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가 대세다. 팟캐스트의 중심에는  '나는 꼼수다'가 있다. 2011년을 강타한 키워드로 나꼼수를 뽑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한 회당 적으면 100만, 많으면 600만 명 이상이 나꼼수에 귀를 기울인다. 나꼼수에서 말한 발언은 다음날 주요 언론의 뉴스로 떠오른다. 나꼼수 팀원이 집회에 나가면 기본 5천명이 모인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민주언론상까지 수상하면서 위상도 높아졌다. 보수 진영에서는 나꼼수가 이미 권력이 됐다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러 평가가 분분한 가운데 분명한 것은 나꼼수가 팟캐스트 시장을 활짝 열어줬다는 점과 스마트폰 2천만 시대에서 2012년에도 나꼼수를 비롯한 팟캐스트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팟캐스트 열풍에 따라 나꼼수를 따라잡으려는 후발주자들도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명 ‘나꼼수 프레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후발주자들에게 나꼼수는 동경의 대상이자 깨야될 대상이다. 팟캐스트 열풍의 중심에 서려는 후발주자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 예능적 요소 겸비해야= 11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인터넷 신문 민중의소리 사무실 한켠에는 방송이 한창이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진행자를 바꿔 4개의 실시간 방송 프로그램이 돌아간다. 민중의소리가 내놓은 팟캐스트는 정기적인 방송 프로그램을 포함해 <애국전선>이 있다. <애국전선>은 16일 기준으로 아이튠즈 전체 순위에서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뉴스 및 정치' 카테고리 분야에서는 5위에 랭크돼 있다.

   
 
 

한미FTA 비준 처리가 임박하면서 FTA에 대한 폐해를 독자들에게 보다 쉽게 알리기 위해서 ‘소박’하게 시작했다는  <애국전선>은 소위 ‘대박'을 쳤다. 직접 청취자들이 다운로드한 횟수는 20만 명이 넘고, ‘어둠의 경로'를 통해 다운로드된 횟수를 더하면 60만 명을 상회한다. 부동의 1위 나꼼수와는 많은 차이가 나긴 하지만 나름 ‘짭짤한'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제3화 당시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의 국회 본회의 최루탄 투척 사건을 다루면서 청취자들의 유입을 급속히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 <애국전선>이 인기를 얻으면서 인터넷 신문 민중의소리로 유입된 수도 확실히 늘었다. 방송에서 다룬 주제가 기사로 나오기 때문에 ‘텍스트'로 보기 위한 클릭수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독자들 사이에서는 나꼼수 보다는 ‘재미'가 떨어지지만 세심한 정보의 설명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민중의소리 측은 팟캐스트는 반드시 예능적 요소를 겸비해야 청취자들의 귀를 사로잡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제작자 겸 진행을 맡고 있는 현석훈 민중의소리 기자는 “팟캐스트는 B급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놀이터와 같은 개념으로 기존 언론을 희롱하고 조롱하는 공간이다. 반드시 예능적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 정치인 팟캐스트 진출 활발= 팟캐스트 열풍으로 정치인들이 직접 나서 코너를 만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해찬의 정석정치>,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가 대표적이다. 오는 18일에는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 노회찬 대변인이 ‘유시민·노회찬의 저공비행'이라는 팟캐스트를 선보일 예정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인들의 팟캐스트 중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정희의 희소식>이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측은 한 두번 정도 이 대표의 음성 파일을 홈페이지에 올려놨는데 반응이 좋자 민중의소리와 제휴해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있다. <이정희의 희소식>은 지난해 12월 24일 시작한 이후 6화까지 제작됐고, 뉴스 및 정치 카테고리에서 10위 안에 지속적으로 랭크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큰 인기의 비결은 정치 해설이라는 형식을 탈피해 라디오라는 일대일 매체의 특징을 잘 살려 자신의 일기를 들려주듯 친근한 컨셉으로 청취자들에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이정희 대표의 목소리는 또다른 매력이다. 역으로 말하면 많은 정치인들이 홍보 효과를 노리고 팟캐스트에 진출할 수 있겠지만 차별화된 콘텐츠와 컨셉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철저히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설령 유력 정치인이 팟캐스트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차별화된 콘텐츠가 없으면 기자들이 뉴스거리를 찾아 기웃거릴 수는 있어도 대중들의 환영은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 킬러 콘텐츠를 찾아라= <김종배의 이슈를 털어주는 남자>(이하 이털남)는 전문적인 시사평론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팟캐스트다. 진행자 김종배씨는 손석희의 시사집중에서 아침 뉴스를 소개하는 코너를 10년 동안 맡았을 정도로 내공 실력이 만만치 않다.

오마이뉴스에서 제안해 지난 3일부터 시작한 <이털남>은 김씨의 내공을 바탕으로 하나의 이슈에 대해 끝까지 추적하는 것을 컨셉으로 잡았다. 매회마다 한명의 게스트를 출연시켜 하나의 이슈를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누리꾼 ‘굴하'는 <이털남>에 대해 “명쾌한 해설, 날카로운 지적, 부드러운 논리가 생각을 깊게 만들어주는 면이 좋다"는 평을 남겼다.

