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현대 제네시스 차량을 구입한 정모(49)씨는 수백만원을 들여 옵션으로 신개념 운전지원 서비스라고 선전하는 '모젠'에 가입했다. 모젠은 현대-기아 자동차가 지난 2005년 KT와 제휴한 서비스로 통신을 기반으로 차량에서 받을 수 있는 각종 서비스를 말한다.

모젠 서비스에 가입하면 5분 단위로 교통상황을 체크해 정체 구간을 피하도록 길 안내를 해주는 것 뿐만 아니라 상담원과 연결, 음성으로 길 안내까지 받을 수 있다. 차량 분실시에는 차량의 현재 위치를 경찰에 제공해 추적까지 가능하다. 사고로 인해 에어백이 작동되면 단말기가 자동 착신 모드로 전환돼 부상 등으로 전화를 받기 어려울 때도 자동으로 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 전국 4천6백여 개의 맛집이 등록돼 있어 가까운 맛집까지 소개해준다.

정씨는 3년 동안 대만족할 만큼 모젠 서비스를 이용해왔다. 모젠 측에서 사용 후기를 공모할 때도 적극 참여해 예전에 사용했던 일본산 실시간 네비게이션과 비교한 글을 올려 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정씨는 최근 황당한 문자 한통을 받았다. "KT 2G 서비스가 종료됨에 따라 모젠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문자였다. 정씨는 아무런 문제 없이 쓰고 있는 서비스를 달랑 문자 한통만으로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행태를 보고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KT 2G 서비스망을 기반으로 한 길 안내 서비스가 일방적으로 폐지돼 정씨와 같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차량을 구입하면서 옵션으로 수백만원을 추가해 서비스에 가입했는데 KT의 2G 서비스 종료에 따른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폐지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전가시키고 있다는 불만이다.

일방적 서비스 폐지 통보…소비자 불만 폭주

정씨와 같은 피해자는 일방적으로 서비스 폐지를 통보받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더이상 통신 기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보상 차원의 문제가 아닌 고객과의 약속의 문제라며 모젠 측의 일방적 서비스 중단에 반발하고 있다.

모젠 측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09년 사이에 생산된 아반떼, 그랜저TG, 베라크루즈, 싼타페, NF소나타, 로체, 쏘렌토, 제네시스 차량에 부착된 MTS 150, MTS 250, MTS 450 등의 단말기를 KT의 2G 서비스 종료에 따라 지난 3일부터 이용할 수 없다. 서비스 중단에 따른 피해자는 9500명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모젠 측은 소비자에게 불편을 초래한 것에 양해를 부탁하면서도 약관상 "이동통신사의 사업상, 정책상의 변화로 인해 지연, 일시종료, 제공 불가능할 수 있음"을 고지했다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게끔 3G망으로 전환시켜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도 모젠 측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모젠 측은 차량 내장용으로 KT 2G 전용 단말기를 설치했고 서비스의 특성상 기술적으로 차량과 밀접히 연계돼 있어 3G망 단말기로 교체, 전환하는 것이 어렵다고 밝혔다. 모젠 측은 2009년 이후 생산된 차량부터 3G망 모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9년 이후 모젠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려면 차량을 교체하거나 새로 구입해야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은 휴대폰도 망 서비스 폐지 시에 다른 기기로 교체해주고 있는데 하물며 차량과 연계된 통신 서비스를 폐지하면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려면 '새 차량을 사라'고만 하고 있다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몇 십 만원 보상에 민형사상 소송은 하지 마라?

모젠 측은 MTS 150과 MTS 250 모델의 단말기를 단 차량에 대해서는 현금 30만원 보상에 20만 포인트를 일괄 제공하고 MTS 450 모델의 단말기 장착 차량에 대해서는 보상금 한도액으로 150만원을 정해놓고 잔여 감각상각 금액을 계산해 현금 보상을 해주고 20만 포인트를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모젠 측은 또한 보상을 받을 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하라고 통지했다. 

정씨는 자신이 선택한 제네시스 차량의 가치에 모젠 서비스도 포함돼 있는 것이며 수백만원을 들여 옵션으로 선택한 서비스를 수십만원으로 보상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호소했다.

정씨는 "3년 동안 이용한 감각상각비를 거꾸로 제가 지불해 줄테니 될 수 있는 한 서비스를 계속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3G망 서비스 전환이 어렵다고 하는데, 가능성은 있는 것 아니냐"면서 "기업 입장에서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대체 서비스를 찾고 노력하겠다는 것하고,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것 하고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몇십만원 보상에 고객은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을 토했다.

법적 책임 문제 없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는데도 현대-기아자동차와 KT는 책임과 관련해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기아자동차 홍보실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계 자체를 2G 망에서 3G 망으로 바꾸는 문제가 큰데 기기 변경은 모젠이 내장형으로 돼 있어 쉽지 않다"면서 보상을 통한 방법만이 유일하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또한 "KT 측에 두번 정도 2G망 철거를 철회하는 요청을 했는데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2G 서비스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KT 홍보실 관계자는 "모젠 서비스는 현대기아차와 별정 사업을 진행한 건"이라며 "2G 종료에 대해 양사가 협의가 됐다. KT는 망 제공 사업자로서 들어간 것이고 현대기아 자동차가 망을 임대해서 모젠이란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보상 문제는 현대기아차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말했다.

모젠 서비스 이용자들은 이번 서비스의 일방적 폐지로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고 기업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기업의 횡포라면서 피해자들을 모집하고 집단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정씨는 "모젠 서비스가 종료되고 난 후 기본 네비게이션 기능만 되고 교통 정보와 같은 실시간 서비스는 아무것도 뜨지 않는다. 차가 바보가 돼버렸다"면서 "소비자들은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도록 해달라는 것뿐이다. 이번 문제는 돈 문제를 떠나서 소비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KT는 지난 3일부터 2G 서비스 종료 지역을 서울 수도권에서부터 전국 지역으로 점차 확대하고 있다.

지난 18일 서비스가 중단된 지역은  인천·대구·대전·광주·울산·부산 등 6대 광역시와 고양·과천·수원·김포·용인·의정부 등 수도권 17개 시, 제주·서귀포 등 제주 지역 2개 시 등 전국의 25개 시다.

KT 2G 서비스 종료는 지난해 12월 법원이 2G 서비스 종료 행정소송 가처분 항고심을 받아들인 결과다.

하지만 2G 서비스 이용자들은 서비스 종료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며 국민감사청구를 제기하고 지난 17일부터는 행정재판 본안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2G 서비스 종료에 따른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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