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개국 이후 처음으로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 대해 법정 제재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선정적 보도로 파장을 낳았던 동아 종편 A씨 동영상에 대해서는 행정지도성 권고를 결정해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향후 종편에 대한 심의 기준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방송통신심의위원히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채널A의 <해피앤드, 101가지 부부이야기> '시어머니의 올가미' 편에 대해 법정제재인 '주의'를 결정했다.

주의는 행정지도성 '권고'보다는 강한 조치지만 법정제재인 '경고'보다는 낮은 수위다.

방통심의위는 <해피앤드>를 "해당 프로그램은 전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각자 재혼하여 다시 고부관계가 되는 등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소재를 다룬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방통심의위는 "시어머니가 전 남편의 아들과 함께 새 남편의 재산을 가로채려하고, 그 과정에서 며느리를 협박․폭행하는 등 시청자의 윤리의식과 건전한 정서를 해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프로그램 내용이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방영된 것도 심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방통심의위는 또한 "불필요한 카메라 움직임 등을 통해 특정업체에게 의도적으로 광고효과를 줬다"면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5조(윤리성)제2항, 제44조(수용수준)제2항, 그리고 제46조(광고효과의 제한)제2항을 동시에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종편 프로그램에 대한 첫 법정제재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종편 심의에 대한 선례로 남아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기존 지상파 방송의 심의 조치보다는 약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예상된다.

일례로 지난 2005년 방영된 <올드미스다이어리>의 경우 며느리에게 뺨을 맞는 시어머니의 모습을 내보내 시청자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방송위원회는 △시청자 사과 △해당 방송프로그램 중지 △해당 방송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등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방통심의위도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기존 유사 심의사례에 비추어 볼 때, 지상파방송을 통해 전달되었을 경우 보다 중한 법정제재를 받았을 것"이라고 시인했다.

이어 방통심의위는 ▲짧은 방송제작 경험으로 인한 심의시스템의 제도화와 심의규정에 대한 이해가 미흡한 종편채널의 현실 ▲그리고 기존 매체와 종편채널 간 사회적 영향력의 차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됐던 채널A <뉴스830>의 'A씨 동영상'도 결국 권고 조치를 받았다. 야당 추천 위원들은 반복적으로 해당 영상을 내보낸 것은 황색저널리즘의 전형이라며 의견 진술을 듣고 법정 제재를 논의하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전체회의에서 여당 추천위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행정지도성 권고 조치를 내리는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채널A는 종편 개국 이후 <해피앤드>를 포함해 <지금 해결해 드립니다>, <하얀묵시록 그린란드>,  <무비홀릭>, <뉴스830> 등 5건이 심의 안건에 올라올 정도로 선정성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장낙인 위원은 "기존의 지상파 드라마나 보도물에 비하면 심의 조치가 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낮게 조치를 시작하자는 의견이 다수였기 때문에 이렇게 결정됐다. 분위기상으로는 이날도 법정제재 조치가 하나도 안 나올 것 같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만, 장 의원은 "이번 심의 조치가 향후 심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여당 위원들 중에서도 종편을 지상파에 준하는 기준으로 심의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종편 심의가 결코 느슨하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는 오는 30일 심의위원 워크샵을 통해 종편 심의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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