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BS 방송사는 지난 5월20일자로 간판 여성앵커인 카니 정을 전격해임, 일일 뉴스프로인 <아이 투 아이>를 남자 앵커인 댄 래더에게 맡겼다.

지난 89년 NBC에서 한창 인기를 누리던 카니 정을 스카우트한 바 있던 CBS는 ABC와 NBC에 비해 뉴스 시청률이 떨어지자 93년 6월 카니 정을 매일 저녁 의 공동앵커로 내세우는 동시에 한 사건을 집중보도하는 <아이 투 아이>를 단독으로 진행하게 했다. 카니 정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준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시청률은 별로 오르지 않고 오히려 그녀로 인해 CBS가 몇차례 구설수에 오르자 전격해임하기에 이른 것이다. 카니 정이 구설수에 오른 것은 잘 알려졌다시피 미 하원의장 뉴트 킹그리치 어머니와의 인터뷰 때문.

이외에도 오클라호마 폭발사건때는 사건수습 공무원에게 어리석은 질문을 했다고 다시 비판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CBS측은 이같은 일련의 사건들이 해임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시사했지만, 카니 정은 시청률 꼴찌를 면해보려고 회사측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들은 20년전 ABC방송사의 바바라 월터스가 공동진행 앵커인 해리 리스너와 마찰을 빚었던 사건에 빚대 CBS의 성차별 때문에 카니 정이 해임됐다는 보도를 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주요 언론들은 언론끼리 비평을 삼가는 관례에 따라 소극적으로 보도하는데 그쳤다.

어쨌건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간판 앵커들은 인기도에 의해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영화배우나 운동선수들과 별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실제로 미국의 앵커들은 방송사내 기자나 프로듀서와는 비교도 안되는 엄청난 보수를 받는다는 점에서 유명세를 타는 인기인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앵커들의 연봉은 복잡한 계약을 통해 지급되기 때문에 연봉을 얼마나 받는지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ABC의 바바라 월터스나 피터 제닝스(월드뉴스), 테드 카플(나이트라인)은 연봉 1천만 달러(약 80억원), <프라임타임>의 다이안 소이어는 연봉 7백만 달러(약 56억원) 이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농구선수 마이클 조단은 물론, 연봉이 가장 높은 프로야구 선수나 미식축구 선수보다 더 높다 (물론 앵커라고 해서 연봉이 다높은 것은 아니다. 프라임타임의 남성 공동진행자인 샘 도날슨은 여성앵커인 소이어의 3분의 1 수준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NBC가 시청률을 올리려 제너럴모터스 픽업트럭에 문제가 있다고 보도하면서 속임수를 쓴 사건이 발생, 사장 이하 책임자들의 줄줄이 사임하는 등 큰 홍역을 치른뒤 ABC의 바바라 월터스를 스카우트하려 한 사실이 있었다. 결국 값이 너무 비싸 무산되기는 했지만 이 사안은 뉴스 시청률이 앵커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점에서 동양계로서는 유일하게 간판급 앵커우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카니 정의 해임사건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뉴스앵커도 인기가 떨어지면 가차없이 좌천되는 고달픈 직업이라는 사실을 역으로 확인시켜 주는 계기였다고 할 수 있다.
파격적인 대우, 가차없는 해임 그 모든 것이 철저히 ‘아메리칸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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