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2G 서비스 종료를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2G 가입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KT는 2G 서비스 종료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항고심에서 승소한 뒤 지난 3일부터 서비스를 종료시키고 있다.

서울-수도권에서부터 서비스 종료를 시작한 이후 18일부터는 6대 광역시를 포함해 전국 25개시로 확대했다. KT는 다음달 2일 나머지 58개 시에 이어 오는 3월 19일 전국 전 지역의 2G 서비스를 종료할 계획이다.

2G 가입자들은 갑작스럽게 서비스가 종료됐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KT 측은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이 떨어지고 난 뒤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일시적으로 서비스를 유지했을 뿐이며 이미 종료 사실은 충분히 고지했다는 입장이다.

수술 동의 구하는 전화도 못 받아

하지만 2G 가입자 중에는 서비스 종료가 시작된 3일 이전에도 전화가 불통돼 긴박한 상황에 연락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어머니의 수술을 앞두고 자신의 2G폰이 자택에서 불통이 되면서 수술 동의를 구하는 병원 측의 연락을 받지 못한 윤모(49)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26일 윤씨의 어머니는 대퇴부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병원 측은 골절 부위에 괴사가 일어날 수 있고 사망 가능성이 40~50%에 이른다며 빠른 시일 내 수술할 것을 권해 28일 오후 2시 수술 일자를 잡아놓았다. 수술 당일 시간에 맞춰 집에 나선 윤씨는 병원에 도착해서야 노모가 오전 11시경에 수술실로 이미 들어간 것을 알았다. 병원 측은 보호자인 윤씨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아 급하게 다른 가족에게 동의를 구하고 수술을 했다고 전했다. 윤씨는 1년 가까이 자택에서 전화가 되지 않아 불편을 겪고 결국 전화가 먹통돼 수술실로 들어가는 어머니의 모습까지 보지 못한 사태까지 이르자 KT 측에 항의했다.

윤씨는 자택에 중계기를 설치해주거나 임대폰을 개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KT 측으로부터 '중계기 설치는 불가하며 임대폰 개통은 2G 서비스 종료 이후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윤씨는 "통화품질 관리 부장이란 사람은 결국 방법이 없다고만 하고, 항의를 계속하니까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기까지 했다"면서 "지난해 6월 비슷한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머니 수술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었다. 사람 목숨이 오고가는 경각이 달려 있는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방법이 없다고 하는데, 통화 품질을 따지는 사람들에게 오죽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협의를 통해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하라는 것"이라며 "KT는 2G 서비스 정책 실패를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서울고법 행정7부(곽종훈 부장판사)는 2G 서비스 승인 처분이 집행정지되면 공공복리상 2G 가입자가 입는 손해보다 방통위와 통신업체의 손해가 크다며 "긴급전화 사용불능으로 인한 손해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는 1심 판결을 깨고 방통위와 KT의 손을 들어줬는데 현실에서는 윤씨와 같이 긴급 상황에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불량 임대폰 속출에 2G 가입자 불만 폭주

3G로 서비스를 전환을 하지 않고 KT가 제공하는 3G 임대폰으로 착신을 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불편을 겪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KT는 2G 서비스 종료 최종 기한인 3월 19일까지 2G 가입자에게 초창기에 나온 3G폰을 임대해주고 있다. 하지만 임대폰을 신청하고 받아보기까지 수일이 걸리고, 임대폰을 수령받았다고 하더라도 충전이 안되거나 다른 기기의 충전용 젠더가 딸려있어 황당했다는 2G 가입자도 속출하고 있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가 받은 제보 자료에 따르면 한 누리꾼은 3G 임대폰을 수령받아 데이터 케이블을 연결했는데 전화기 충전 연결 부위가 타버리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제보한 누리꾼은 "데이터 케이블을 폰에 연결하고 3분도 안돼서 연결 부위가 녹아버렸다"고 주장하면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전했다.
 
이용자보호조치의 일환으로 2G 서비스 최종 정지일까지 3G폰을 임대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2G 가입자들의 불만만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2G 서비스가 끝났다고?…국민감사청구, 헌재 판결 산 넘어 산

2G 서비스 종료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2G폰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도 상당수다. 3G로 서비스를 전환하면 자신의 번호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약 5만 여명은 3G 서비스로 전환하지 않고 불통된 2G 폰을 가지고 있거나 다른 단말기를 이용해 착신을 돌려놓고 있다.

이들이 2G폰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본안 소송에 희망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지난해 항고심에서 패소하긴 했지만 본안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법적으로 2G 서비스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번호를 지킬 수 있다.

지난 17일 시작된 본안 심리에서 방통위는 충분히 2G 서비스 종료일을 공지했으며 주파수는 공공재임을 강조하며 2G 서비스 대역폭의 주파수를 LTE 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이 공공복리상 옳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2G 가입자 변호인은 서비스 폐지 종료 예정일을 기준으로 60일 전까지 반드시 이용자에게 공지해야 한다는 전기통신법 강제 규정을 위반한 것이며 종료 승인 이전에도 불법적으로 가입자를 감축하는 KT의 행태를 방통위가 알면서도 묵인했다고 반박했다.

본안소송 결과는 최종 심리까지 약 3개월이 소요돼 6월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에 제출한 국민감사청구와 010번호통합정책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재판소 공개 변론도 2G 서비스 종료와 관련된 주요 변수다. 

지난 3일 2G 가입자들은 "감사대상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감독을 받는 유무선 통신사업자인 KT의 위법행위로 지난 8개월 간 20만 명 이상의 KT 이동전화 가입자들이 무단 직권해지를 당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국민감사는 관련법 규정상 접수 후 30일 이내에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어 2월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청구를 받아들이게 되면 KT의 불법적인 가입자 축소 행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도 오는 5월 10일 방통위의 010번호통합 정책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을 열 예정이어서 2G 서비스 종료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다시 한번 환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1447명은 방통위의 불합리한 010번호통합정책 때문에 기존의 번호를 유지할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인 측은 통상 위헌판결이 3~5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서면 심리가 아니라 이례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공개 심리가 열리는 것에 대해 고무된 모습이다. 소송인 측은 전문 자문단을 구성하고 헌재의 공개 변론을 준비 중이다.

서민기 010통합반대운동본부 대표는 "KT는 행정소송 때문에 급작스럽게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으로 이용자보호대책을 내놓아 문제가 커지고 있다"면서 "근본적으로는 방통위가 KT의 위법 행태를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승인을 해주면서 일어난 일이다. 감사원이 조사에 들어가면 낱낱이 진상을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헌재에서 보통 공개변론을 하는 것은 1년에 한번 꼽을 정도로 드물다"면서 "공개변론을 결정한 자체부터 KT의 2G 서비스 종료 과정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방통위도 일방적으로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정책을 폈다는 부분을 헌재가 심도있게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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