환 정권에서 언론정책은 한마디로 ‘어용 언론’과 9시에 땡 하면 뉴스앵커가 “전두환 대통령께서는….”이라는 멘트로 알려진 대통령 근황 소식을 전달하는 ‘땡전 뉴스’로 알려질 만큼 처참한 수준이었다. 이
철도노조 파업, 철도 경쟁체제 관련 공론의 장 열었다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은 공공철도 확대, 4조 2교대 개편 등 요구를 걸고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시한부 파업을 벌였다.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철도노조 파업을 비난하고 시민 불편을 강조하는 기사를 내보냈다.문화일보는 사설 (9월 14일)을 통해 철도노조의 공공철도 확대 요구에 대해 “결국 SRT와 경쟁하기 싫다는 것일 뿐”이라며 “이제 와서 KTX와 SRT 분리운행을 하지 말라는 것은 명분도 없는 시대착오적인 밥그릇
2011년 7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한 누리꾼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직접 성기 사진을 올리자 방통심의위가 ‘음란한 화상’으로 판정해 삭제 조치를 하면서다.한 방통심의위원은 삭제 조치에 반대한다며 자신의 블로그에 해당 사진을 올렸다. 이어 퀴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 그림을 올리면서 “내가 올린 문제의 사진들은 지금도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걸려 있는 쿠르베의 그림 ‘세상의 근원’과 같은 수위의 것”이라고 주장했다.여성 성기가 그려진 ‘세상의 기원’은 포털사
여야 싸잡은 비난이 ‘지식인 사회’에 유행이다. 정치가 난장판이란다. 진영 논리를 너도나도 개탄한다. 과연 그런가. 시시비비 없는 양비론이 과연 ‘중립’ 또는 ‘진보’일까. ‘이재명 죽이기’에 혈안인 조선을 비롯한 신방복합체들의 여론몰이를 견제해야 할 신문마저 쉬 납득하기 어려운 기사를 내보냈다. “한국 정치, 이념 없이 진영만 남아…뭘 놓고 싸우는지 몰라”(한겨레, 10월6일)가 그것이다. ‘대립과 배제를 넘어, 공존을 찾아’라는 문패아래 3인 좌담을 담았다. 정치학자는 “양당이 무엇을 두고 다투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
‘가짜뉴스 퇴치’라 쓰고 ‘비판언론 퇴출’이라 읽는다지금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가짜 뉴스’ 퇴치 공세의 근본적인 문제는 가짜뉴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가 없다는 것이다. 마치 실체 없는 ‘유령’을 상대로 마구 무기를 휘두르는 식이다. 지난 정권 때 민주당이 추진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강한 반발 역시 가짜뉴스 개념의 불명확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 사정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그새 무엇이 바뀌었는가. 바로 거기에 지금의 ‘가짜뉴스 맹공’의 숨은 이유가 있다. 가짜뉴스라는 낙인찍기, 가짜뉴스 프레임이
※ 영화 ‘거미집’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상투적인 사랑 얘기나 찍는 그저 그런 영화감독이라는 평판에 눈에 띄게 자존감을 잃어가던 김감독(송강호)은 이번만큼은 결단코 걸작을 만들어 내겠다고 다짐한다. 조건은 하나, 이미 끝마친 작품의 결말부를 다시 찍는 것! 마무리만 바꾸면 엄청난 작품이 완성될 거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그는 제작자(장영남)의 단호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케줄 바쁜 배우들을 몰래 불러 모으기에 이른다. 그러나 콧대 높은 배우들은 갑자기 바뀐 난해한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투덜대고, 사전 허가도 받지 않은 채 바
9월24일(현지시각)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가 단계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할 계획이라는 유력매체 ‘더 타임즈’ 보도로 영국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전임 리즈 트러스 총리가 때에 맞지 않는 감세정책을 추진하다가 취임 45일 만에 사임하는 불명예를 안았기 때문에, 영국에서 감세정책은 뜨거운 주제입니다. 그런데 영국의 ‘단계적 상속세 폐지 계획’ 보도에 뜬금없게도 바다 건너 한국 언론들이 크게 환영하고 나섰습니다. 상속세 폐지 보도에 대한 영국 4대 정론지 ‘더 타임즈’, ‘더 가디언’, ‘인디펜던트’, ‘텔레그래프’ 보도를 살펴본
추석을 앞두고 가장 큰 걱정은 모듬전 한 접시를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실은 평소에도 워낙 잘 먹고 살아서, 명절음식이라고 특별한 걸 찾진 않지만 이상하게도 명절이면 전 한 접시는 꼭 먹고 싶어진다.친척들과 척을 질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언젠가부터 자연스레 명절에 만나는 이들이 적어졌다. 삶의 발전을 좇거나 불운을 피해 자의로 타의로 점점 흩어졌고 마땅한 선언도 없이 제사도 지내지 않게 되었다. 올해는 하나뿐인 형제마저도 좋은 기회로 외국에 있어, 긴 연휴 동안 뵐 가족이 어머니 한 분뿐이었다. 올릴 제사상도
얼마 전, 어느 언론학 교수님과 밥을 먹었다. 공부에 집중하라고 충고해주셨다. 연구 성과를 학계에 남기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이었다. 몇 순배 술이 돌자, 다른 말씀을 하셨다. 칼럼에 주저의 자취가 많다고 하셨다. 분명하게 적어도 좋겠다고 하셨다. 두 충고가 상반된 것은 아니라고 혼자 생각했다. 무도한 이들이 무참한 일을 곳곳에서 벌이는 시절일수록 중심 잡고 정진하되 세태를 논할 때는 제대로 임하라고 일러주신 것이다.이제 큰일이 났다. 집중한들 좋은 연구 내놓을 능력이 없고, 깊이 공부하지 않고는 날카로운 문장을 적을 도리가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