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언론통폐합이 만들어 낸 웃지못할 사례다.
82년 11월 1일 연합통신은 경남 함안에서 물에 빠진 어린이를 개가 구했다는 미담기사를 각 언론사에 타전했다. 저수지에 빠져 익사직전에 놓여 있던 전모군(당시 6살)을 동네 ‘바둑이’가 팔을 물고 헤엄쳐 나와 구했다는 내용이었다.

TV외화속 ‘호보’나 ‘벤지’의 활약상을 연상시키는 대목이었다. 이 기사는 다음날 조선일보가 사회면 머리기사로 받으면서 각 신문에 경쟁적으로 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첫 보도가 나간지 사흘만에 이 기사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속보를 취재하러 현장에 내려간 기자들에 의해 오보였음이 확인된 것이다.

사고 당일 전군은 저수지에 빠진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저수지 근처에서 놀다 비탈길에서 미끄러져 무릎 아래를 적신 정도였고 뒤따르던 바둑이가 주변을 맴돌다 함께 올라온 것 뿐이었다. 그런데 앞서가던 다른 친구가 이를 잘못보고 어머니에게 과장해서 전했고 어머니는 이웃에게, 그 이웃은 또다른 이웃에게 말을 전하면서 ‘말이 말을 먹는’ 사태로까지 발전, 결국 개가 물에 빠진 어린이를 구했다는 식으로 발전했다.

이를 한 주민이 ‘마을의 자랑거리’를 외부에 알려야겠다며 언론사에 전화를 걸면서 문제의 보도가 탄생했다. 이 보도는 애당초 연합통신이 아닌 KBS마산방송국에서 처음 내보냈다. 기자가 주민의 제보를 받고 이를 데스크에게 보고했고 기사가 된다고 판단한 데스크가 다시 본사에 연락을 해 9시뉴스를 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때까지 언론사들은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는데 마침 이 뉴스를 본 연합통신 간부가 지역주재기자에게 지시, 기사를 ‘만들어’ 각사로 타전함으로써 실로 웃지못할 보도가 일제히 나가게 됐다.

당시 KBS기자는 주민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시간이 저녁 늦은 시간이어서 확인할 여유가 없어 일단 제보내용을 중심으로 보도를 했다고 한다. 연합통신 주재기자도 본사로부터 취재지시를 받은 시간이 밤시간대여서 확인을 하지 못하고 전화를 통해 주민들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듣고 기사를 작성, 송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해서 자정을 넘어 각 언론사로 타전된 연합통신 기사는 확인작업 없이 각 언론의 주요기사로 등장했다.

이 오보는 기자가 제대로 현장확인 없이 보도한데서 일차적인 발생원인이 있었다. 그러나 이 오보가 1~2개사에 그치지 않고 전 언론으로까지 확산된데는 80년 군사정권이 만들어 놓은 언론통폐합에도 상당부분 책임이 있었다.

신군부가 언론통폐합과 함께 중앙일간지의 지방주재기자 제도를 없앴기 때문에 현장을 확인할 여력이 전혀 없었고 따라서 지방에서 발생한 사건은 전적으로 연합통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 탓도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보도가 나간 다음에야 서울의 기자들이 현장에 내려가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던 점에서도 이 오보는 무리한 제도가 만들어 낸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그 한편 소위 ‘말랑말랑한’ 연성기사를 선호하는 언론의 상업주의도 오보생산을 부추긴 한 요인이었음은 두말 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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