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은 핵심을 찌르는 미국 기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LA타임즈 기자의 질문을 두고 여론은 한국 기자들이 반드시 해야될 내용 아니냐며 아쉬움을 넘어선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해당 기자는 반도체 규제를 통한 자국내 이익 극대화가 동맹인 한국에 피해를 주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동맹국이 피해를 받게하면서 국내 정치적 지지를 얻으려 하느냐”고 물었다. 미중 무역 분쟁 속 중국에서 반도체 제조를 제한하는 정책이 한국 기업의 실질적인 피해로 돌아가는 현실을 미국 기자가 상기시킨건데 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으로 ‘워싱턴 선언’이 발표됐습니다. 기존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대신, 독자적 핵개발은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명문화한 것이 골자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사실상 하던 대로 하면서도, 한국으로부터 여러 경제적 지원을 받아냈을 뿐 아니라 동맹국의 독자적 핵개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 성과를 냈습니다. 당장 한국은 ‘얻은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얻은 것이 없다 보니, 그나마 미국이 약속해 준 ‘강화된 확장억제’에 대한 다소 무리한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핵우산’이 ‘핵방패’로 진화했다는 주장이
MBC에는 세 가지 큰 뉴스가 있다. MBC 뉴스의 중심이 되는 , 정치·경제를 모두 아우르며 대담으로 채워지는 2시 , 그리고 아침을 여는 . MBC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 3사의 굵직한 뉴스 편성은 이렇게 저녁 메인뉴스, 낮 뉴스, 아침 뉴스가 트로이카로 편성되는데 각 뉴스마다 채워지는 뉴스의 색깔과 진행 방식은 공식화되어 있다. 모든 리포트는 저녁 메인 뉴스를 중심으로 생산된다. MBC의 경우 오전 10시에 첫 편집회의가 열리는데, 이때 보도국의 모든 부서가 전날까지 있었던 뉴스를 리뷰하
지난 달, 배우 기네스 펠트로(Gwyneth Paltrow)가 ‘점심으로 사골국(bone broth)을 자주 먹는다’고 한 것에 대해 미국의 유명 모델인 테스 홀리데이(Tess Holliday)는 ‘사골국은 적절한 식사(suitable meal)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기네스 펠트로는 점심으로 주로 수프(soup)를 많이 먹는데 사골국도 자주 먹는다고 했다. 곰탕이나 설렁탕처럼 소면이나 밥을 말아먹는 게 아니라 그냥 국물만 마신다는 느낌이 확실했다. 사골국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아무런 영양가가 없다
외신이 다루는 미디어업계 뉴스에서 ‘한국 언론’의 존재감은 좀처럼 없다. 기본적으로 한국 언론계가 자기 이야기를 바깥으로 공유하지 않는 풍토인데다, 서구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고, 산업의 역동성은 떨어지며, 개별 사업자의 디지털 전환 또한 더디기에 주목도가 낮다. 새로운 것(news)으로 전할 만한 아이템 자체가 희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그런데 최근 한국 기업이 등장하는 미디어 서비스 뉴스가 필자 눈에 띄었다. 삼성이 미국에서 ‘삼성뉴스(Samsung News)’ 앱을 출시한다는 내용이다. 언론사가 아닌 삼성이라는 글로벌
지난해 결산 관련 언론 보도를 퀴즈로 이해해 보자.1번 문제 : 역대 최대 재정적자 117조원 vs. 역대 최대 나랏빚 1000조원. 둘 중 합당한 기사는 무엇일까?정답 : ‘역대 최대 재정적자’라는 표현은 가능하다. 그러나 ‘역대 최대 나랏빚’, ‘나랏빚, 최초로 1000조 원 돌파’란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다. 국가부채는 매년 쌓이는 누적(stock) 개념이다. 그래서 역대 최대라는 표현은 쓰면 안 된다. 다만, 재정적자는 매년 달라지는 수치다. 흑자와 적자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그래서 적자 규모가 역대 최대라는 말은 쓸 수
4월17일 전세사기 피해자의 사망 소식이 또다시 전해졌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피해 규모도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입니다. 뒤늦게 정부·여당에선 피해자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피해자의 요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채 지원 ‘문턱’이 지나치게 높거나 소극적인 지원에 머물러 확실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언론도 정부 대책의 ‘세금 투입’을 염려하며 ‘과잉대책’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올해 초 부동산 경기를 걱정하며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라’고 정부에 적극적인 시
