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파업은 양봉수씨의 분신이 가져다준 엄청난 충격과 ‘이해할 수 없는’ 현 노조 집행부의 방관자적 태도, 양씨 해고의 배경이 된 악화된 노동조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의 핵심도 이것이다. 현대자동차 내부의 ‘특수한 상황’을 전혀 알리려 하지 않았을 뿐더러 파업에 이르게 된 원인과 배경등 본질적인 문제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짚어 볼 대목이 많다. 지난 12일 양봉수씨가 분신한 직후 현 노조 집행부가 보인 태도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현집행부는 양씨의 분신 다음날, 조합원 일부가 ‘자발적’으로 농성및 작업거부에 들어가면서 노조가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자 “사규에 의해 징계를 받은 면직자이기 때문에 우리 일이 아니다”는 입장을 취했다.

조합원이 아니기 때문에 노조가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진상을 조사해 경비들의 ‘과잉제지’가 있었다면 책임을 묻겠다는 정도였다. 이것이 사태악화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현 집행부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한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작업거부는 1,2공장에 이어 3,4공장으로 파급됐다. 조직적으로는 ‘분신대책위’의 결성으로 이어졌다.

그간 악화돼 온 노동조건에 대해 현집행부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온 것에 대한 뿌리깊은 불만도 한몫을 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산업재해 발생건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전에 없었던 산재사망자도 3명이 발생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합법노조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현노조가 조합원들의 요구와 기대를 저버렸다고 밝히고 있다. 노노갈등이 있다면 그 ‘원인제공자’는 현집행부라는 것이다.

의장2부의 권모조합원은 “해고효력을 다투는 자는 조합원으로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스스로 거부하는 노조가 어디에 있느냐”고 말했다. 차체생산부의 김모조합원은 컨베이어 속도가 빨라지는 등 노동조건이 계속 악화되고 있음에도 노조위원장이 사측으로부터 ‘일일 생산량 보고’를 받고 생산성 향상 운동을 독려한 사실을 들며 “조합원들이 현 집행부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현집행부 스스로가 조합원에게서 멀어져갔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부의 강한 불신을 받고 있는 현집행부를 언론이 “온건 실리주의에 기초한 합리적 노동운동을 펴나가고 있다”고 미화하고 있는데 대해 조합원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하루 2백63억원씩 발생한다는 매출손실액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한달이상의 장기파업이 있었던 해에도 생산량은 항상 초과 달성했다”고 반박했다.

‘노조 주도권 장악을 위한 파업’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윤성근씨등 3명의 분신대책위공동의장(전 노조위원장들로 구성)은 지난 19일 기자실에 찾아와 “가만히 있으면 오는 8월 선거에 나갈 수 있는데 뭣하러 사법처리가 뻔한 대책위 대표를 맡겠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들을 애써 외면해 온 언론에게 공정보도를 기대하는 것은 단지 ‘희망사항’이라는 것이 현장 노동자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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