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네이버 뉴스캐스트 화면에서 한 일간신문 과학 섹션의  '英서 ‘쌍둥이 UFO’ 잇따라 목격 충격과학'이란 제목을 클릭해 들어가면 이 신문 자매 사이트의 기사가 보인다. 머니투데이의 '박철민 '형 아리랑치기 당해 숨쳐'라는 연예 섹션 제목의 기사를 클릭하면 머니투데이의 제휴사인 스타뉴스 화면의 기사로 연결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당수 언론사들이 인터넷 기사만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자회사 또는 자매 사이트를 두고 연예 관련이나 가십성 기사를 네이버에 송출하고 있다.

네이버가 이처럼 언론사들이 자매 사이트 또는 제휴 사이트 콘텐츠를 뉴스캐스트에 끼어넣는 방식에 제동을 걸 방침이다.

현재 네이버뉴스캐스트에 속한 언론사는 각 분야별로 9건의 기사를 편집해 노출시키고 있는데, 일부 언론사들은 자사 계열사의 뉴스컨텐츠를 하나씩 끼어넣는 형식으로 편집해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9일 "계약서 상의 '매체'에 해당되지 않는 뉴스 컨텐츠로 '언론사의 제휴사, 계열사의 뉴스컨텐츠, 자매지의 뉴스컨텐츠 등을 뉴스캐스트에 편집할 수 없다"는 내용의 조항을 신설한 뉴스캐스트 컨텐츠 운영 원칙을 발표하고 17일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네이버의 이번 방침은 관행상 넘어갔던 불공정 행위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선언적 의미가 크다. 계약상 언론사들 자사의 컨텐츠만을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미 언론사들의 제휴 컨텐츠 끼어넣기는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언론사들의 제휴 매체들은 트래픽 유입이 급속히 떨어질 것을 걱정해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트래픽 감소로 인한 수익과 직결된 부분을 쉽사리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라 이번 네이버 방침에 불만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 측은 언론사와의 갈등 양상으로 비춰지는 것에 민감한 모습이다. 네이버가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언론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해당 조항의 적용 시기를 당초 17일에서 3월 5일로 늦춘 것도 이 때문이다.

네이버 홍보실 관계자는 "교통사고가 나지 않게 위해 신호를 잘 지키자는 캠페인과 마찬가지다"라며 "지키는 운전자도 있지만 안 지키는 운전자에게 노력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3월 이후 해당 조항이 적용된 이후에도 제휴사의 컨텐츠 끼어넣기 관행이 바뀌지 않을 경우 '패널티'를 부과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번 방침은 가이드 라인을 리마인드를 시키는 부분이 크다"면서도 "계약 위반을 할 경우 주제별 노출이 제외가 된다. 수정이 되면 복귀되는 부분인데 일시적으로 노출이 제외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선정적인 컨텐츠의 경우 뉴스 주제별 컨텐츠에서 삭제하고 있는 것처럼 제휴사의 컨텐츠 끼어넣기가 발견되면 삭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언론사 제휴 매체들 관계자는 이번 네이버의 방침을 통보받고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 일간신문 자매 사이트 관계자는 네이버의 방침에 대해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네이버에서 한개 매체의 컨텐츠만 다루다고 하는데 통폐합을 해야 하나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우리 사이트의 경우 트래픽 유입 60% 이상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의존하고 있다"며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어느 정도가 될지는 모르겠다. 여러가지 상황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독립돼 있긴 하지만 언론사 내부의 문화-연예인팀을 특화시켜 조직을 만들어 뉴스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가 단호하게 해당 조항을 적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다른 한 언론사의 제휴 매체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같은 편집부 부서 기자들이 기사를 쓰고 있고, 향후 독립하기 위해 현재는 인큐베이팅 과정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네이버 측에서도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 자르듯이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직 시행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양측은 모두 이번 방침에 따른 파장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3월 실제 적용 문제에 있어 잡음이 커질 경우 네이버뉴스캐스트에 대한 다른 문제점이 터저나오면서 갈등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현재까지 네이버뉴스캐스트 운영 방침이 변화될 때마다 언론사간의 마찰이 불거져왔다. 조그마한 정책 변화라 하더라도 광고 매출에 직결되는 트래픽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에는 뉴스캐스트에서 노출하는 기사 수를 7개에서 9개로 확대해 일부 언론사 닷컴 트래픽이 일시적으로 40~50% 줄어든 바 있고, 지난 3월에는 또한 뉴스캐스트 톱기사로 노출된 기사를 클릭할 경우 해당 언론사에서 직접 기사를 찾는 형식에서 해당 기사로 직접 들어가는 방식으로 바꿨다. 기존에는 두번 클릭해야 기사를 찾을 수 있었지만 한번 클릭에 기사로 연결되면서 트래픽이 떨어지면서 언론사들 입장에서는 피해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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