김씨는 “처음 팟캐스트를 한다고 했을 때 다들 나꼼수 포맷을 생각해 누구랑 같이 할 것이냐고 물어봤는데, 저희는 매일 인터뷰를 바꿔가며 하고 있다. 섭외가 관건이라서 사실 하루 하루가 전쟁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이 선정과 섭외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이털남>의 인터뷰이들을 보면 최근 대법원 무죄 확정을 받은 정연주 전 KBS 사장, 이상돈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등이 있다. <이털남>은 '조용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슈 발굴과 인터뷰이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씨는 “이른바 잘 나가는 사람들, 지명도 높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면 잘 팔리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언제까지 고공플레이를 할 것이냐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너무 고공플레이에 연연하지 말자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내용이 중요하지 출연 인물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 언론도 팟캐스트 시장 진출= 기자들도 팟캐스트 열풍에 뛰어들고 있다. 팟캐스트 열풍의 이면에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이 있다는 분석을 놓고 보자면 역설적인 상황인 셈이다. 특히 허재현 한겨레 기자의 <허재현 현장 기자>는 취재의 뒷면을 날 것 그대로 방송하면서 청취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허재현 현장 기자>는 한겨레가 제작하는 공식 팟캐스트가 아닌 허 기자 개인 방송이다.

허 기자는 평소 블로그나 트윗을 통해 자신이 취재한 뒷이야기를 해왔는데 팟캐스트로 포맷을 전환한 경우다. 허 기자는 “취재와 관련된 모든 정보는 독자들의 재산이라고 생각한다"며 “독자들이 위임을 해줘서 얻은 자원들은 가급적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도 기사에 다 담지 못한 것은 독자들에게 제공해왔다"고 말했다.

허 기자는 팟캐스트를 통해 취재 녹음 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허 기자는 한진중공업 투쟁을 마치고 내려온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화 주인공인 김명호 교수를 만나 취재 뒷이야기를 풀었다. 최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폭행한 일명 ‘빨갱이 아줌마'의 육성 인터뷰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허재현 현장 기자>는 ‘따뜻한 옆집 오빠’같은 사람이 나와 나긋나긋하게 수다를 떨어주는 것으로 컨셉을 정했다. 허 기자는 “기자로서 품위를 지킬 것, 모르는 얘기를 하지 말 것, 남들이 하는 애기를 하지 말 것을 원칙을 정했다"면서 “핫 이슈를 얘기하면 잘 모른 부분을 아는 것처럼 해야 되는 단점이 생긴다. 모르는 얘기를 하지 않기 위해 제가 취재한 것을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허재현 현장 기자>가 호응을 얻으면서 한겨레는 회사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허 기자는 “글자로 쓴 칼럼은 팩트에 근거해 개인적인 얘기를 해도 되고 음성(팟캐스트)으로는 개인적인 얘기를 하면 안되는 것이냐"라며 “언론권에서 기자 개인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보수적이지만 고정관념을 버리고 독자들의 요구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격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음성 파일의 팟캐스트에서 한발 나아가 지상파방송사 MBC의 계열사인 MBC C&I는 모바일 기기의 방송 전문 채널인 손바닥TV를 내놓았다.

손바닥TV 코너 중 <손바닥 뉴스> 진행을 맡고 있는 MBC 이상호 기자의 경우는 도저히 공중파 방송에서는 할 수 없는 콘텐츠로 승부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5일 이 기자는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영결식이 있던 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과를 받기 위해 연희동 자택을 찾았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방송에서 이 기자는 경호원들에게 강제로 끌려오면서 눈물을 흘렸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 전파를 탄 것이다. 지난 12일에는 소방관 전화 파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출연시켜 사과를 끌어내기도 했다.  

▶ 차별성 있는 콘텐츠가 핵심= 기존 언론사들이 팟캐스트를 운영하다고 해도 꼭 성공적이지는 않다. 한국일보가 만드는 ‘시사난타 H’는 지난해 10월 시작했지만 큰 이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팟캐스트 뉴스 정치 분야에서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직접 검색하지 않는 이상 관련 콘텐츠를 찾기도 어렵다.

‘시사난타 H'는 방송 초기 MB 내곡동 사저 문제를 다루면서 관심을 끌었지만 이후 한국일보 지면 기사를 설명해주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청취자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굳이 다운로드할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평이 많다. 누리꾼 ‘돌발이’는 “기사 내용을 기자분들이 리뷰하는 정도다. 듣는 시간이 아깝다"고 혹평했다. 누리꾼들은 기존 미디어가 다룰 수 없거나 차별성 있는 콘텐츠를 다루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신문 미디어의 보수적인 성격 탓에 의제 설정에서도 기자들이 데스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나꼼수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입지를 구축하려는 후발주자들의 승부처는 결국 콘텐츠라는 데 이견은 없다. 김종배씨는 “팟캐스트는 올드미디어 개념을 벗어난 엄연한 미디어라고 생각한다"면서 “결국은 본질로 돌아가서 보면 콘텐츠다. 미디어 형태가 어떤 것이냐는 둘째 문제다. 공중파나 기존 언론의 콘텐츠가 국민들의 정서와 요구에 부응한다면 팟캐스트가 떴겠는가. 결국 귀착되는 문제는 콘텐츠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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