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주여~ 여기 오소서. 오 주여~ 오소서…. 우는 자 위에 오소서, 우는 자 위에 오소서. 눌린 자 위에 오소서, 눌린 자 위에 오소서….”6월15일 낮 12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 광장 앞.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성가가 울려 퍼졌다. 자캐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신부가 거리 미사를 집전했고, 우비를 입은 이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거리 미사가 열린 곳을 ‘포위’하듯 서 있는 방송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MBC, SBS, YTN, tvN 등 거대한 방송사 빌딩 숲 사이로 미디어 비정규직을 위한 복음이 울려 퍼졌다. ‘비정규
6월29일 농촌 한 달 살기 체험학습을 떠난 후 행방이 묘연했던 초등학생 가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체험 기간이 끝났는데도 학생이 등교하지 않자 학교 측이 신고했고, 경찰은 가족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완도에서 소재 파악에 나섰습니다. 언론보도는 경찰이 실종경보를 발령한 6월 24일부터 시작됐습니다. 언론은 가족의 행방을 추적하며 CCTV 영상, 경제상황 등을 상세히 보도하며 추측에 나섰는데요.그러자 한국자살예방협회가 7월 1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사건의 경우 “실종 사건으로 시작하여 추적과정이 상세히 보도”되고 “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보도에서 흔히 발견되듯이 대중매체가 자칫 전쟁 저널리즘과 평화 저널리즘을 구분치 못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전쟁 저널리즘은 애국심과 적국에 대한 적개심, 전사자, 전쟁의 승패 등에 대해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평화 저널리즘은 평화 유지를 전제로 갈등의 강도를 감소, 해소 극복해 생산적으로 공존할 가능성 등에 초점을 맞춘다.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그 원인 등에 대한 시시비비가 생략된 채 민간인, 특히 여성이나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의 피해 등을 주로 소개하는 식의 전쟁 저널리즘에 매몰된 상황이
언론사 기자는 주식을 해도 될까. 주식 투자는 자산 관리의 흔한 방법이어서 고리타분한 질문문일 수 있겠다. 언론인에게만 엄한 잣대만 들이대는 건 온당치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업무 연관성이 있거나 투자 정보를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을 때 주식 투자는 피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부적절한 주식 투자에 대한 판단이 온전히 개인 책임으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보도를 이용해 자신이 투자한 주식을 올리려는 행위를 적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괜한 트집잡기가 아니라 기자들의 주식 투자는 심증은
6월 29~30일 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일정이 마무리됐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 진행된 이번 나토 회의에선 러시아를 “직접적 위협”으로,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한 ‘전략개념 2022’가 발표돼 나토의 반중‧반러 기조가 명확해졌는데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한국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습니다. 나토의 첫 한국 초청인 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다자외교 데뷔인 만큼 이번 순방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높았
연세대학교 학생 세 명이 시급 440원 인상과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청소 노동자를 상대로 민·형사상 고발을 진행했다. 두 시간 수업 중 한 시간여 수업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농성 소음이 심해, 도저히 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는 이유다. 학교는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을 수령하고 수업을 제공하는 영업을 하는 주체인데, 이러한 학교 영업 행위를 방해했다는 이유 등으로 형사 고소, 소음으로 인해 학생들이 받은 학습권 침해와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는 취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나선 것이다. 특히,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한국은 국보법과 친미라는 큰 틀에 갇힌 특수하면서도 기이한 공동체라 할만하다. 남북 대치라는 상황 때문에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통제, 억압받는 현상이 반세기 이상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자연스런 규제로 인한 부작용이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고 그로 인한 폐해도 심각하다.현 한반도 사태는 사실 한민족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다들 발 벗고 나서서 그 해법을 찾고 실천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국보법 때문이다. 눈 번히 뜨고 위기를 감지하지만 어떻게 하면 전쟁을
“언론 보도에서 인간이 단순한 수단으로, 객체로 전락할 때 그 표현은 부적절하게 선정적이다. 이는 특히 죽어가거나 육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공익과 독자의 정보 이익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보도되는 경우에 그렇다. 폭력과 사고 사진을 1면에 배치할 때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독일 언론윤리강령 중 한 부분이다. 언론윤리강령에는 피해자와 가해자 보도 등 사건 사고를 다룰 때 유의할 점이 상세히 명시되어 있다. 인간 존엄과 인격권 존중이 그 바탕이다. 독일의 언론윤리강령은 강제력도 법적 구속
지난달 23일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일반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유튜브발 뉴스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유튜버는 ‘친한 동생의 아는 후배’가 ‘언니만 알고 있으라’며 RM과의 결혼 소식을 알렸다는 한 커뮤니티 글을 근거로 제시했는데, 동생과 후배가 주고받았다는 카카오톡 대화 캡처가 내용의 전부였다. 믿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영상이었지만, 이튿날 온라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스캔들을 제기한 유튜버가 유명 사이버렉카 ‘탈덕수용소’였기 때문이다.탈덕수용소는 아이돌, 인플루언서 등을 주 타깃으로 삼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5·18기념재단과 함께 5·18민주화운동 관련 보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왔습니다. 2013년 TV조선과 채널A가 5·18 관련 대표적인 허위조작정보인 ‘북한군 침투설’을 방송한 것을 비롯해 일부 언론에서 5·18정신을 훼손하는 보도를 반복해왔기 때문입니다. 2022년에도 언론이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올바르게 알리고, 광주항쟁 진실을 왜곡하지 않도록 관련 보도 모니터링을 진행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온라인 혐오표현 인식조사 2021’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뉴스 기사와 악성 댓글에서,
