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외무장관인 고려대 한승주교수(정외과)가 우리 언론의 외교 관련 보도에 대한 문제점을 비판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교수는 지난 3일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원우회가 ‘세계화시대 한국외교와 언론’이란 주제로 마련한 초청강연회에서 우리 언론의 외교관련 보도가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전제하고 △현실과 인식의 괴리를 좁히는 문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는 문제 △책임의식을 부족 문제 △견해의 획일성 문제 △대국적 인식 부재 문제 △언론체계의 비합리성 문제 등이 시급하다고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한교수는 먼저 북한핵 보도와 관련, “우리 언론이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한다”고 비판했다. 한교수는 “지난해 10월 21일의 북미 핵합의에 대해 언론은 우리 국가이익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북한의 NPT탈퇴를 저지하는 한편 핵문제를 평화협정 체결과 연계하려는 의도를 봉쇄한 것은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안보유지를 위한 커다란 성과였음에도 불구, 언론은 지엽적인 문제에만 매달려 큰 구도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교수는 또 지난해 3월 미국이 무력행사를 시사했을 때는 이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반대로 북미간 핵합의 이후 관계개선이 빠르게 진행되자 지나치게 과속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등 일관된 논조가 결여됐음을 꼬집었다. 이같은 외교상의 변화과정은 결국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며 언론은 외교현안의 성격에 대해 거시적 안목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한교수는 이어 몇해전 통상마찰 문제로 유명해진 칼라힐스 미무역대표에 대해 언론이 사설, 만평을 동원해 그녀를 마치 마녀나 창녀인양 묘사했던 일을 상기시키며 언론이 국가간 교역이나 통상마찰에 대해 ‘도덕적 평가’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도 외교 능력면에서 자신을 가질 수 있는 수준이 된 만큼 언론도 외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비난 논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제는 각국의 이기적 정책을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활용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할 때면 1백∼1백20명 가량의 기자들이 동행하는데 이는 미국를 제외한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 한교수는 “그렇다고 기자들이 외교문제에 능통한 것도 아니어서 대통령 영접이 어땠다는 등 지엽적인 문제에 지나치게 함몰되고 있다”며 대통령 수행취재 체제의 정비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교수는 “재임기간 동안 언론사가 오보라도 특종이면 괜찮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며 언론보도는 국가이익과 관련된 경우가 많은 만큼 책임있는 보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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