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계정 '우리민족끼리'를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박정근(24)씨에 대한 구속적부심 청구가 기각됐다.

구속적부심사제도는 구속된 피의자에 대하여 법원이 구속의 적법성과 필요성을 심사해 그 타당성이 없으면 피의자를 석방하는 제도인데 법원이 박씨의 석방 사유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씨 변호를 맡은 이광철 변호사는 지난 20일 박씨의 혐의는 국가보안법 제7조의 찬양 고무가 아니며, 좋지 않은 박씨의 건강상태를 호소해 구속적부심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 재범의 우려가 있다며 이날 오후 기각했다.

특히 구속적부심 심사에서 박씨는 '만약 석방이 되면 또다시 그런 표현들을 할 것이냐'는 재판장의 질문을 받고 괴로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줄곧 '우리민족끼리'를 리트윗하고 멘션을 보낸 것은 장난성에 가까운 것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또한 이 같은 표현 자체를 용납하지 못하는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밝히고 자신를 계기로 잘못된 국가보안법 적용을 막고자 집회 시위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이광철 변호사에 따르면 박씨는 재판부의 재범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사진관 운영에 주력하고,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취지로 답변을 했다. 박씨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사진관을 운영하며 가계를 책임져 왔는데, 자신의 구속으로 사실상 사진관이 폐쇄 직전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의 어머니도 눈물까지 흘리면서 '자식이 어려서 한 일이며 잘 보살피겠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결국 구속적부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구속 적부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재판장의 질문은 박씨에게 있어 상당히 고문적인 얘기였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박씨는 자숙하겠다는 취지로 의사를 밝혔고, 어머니까지 눈물로 호소했다. 도주나 재범의 우려가 없다고 봐야 했는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박씨가 구속된 이후 다시 한번 박씨의 트윗을 살펴봤는데 김정일 사망과 북한 인권 등 상당수의 표현물이 반북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국가보안법 7조를 적용하려면 표현물이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특히 주관적으로 그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목적이 없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지난해 9월 경찰이 사진관과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고 급성 스트레스성 장애라는 진단을 받은 상황이다. 박씨는 구치소에서 정신과 치료약을 복용하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의 동료인 김성일씨는 "경찰 때문에 병을 얻게 된 것인데, 구속까지 시켜놓고 적부심을 수용하지 않은 것은 박씨를 괴롭히겠다는 심산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수사당국은 박씨 구속 이후 트윗 내용 뿐 아니라 박씨의 국가보안법 폐지 활동에 대한 조사도 추가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 구성 요건 상 박씨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 트윗 내용 혐의만으로는 최종 법적 처벌까지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보안법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박씨의 활동을 문제삼아 법 적용 논란을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인신 구속 기간이 늘어나면서 박씨 후원이 늘고 있는 등 누리꾼들은 박씨 사건을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트윗 상에서는 '박정근 즉시 석방과 국가보안법의 완전철폐를 요구하는 트위터리안 서명'이 진행 중이다. 박씨가 연대활동을 했던 홍대 앞 두리반에서는 후원 바자회를 준비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 16일 공개서한을 통해 잘못된 국가보안법의 적용으로 개인의 삶을 파괴될 수 있는지 절절하게 호소하기도 했다.

박씨는 자신이 받은 영장의 내용에 대해 "'트위터라는, 4명만 구독해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SNS 매체'를 이용해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찬양하고 선전선동을 유도했다는 내용"이라고 소개하고 "체제찬양으로 보이는 글들은 대부분 농담이었으나 저는 이 편지에서 농담을 일일이 설명하진 않을 것이다. 농담을 변명하는 건 농담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그렇게 하면 농담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니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이어 "이 사건으로 지금 많은 이들이 저를 지켜보고 있으며, 이미 이 사건으로 인해 저는 국가보안법 위반자라는 낙인이 찍혀버렸다"면서 "저 같은 청년을 국가가 보살펴주지는 못할망정 범법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원이 박씨의 구속적부심 청구를 기각함에 따라 검찰은 조사 시한을 연장할 수 있는 최대 기한인 오는 29일께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기소 결정을 내리면 보석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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