한국 언론의 대북 보도는 냉전시대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북한은 악(惡), 북한과 대칭관계에 있는 국가들은 선(善)이라는 이분법이라는 틀에 갇혀 있고 군사적인 해법을 앞세우면서 강대국의 위세를 과시하는 미국 논리를 크게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한국 언론 대부분은 북한의 언행에 대해서는 ‘도발’ ‘음모’, ‘저의’ ‘흉계’ ‘노림수’ 등 부정적인 단어들로 평가한다. 그러나 북한과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나 국제기구 등의 언행은 ‘평화’ ‘안정’ ‘방어’ 등의 긍정적인 단어들을 사용한다. 판박이처럼 매우 단순한 틀 속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50여 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청와대를 구중궁궐이라 표현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늘리겠다는 의지로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출근길 문답을 통해 의견을 전하고 있습니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현안에 문답하는 모습은 신선하면서도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1분 남짓한 ‘출근길 문답’을 ‘도어스테핑(Door-stepping 약식 회견)’이라며 굳이 영어로 표현하는 것도 의문인 데다 언론이 이를 제대로 국민에게 전하는지도 살펴야 하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출근길 문답’ 보도의 문제를 살펴봤
윤석열 대통령은 6월 22일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공장에서 열린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지난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더라면 지금 아마 경쟁자가 전혀 없었을 것”, “더 키워나가야 할 원전산업이 수년간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서 매우 안타깝고,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을 비판하며,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탈원전정책 폐기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입니다. 탈원전은 찬반양론이 장기간 첨예하게 대립해온 문제인 만큼, 어떤 사안보다도 객
지난 6월 30일자 조선일보 노동조합 노보를 보면 ‘고뇌’가 느껴진다. 노보는 인플레이션 악화를 막기 위해 임금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주장이 조선일보 사설 내용과 일치한다면서 조선일보 직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건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물가를 따라잡지 못한 실질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호소했다.조선일보 언론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독자 입장에선 이중적 행태로 느껴질만하다. 그간 조선일보는 최저임금 결정에 줄곧 재계의 편에 서 있었고, 대기
국가인권위원회가 논란이 됐던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함께 표현의 자유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 필요성을 언급했다.인권위는 최근 언론중재법이 인권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 법 개정안 가운데 가짜뉴스에 대한 언론의 책임이나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 등에 대해 수정·보완이 필요하며 국보법 7조의 ‘찬양’ ‘고무’ ‘선전’ ‘동조’ 등을 규제하는 조항이 대단히 모호해 폐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그런데 주요 언론들은 이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루지
우주산업이 언론에 부쩍 부각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7월부터 ‘우주산업클러스터’를 지정해 집약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첫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6월21일 위성의 궤도 안착에 성공한 뒤부터 이어진 흐름이다. 발사 다음날 조선일보는 1면 머리 “우리 우주를 열었다”에 이어 “마침내 우주로 첫발 내디딘 대한민국” 제하의 사설에서 “선진국들은 우주를 미래 산업으로 보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앞으로 패권은 우주를 선점하는 나라가 거머쥐게 될 것”이라고 부르댔다.한겨레도 “누리호 발사 성공, ‘뉴 스페이스’ 대장정 첫
여의도역(!)에서 시작될 새로운 모험을 암시하며 넷플릭스의 시즌 3(6월 22일 공개)가 마무리 되었다. 의뭉스러운 억만장자 레지널드 하그리브스(콜름 피오 분)와 그가 입양한 전 세계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난 초능력자들의 좌충우돌을 다룬 는 2019년 공개 후 큰 인기를 구가했다. 시즌 1(2019)은 여러 익숙한 슈퍼 히어로 영화들을 패러디하고 비튼 서사가 색다른 재미를 주었고 시즌 2(2020)는 시간 여행을 통해 미국 현대사의 분기점인 1960년대를 누비며 케네디 암살, 미·쏘
흔히 언론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그러나 언론이 바라보는 세상은 종종 실제 세상과는 괴리가 커 보인다. 그리고 이는 언론에 대한 불신이나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대중에겐 언론 보도가 자신들과 상관없는 ‘그사세’로 비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래전부터 유럽의 미디어 전문가들은 언론인들이 자신들의 보도를 통해 사회를 반영할 수 있도록 뉴스룸 구성원을 다양화할 것을 요구했다. 물론 여전히 유럽 뉴스룸의 기자들 대다수는 백인 중산층에 해당한다. 그러나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엔
명실공히 연기 잘하는 배우로 평가받는 문소리의 이름을 떠들썩하게 알린 작품은 2002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일 것이다. 그는 몸을 힘겹게 가누며 말 한마디 뱉는데도 꽤 시간이 걸리는 지체장애인의 모습을 ‘진짜처럼’ 연기하면서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안겼다. ‘배우’가 아닌 ‘여배우’로 불리는 게 더 흔하던 시절, 장애 없는 젊은 여자가 132분간의 러닝타임동안 ‘장애 표현으로 시작해 장애 표현으로 끝맺는’ 연기를 선보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태도와 능력을 동시에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이었다.오랫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장애는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