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이 설 극장을 강타하고 있다. 설에는 가족영화, 코메디 영화가 대세라는 공식을 깨고 지난 18일 개봉 이후 꾸준히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실화를 다뤄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도가니>에 이어 <부러진 화살>이 다시 한번 사회 고발성 영화의 호소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8일 장화신은 고양이, 댄싱퀸에 이어 <부러진 화살>은 245개 스크린수에 4만8387명의 관객수라는 개봉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이어 19일에는 스크린수 248개에 9만3363명이 부러진 화살을 찾았고, 21일에는 17만1836명이 찾아 전일대비 관객수 증감 70%를 기록했다. 21일에는 누적관객수로 무려 33만2845명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2일 개봉 닷새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부러진 화살은 총제작비로 약 15억 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약 50만 명이면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른 영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개관수에서 상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흥행 성적을 써내려가고 있다. 21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댄싱퀸의 경우 513개 스크린수에서 상영하고 있지만 부러진 화살은 245개로 개봉해 349개로 스크린수를 확대했지만 여전히 다른 영화에 비하면 개관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부러진 화살과 비교되는 도가니의 경우 650개 스크린수에서 상영됐다.

부러진 화살이 코미디와 오락 영화의 틈바구니 속에 선전하고 있는 요인은 빠른 입소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영화에 대한 논쟁이 불을 붙은 것도 흥행의 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이번 영화를 두고 픽션과 논픽션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붙었고, 이에 대한 트위터리안의 멘션과 리트윗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조선일보가 "페이스북에 '가카새끼 짬뽕' 등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게시물을 올려 좌파 네티즌들에게서 '개념판사' 등의 찬사를 받았던 이정렬(43) 창원지법 판사가 영화 '부러진 화살' 개봉의 유탄(流彈)을 맞고 있다"며 이정렬 판사가 김명호 전 교수의 복직 소송 당시 주심판사로 판결문을 작성했다고 지목하면서 이 판사에 대한 옹호와 비판 의견도 분분하다.

하지만 부러진 화살은 대체적으로 호평이 많다. 누리꾼들은 특히 이전에 뉴스에서 봤던 석궁 테러사건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영화를 보고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묘미가 있다는 감상평을 올려놓고 있다. 사회적 공분을 강요하기 보다는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법정물 영화의 문법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는 평이다.

트위터리안 @audible9은 "솔직히 정치적인 의식을 가지고 보러갔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도 있었던 영화였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부조리와 그에 대항하여 싸운 남자의 이야기"라고 썼다.

 

반면 영화에서 묘사되는 사법부의 행태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전 위원장은 트윗에서 "인류에서 법을 다루는 기관이 스스로 각성하고 변화한 전례가 있는지"라며 권위적인 사법부의 행태를 지적했다.

트위터리안 @intifada69는 "부러진 화살은 김명호 교수 자신일지도 모릅니다"라며 "사학과 사법부 권력을 정조준했지만 그 거대한 벽에 부딪혀 맥없이 부러진 한 개인, 대중은 문제 의식을 갖고 권력은 조금이라고 두려움을 느꼈다면 영화는 제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평을 남겼다.

정지영 감독의 10여년 만의 영화 연출이라는 점, 안성기 등 최고의 영화배우들이 '노 개런티'로 출연한 영화라는 점, 이외에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민웅 교수, 조돈문 학술단체협의회 회장, 서유석 전 교수노조 위원장,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 등 사회 각계 인사들이 카메오로 출연하고 있다는 점 등도 흥행 입소문에 덤으로 따라붙고 있다. 이번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문성근씨의 판사 연기에 대해 '연기만 보면 때려주고 싶다'는 악플(?)도 부러진 화살의 입소문에 따라붙고 있다.

대법원이 부러진 화살에 묘사된 내용에 대해 적극 해명한 사실이 알려진 것도 오히려 흥행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됐다.

대법원은 개봉을 앞두고 각급 법원 공보판사에서 자료를 배포해 이 영화의 핵심인 부러진 석궁 화살이 증거물로 제출되지 않은 이유와 화살이 옷을 관통했는지 여부 등을 영화의 내용과 실제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점을 비교해 설명했다.

지난 2007년 일어난 판사 석궁테러 사건을 소재로 부러진 화살은 정말 화살에 부장 판사가 맞았는지를 두고 과학적 분석을 통해 실체에 접근하려는 과정을 심도 있게 그리고 있다. 부장판사가 맞았다면 그 화살은 어디로 갔는지, 피해자의 조끼와 속옷에는 피자국이 있으면서 왜 와이셔츠엔 없는지 등이 영화에서 제기하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재판부에 이 같은 합리적인 의문 제기에 제대로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부러진 화살은 김명호 전 교수가 복직 판결에 불만을 품고 부장 판사 집에 찾아가 상해를 입힌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김 전 교수는 지난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 형이 확정돼 형기를 복역하고 지난해 초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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