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자는 언제든지 인터넷 홈페이지(포털사이트, 미니홈페이지, 블로그 등을 포함) 또는 그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이나 UCC 등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 또는 모바일메신저,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포함해 인터넷에 허위사실이 담긴 게시물을 30건 이상을 올리면 구속수사한다"(대검찰청)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선거운동을 허용한다는 취지로 제93조 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여전히 선거 규제 기관의 방침에 따른 제약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의 방침과 검찰의 방침이 서로 상반돼 유권자들에게만 혼란을 주고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이 같은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입법 개정을 할 의무가 있는 국회는 선거법 개정에 이견을 보이고 되려 선관위의 발표를 비난하고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선관위, 인터넷 선거운동 상시 허용

선관위는 지난 13일 전체 위원회의를 열고 인터넷 홈페이지, 전자우편, SNS를 활용해 선거운동을 한 경우 상시 허용하는 공직선거법 운용기준을 결정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자는 언제든지 인터넷 홈페이지(포털사이트, 미니홈페이지, 블로그 등을 포함) 또는 그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이나 UCC 등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 또는 모바일메신저,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선관위의 운용기준은 지난 헌재의 한정위헌 취지를 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선관위는 이번 운용기준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적용기간이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인 법 제93조제1항에 대하여만 한정위헌으로 결정하였지만, 중앙선관위가 결정한 이번 운용기준에 따라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선거일에도 트위터를 이용한 선거운동과 투표참여 홍보는 물론 언제든지 인터넷 등을 활용한 선거운동이 가능해졌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또한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 제254조가 제93조 1항의 한정위헌 결정에 따라 영향을 미치는 만큼 "법적 안정성과 법체계의 조화를 위하여 관련 규정에 대한 조속한 개정입법"을 촉구했다.

29번 트윗하면 되고, 30번 하면 구속?

선관위의 운용기준이 나온 뒤 검찰은 지난 1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포함해 인터넷에 허위사실이 담긴 게시물을 30건 이상을 올리면 구속수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검찰은 이밖에 특정후보의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흑색선전사범은 전원 입건해 원칙적으로 징역형을 구형하고, 문자메시지나 유인물 500건 이상 보낸 사람도 구속한다는 계혹을 밝혔다. 특히 당선이나 낙선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수량과 횟수에 관계없이 구속한다고 밝혔다.

검찰의 방침은 헌재의 결정과 선관위의 운용기준에도 불구하고 엄격히 인터넷 선거운동을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터넷상 30건 이상이라는 게시물의 횟수를 정해 위법 여부를 가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허위사실과 비방의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법적 처벌을 운운하는 것부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법 적용을 스스로 실토한 셈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실제 법원의 결정 없이 정치적 표현의 게시물이 최종 위법이 될 수 있는지 판단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30회 기준을 정한 것은 검찰이 사전 검열을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설령 140자로 제한된 트윗글에 허위사실이 담겼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자정능력으로 퇴출될 수 있는데 법적 처벌까지 하겠다는 방침은 유권자들에게 자기검열을 하도록 부추기는 효과만 있을 뿐이라는 분석이다.

헌재는 제93조 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결정이유의 요지에 "일반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 내지 선거운동 속에 비방, 흑색 선전 등의 부정적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고 하여도 이 사건 법률조항(제93조 1항)과 같이 일반적, 포괄적 금지조항으로써 인터넷 상 정치적 표현 내지 선거운동 일체를 일정한 기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최소침해성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검찰의 방침은 헌재의 판결 요지에도 배치될 뿐더러 또다른 규제 방안을 만들어 인터넷 선거운동을 가로 막겠다는 의도로 밖에 파악이 안된다.

허위사실 공표, 후보자 비방(제250조)과 관련해 이미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데도 인터넷을 지목해 30회라는 기준 자체를 만들었다는 것도 선거 기간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막으려는 검찰의 의도가 담겨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누리꾼들은 검찰이 초법적 권한을 행사해 국민을 협박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30회라는 횟수를 들어 29회까지만 정치적 표현물을 올리자고 호소하는 누리꾼도 있다. 이번 검찰의 방침이 누리꾼들 사이에 얼마나 허무맹랑한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다. 결국 검찰이 인터넷 상시 허용이라는 물결 앞에 단속 근거를 찾기 위해 무리하게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SNS상에서는 "선관위가 (인터넷 선거운동을)통과시켜준 것은 이런 대비책이 있었기 때문이었나, (SNS 위력) 무섭긴 한가 보네요"(트위터리안 정은선)라는 비난성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경기 안양 동안을에 출마 선언을 한 여균동 감독도 자신의 트윗에서 "거짓말을 30번 하면 죄가 된다는게 웃기지 않으세요?"라고 이번 검찰의 방침을 비판했다.

검찰의 지난 과거 행태로 봤을 때 이번 방침이 특정 정당에 유불리를 가져오는 결과도 낳을 수 있다. 일례로 위법으로 판단되는 29회 게시물을 올린 한 정당은 눈을 감아주고, 당선과 낙선에 치명적이라며 게시물을 한 두번 정도 올린 정당을 규제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지만 현재 나온 검찰의 방침대로라면 충분히 적용이 가능하다.

결국 선관위가 인터넷 선거 운동을 상시적으로 허용한다고 아무리 발표해도 자의적 판단에 따라 법적 처벌을 할 수 있다는 검찰의 방침 아래에서는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활동가는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는데 결정문의 취지를 읽어보면 훨씬 광범위하게 인터넷 선거운동을 전면 보장하라고 돼 있다"면서 "마치 과거에 무슨 괴담 수사를 한다고 엄포를 늘어놓는 것처럼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트윗을 규제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데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선거법 개정에는 눈먼 산

선관위와 검찰의 발표가 배치된 모양새여서 유권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지만 국회는 먼산을 바로보는 꼴이다.

17일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선관위의 운용 기준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며 개정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했다.

정개특위 위원장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은 "중앙선관위가 공직선거법이 개정되기 전에 내용을 기정사실화해서 발표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는 월권행위로, 나중에 선관위 사무총장을 불러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도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이긴 하나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은 아니다"며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헌재의 위헌 결정 사안에 대해논의하고 있음에도 중앙선관위가 상당히 자의적인 판단으로 국회 입법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유권자자유네트워크(유자넷) 황경민 간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입법을 안한 국회가 문제이지 선관위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운영 방침을 발표하는 자기 역할을 한 것 뿐"이라고 비판했다.

유자넷은 현재 정개특위 위원을 상대로 인터넷 선거운동 전면 허용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찬성 의견을 밝혀왔고, 검토 의견을 낸 한나라당 이경재, 유일호 의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한나라당 의원은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황 간사는 "정개특위 위원들중 한두명을 제외하고는 선거법 개정 내용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을 아니라고 본다"며 향후 선거법 개정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황 간사는 검찰의 구속 수사 방침에 대해 "기본적으로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데, 구속하겠다는 것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고 30회라는 기준 자체도 조롱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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