윤석열 대통령이 4월19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의 갈등을 둘러싼 국제사회 긴장에 대해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며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 간 문제가 아니라 역내를 넘어선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했습니다.조선일보 “윤석열, 중국에도 할 말 하는 여유 보였다”윤 대통령 발언이 알려지자 중국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은 즉각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세계에 중국은 하나뿐이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라고 항의했습
미국은 태평양전쟁 종전 후 유엔을 통해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전력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남한내 세력이나 움직임을 집단학살 등을 통해 가혹하게 탄압, 진압하면서 친미 정권을 세우기 위해 주력했다. 미국은 중국에서 공산주의 저지 교두보로 삼기 위해 장개석 군을 적극 지원했다. 미국은 모택동으로 상징되는 공산세력의 확산을 막기 위해 막대한 군사원조를 제공했으나 중화민국 군부 등의 심각한 부패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모택동의 중국 천하통일 혁명이 성공하자 미국 내에서 트루먼 정부의 극동 정책에 대한 비판과 재고 움직임이 일어났다.
용산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기자들이 관료를 상대로 한 브리핑 전문을 살펴보면 견고한 벽에 부딪혀 허우적대는 모습이 그려진다. 어떻게든 답변을 이끌어내고자 빠져나갈 수 없도록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데 대통령실이 내놓는 답은 허무하기 짝이 없다. 기자들이 묻고 관료가 답하는 브리핑은 창과 방패의 싸움 현장이라고 하는데 날카로운 창끝이 번번이 언론을 무시하는 듯한 화법에 막히면서 기자들이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지난 4월11일 미국의 도청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낸 현장은 답답함 그 자체였다. 대통
“석열아, 먼저 손 내밀고 더 많이 들어라.” 월간 신동아가 기사와 표지에 붙인 흥미로운 표제다. “서울법대 79학번 동기들이 바라본 ‘대통령 윤석열’ 1년” 부제를 달았다. 그 아래 표제도 눈에 띈다. “품성으론 최고의 대통령감”이다. 포탈 뉴스에 뜬 표제를 보고 기사를 읽었다. 고언을 했으리라는 작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순진한 착각이었다. 변호사와 현직 법관인 동기들은 윤석열의 1년에 방향성은 맞지만 디테일이 아쉽다며 ‘한미동맹 공고화를 통한 국가안보 정상화’를 높이 평가했다. 서울법대 동기들이 모두 그리 생각하지는 않으리라
‘지옥철’ 김포골드라인 긴급 대책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다. 70번 버스 노선에 전세버스 30대를 투입한다. 스마트폰 앱으로 아파트 단지 근처까지 불러 이용하는 수요응답형 버스(DRT)를 운행할 예정이다. 출퇴근 시간 꽉 막히는 서울 방면 도로를 2차로에서 3차로로 넓히고, 버스전용차로를 개화역~김포공항역까지 연장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소방구급요원과 응급구조사를 역사에 배치해 응급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방침을 세웠다. 긴급 대책은 설령 실효가 떨어져 보인다고 해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나은 건 분명하다. 김포~서울 도시철도
윤석열 대통령은 4월 19일 공개된 로이터 에서 “대규모 민간인 공격이나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 상황이 있다면 인도적·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그러자 러시아 대통령실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전달하면 확실한 분쟁 개입”이라 경고하고, 러시아 외무부는 ‘반러시아 적대행위로 간주된다’며 빠르게 반응을 내놨는데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실험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다룬 언론보도를 살펴봤습니다. 동북아 정세에 부정적, 면
