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회에서나 언론은 그 사회의 중추적인 세력, 이를테면 기성세대나 중산층이 가진 견해를 대표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기성세대와 다른 모습으로 자라가는 신세대에 대해서는 항상 근심스런 표정을 짓게된다.

우리 언론도 예외는 아니어서 신세대를 X세대라 부르면서 그들의 개인주의적이고 무책임한 성향을 비판해 왔다. 언론의 이러한 신세대 비판이 때로는 시원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한발짝 물러서서 지켜보노라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늘날 우리 언론은 X세대 언론이라 부르고 싶을만큼 개인주의적이고 무책임하게 행동하고 있다. 독자나 시청자를 생각하기 보다는 먼저 자신을 생각하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려든다. 신문은 독자들의 구독료와 광고소비로 마련한 지면을 마치 자사 게시판처럼 사용하고, 방송은 시청자들의 시청료와 고통스런 광고시청의 대가로 마련한 시간을 자사의 홍보프로로 메우고 있다.

신문의 경우, 사고(社告)를 1면에 대문짝처럼 싣는 것은 이미 정형화 됐다. 독자들이 필히 봐야 할 구독료 인상이라든지 휴간예고의 경우는 당연히 1면에 실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신문은 이런 경우보다 자사의 신입사원 합격자 공고라든가 자사가 후원하는 행사안내 등 홍보성 사고를 훨씬 크게 게재한다.

스포츠·문화·사회면 등에서는 자사가 후원하는 행사라면 확대보도하고 경쟁사의 행사는 축소하거나 무시해 버린다. 지난해 동아마라톤 대회를 두고 조선과 동아일보가 벌였던 설전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한마디로 뉴스 가치기준이 실종돼 버린 것이다.

방송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사고나 자사홍보 프로그램은 아예 논외로 치더라도 정규 프로그램 자체가 홍보성 프로로 얼룩져 있다. 토크쇼, 게임, 코미디 프로 등은 자사 드라마나 다른 프로에 출연하는 인물들을 초대, 그 프로들을 선전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결국 한 프로그램에 나오는 인물들이 다른 프로그램의 주요 초대 손님으로 등장하게 되면서 시청자는 어떤 유형의 프로를 보더라도 항상 같은 사람들만 접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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