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에서 보수와 진보의 성적표는 확실히 진보의 승리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독보적인 나꼼수의 존재 아래 모두 무릎 꿇고 좀처럼 맥을 못추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목소리를 담겼다고 시작한 <그래 너는 꼼수다>는 3회 이후부터 업데이트가 끊겼다. 보수 논객으로 꾸려진 <명품수다>도 지난해 11월 2회 방송 이후 나오지 않고 있다. 이들은 모두 나꼼수를 겨냥해 ‘나꼼수 보수 버전'이라고 소개했지만 청취자들은 콘텐츠와 재미 모두 떨어진 이들에게 혹평을 쏟아냈다. 나꼼수의 선점 효과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새롭고 차별성 있는 콘텐츠로 무장한 팟캐스트의 경우 보수·진보의 잣대와 상관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뉴스와 정치 분야의 팟캐스트 콘텐츠가 주로 해학, 풍자로 이뤄져 있는 것도 보수 진영의 팟캐스트 진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풍자와 해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보수 세력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스스로 비판해야 하는데 과연 할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다.

새롭게 출현한 뉴미디어가 그동안 진보의 전유물이 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 통신 세대의 인터넷은 IT계 진보적 인사들의 놀이터였다. 이후 각광을 받은 블로그는 진보적 논객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1인 방송 역시 진보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대안 언론의 몫이었다. 소셜미디어 시대 트윗에서는 좀처럼 보수적 목소리를 찾기 어렵다.

<이슈를 털어주는 남자> 진행자 김종배씨는 “팟캐스트 주력 이용자가 20~30대다. 이 세대가 보여주는 정치 성향이 굉장히 진보적이고 개혁적이다. 그것이 만나는 지점에서 팟캐스트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층이 뉴미디어를 적극 수용한 결과라는 얘기지만 반대로 말하면 보수 진영에서 뉴미디어 출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 미디어가 보수적 목소리를 대변해온 상황에서 굳이 뉴미디어를 잡을 필요성을 못 느꼈다는 것이다.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기존 미디어에 대해 항상 답답함을 느꼈고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뉴미디어 출현에 항상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팟캐스트 역시 진보 진영에서 미디어로서 가능성을 일찍이 발견했다는 것이다. 편성 시간에도 자유롭고, 정부 비판적인 내용의 주제라도 얼마든지 목소리를 높힐 수 있는 팟캐스트의 매력을 발견하고 적극 활용한 셈이다.

진보 진영의 정치인들이 활발히 팟캐스트에 진출하고 있는 것도 기존 언론에서는 온전히 자신의 뜻을 전달하기도 어렵고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는 배경이 깔려있다. 민중의소리 <애국전선> 진행자인 현석훈 기자는 “정치인들이 넥타이를 매고 방송을 한다면 팟캐스트에서는 허리띠를 풀고 방송을 하는 것이다.

방송이 포장이라면 팟캐스트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만 있다면 보수도 충분히 팟캐스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상식적인 목소리를 내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허재현 한겨레 기자는 “명품수다가 진보주의자들에게 외면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얘기를 하지 않아서 외면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찌됐건 팟캐스트는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보수와 진보의 각축전이 팟캐스트에서 다시 한번 재현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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