여수·순천 10·19 사건(이하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 주둔 국방경비대 제14연대가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제주 4·3 사건 진압 출동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이승만 정부는 10월 21일 여수, 순천 일대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토벌 작전을 전개하기 시작했다.이승만 정부는 초기 진압작전에서 봉기군에게 밀리자 여순 지구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동원 가능한 모든 군대는 물론 박격포·장갑차·경비정 등 모든 수단까지 동원해 해당 지역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했다. 이후 14연대는 광양의 백운산과 지리산,
미군의 4·3 관련 개입에 대한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의 자료에 보면 ‘미군은 미군정시절에 진압작전을 직접 지휘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수립 직후인 1948년 8월24일 이승만 대통령과 하지 주한미군사령관 사이에 체결된 한미군사안전잠정협정에 따라 임시군사고문단이 설치돼 여전히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갖게 되었다라고 되어 있다.또 미군 고문단장 로버츠 준장이 1948년 9월 이범석 국무총리 겸 국방장관에게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은 여전히 미군에게 있다. 군 작전에 관한 모든 명령은 발표되기 전에 해당 미군 고문관을 거쳐야
귀를 의심했다. 미국에서 기밀문건 유출 용의자가 현지에서 체포된 것과 관련해 지난 14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기자 질의를 받고 한 말 때문이다.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이렇게 정쟁으로 (만들고) 언론에서 이렇게 자세하게 다루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진 말이 더욱 가관이다. 그는 “언론의 자유라는 게 늘 국익과 일치하지 않지만 만약 국익과 국익이 부딪치는 문제라면 언론은 자국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옳은 길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본다”고 말했다. 현재 유출된 기밀문건에 따르면 우리 국가안보실 고위 관료들이 우크라이
미국 경제 전문 미디어 블룸버그(Bloomberg)가 지난 3월 말 ‘블룸버그GPT’를 공개했다. 이름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듯,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GPT를 블룸버그 식으로 내놓은 것이다. 사측에 따르면 40년 간 수집한 금융 관련 자체 문서를 기반으로 외부 데이터셋을 보강해 금융에 특화한 대형언어모델(LLM)로 만들었다. 이렇게 개발한 블룸버그GPT는 재무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을 평가하고 회계 및 감사 작업 등을 자동화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챗GPT 등장 이후 글로벌 언론산업 전반이 충격과 위기감에 휩싸
“안 사귀는 사람이랑 자봤어? 몇 명? (…) 그러면 사귀는 중에 다른 사람이랑 잔 적 있어?”남배우의 끝없이 이어지는 추궁 대사에 인내심이 한계를 보일 때쯤 다행히 여배우가 “그만 좀 해, 오늘만 벌써 9번째야”라고 받아쳤다. 12일 개봉한 연애물 ‘사랑의 고고학’은 연인이 사랑을 시작하고 끝맺는 수년간의 시간 동안 벌어지는 너저분하고 때로 폭력적이까지 한 시간을 고증하듯 구현한 작품이다. 격앙된 감정신은 없지만 조분조분 내뱉는 대사와 미묘한 표정 변화, 공기의 분위기 등이 맞물려 ‘이런저런 연애 좀 해봤다’ 싶은 관객이라면 공감
제주 4.3의 진상은 미군 비밀자료 등에서 확인된 미국의 군사적 개입, 친일경찰과 군인들의 양민학살 등에 대해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공개한 관련 자료 등을 통해 그 전모의 일부가 들어나는데 이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제주 4.3의 발생 원인의 하나로 미국의 남한 단독정부 수립 추진 반대가 손꼽힌다. 따라서 제주 4.3을 다루기 위해서는 미국의 유엔을 통한 남한 단독 정부 수립 추진에 대한 설명이 우선되어야 한다. 미국은 소련과 협의하던 한반도 신탁통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한국문제를 1947년 9월 23일 유
22년 결산 결과가 나왔다. 대부분 언론이 국가부채가 2326조원이라는 기사를 쏟아 냈다. 안타깝게도 모두 오보다. 2326조원은 국가부채가 아니라 재무제표상 부채다. 국가채무(D1)는 약 1100조원이고, 국가부채(D2)는 약 1200조원으로 예상된다. 일단 팩트가 틀리다. 그리고 재무제표상 부채를 국가부채로 표현하면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바르게 이해할 수 없게 된다.왜 팩트가 틀린 지부터 알아보자. 국가부채를 파악하기 위한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국가채무(D1), 둘째, 일반정부부채(D2), 셋째, 공공기관부채(D3)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