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선거 운동을 허용한다는 취지로 제93조 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가운데 해당 조항에 따라 처벌을 받은 사람이 재심을 청구했다.

유권자자유네트워크(이하 유자넷)는 김모씨 등 2명을 대신해 18일 서울중앙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유자넷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대통령 이명박 괜찮은가?'라는 제목의 UCC를 4회에 걸쳐 당시 문국현 대선후보 홈페이지에 개시했다. 김씨는 93조 1항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 80만원의 선고 유예를 받았다.

정모씨는 이명박 대통령 자녀의 위장 취업 논란을 다룬 뉴스에 '교회 장로하는 분이 그러시면 교회인이 욕을 먹는다'는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80만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번 재심 청구는 헌재의 제93조 1항에 대한 한정위헌결정을 근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기각할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에 따르면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해서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한정위헌 결정에 한해서는 재심청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판례 변경이 없는 이상 재심청구를 하면 기각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따라서 이번 93조 1항으로 처벌받은 사람이 한정위헌을 근거로 재심을 청구해도 구제를 받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자넷이 재심을 청구한 것은 헌재의 결정에 이어 선관위가 인터넷 선거운동 상시 허용 운용기준을 발표하는 등 법원이 사회변화상을 수용해 전향적으로 재심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법원이 기각을 하더라도 헌재의 위헌 결정을 무시한 법원을 부각시켜 제93조 1항 자체의 위헌 폐지 여론을 모을 수 있다.

 

유자넷 법률지원단 이은지 간사는 "유자넷은 93조 1항 전제를 완전 폐기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내놨다"면서 "헌법재판소가 비판을 받아 마땅한 것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면 이런 논란이 있을 줄 뻔히 알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정위헌 결정에 따른 재심 청구 문제는 학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만큼 논란이 큰 문제다. 재심청구로 인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권한 다툼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헌재와 대법원의 기싸움에 위헌 결정을 내린 사건에 대해 구제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만 남을 수밖에 없다.

유자넷은 "헌재와 대법원의 입장 차이로 정작 기본권 침해를 당한 국민이 권리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만약 법원이 이번 재심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한다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주민 변호사는 "재판을 행하는 법관은 어떤 법률을 적용함에 있어 먼저 적용 법률이 헌법에 합치되는지를 살펴야 하고,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어떠한 이유에서든 그 법률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그렇다면 비록 법령의 해석방식을 정하는 한정위헌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그 실질이 위헌결정인 이상 법원은 이에 따라 재판을 해야 정의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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