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본능으로는 국가를 경영할 수 없다"

17일 아침 한국경제 신문의 사설 제목이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선출 이후 경제지들이 한명숙 때리기에 나섰다. '초강성 야당'이라는 딱지와 함께 '친노 세력'임을 부각시키고 좌편향될 것이 뻔한 경제 정책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 시각이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SK 등 4대 그룹이 16일 시스템통합(SI)·광고·건설·물류 등 4개 분야 상장 계열사의 사업 프로젝트 발주와 관련, 경쟁입찰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를 막고 중소기업과 공생 발전하는 방안인데 경제지들은 정부가 기업의 자율을 지켜보고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고용노동부가  '상시·지속적 업무 담당자의 무기 계약직 전환기준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 지침'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28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의 후속책이다. 비정규직이 시달리는 고용불안을 해소할지 주목된다.

다음은 17일 아침 경제종합신문의 머릿기사 제목이다.

매일경제 <월풀 반덤핑제소 한국가전 위기>
머니투데이 <"중마저...아 수출국 비상>
서울경제 <테헤란밸리로...기업들의 귀환>
아주경제 <4대 그룹 일감몰아주기 자제>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포스코 중일철강업체 반덤핑 제소>

경제지들이 연이어 한명숙 민주통합당 체제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좌편향'이라 수사도 등장했다. 특히 한 대표의 한미FTA 폐기 방안에 대해서는 사활을 걸고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마저 느껴진다.
 
한명숙 대표 때리기 나선 경제지

매일경제는 종합 4면 "FTA 폐기땐 수출한국 붕괴 출총제부활엔 공정위도 반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명숙 대표의 공약을 조목조목 짚으며 반대의 뜻을 강하게 표출했다.

매일경제는 "민주당 새 지도부가 내놓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출자총액제도 부활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 △무상 급식ㆍ반값 등록금 등 핵심 경제 공약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보다도 더 급진적인 정책들로 평가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한ㆍ미 FTA 재검토(폐기)와 고소득층ㆍ대기업에 대한 징벌적 증세, 출총제 부활을 통한 자본규제 강화" 등의 정책은 "사회적 양극화 해소를 명분으로 들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매일경제는 "한ㆍ미 FTA는 비준안이 철회 또는 폐기된다면 국내 통상정책은 물론이고 대미국 외교노선 근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약 5년에 걸쳐 국가 역량을 집중시킨 한ㆍ미 FTA가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막대한 매몰 비용과 국론 분열이 초래될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해외 수출시장에서 역차별 당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최원목 교수)"고 경고했다.

다만 매일경제는 "한명숙 대표가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하며 국정 운영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한미 FTA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폐지된 출총제 부활 움직임에 대해서도 매일경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위기를 들어 우회적으로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매일경제는 공정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집중 문제를 출총제 폐지로 인한 결과로 단정 지으면 안 된다"며 "오히려 지주회사 체제 전환, 사후 감시 강화 등을 통해 대기업 집단의 출자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는 부자증세라는 말조차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징벌적 증세라고 표현하며 시장 논리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는 "해외 수출을 통해 기업 이익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법인세도 증가할 것이므로 법인세 증가분을 활용해 사회적 약자층을 보호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신현한 교수)"며 정부의 낙수 효과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국경제는 사설을 통해 더욱 노골적으로 한 대표 체제에 대한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한국경제는 처음부터 "한명숙 대표는 핵심 친노세력이다. 노사모를 주도했던 문성근 씨도 득표율 2위로 최고위원이 됐다.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정치 무대에서 퇴장했던 친노세력이 4년여 만에 부활했다"면서 "앞으로 민주당 정책기조는 한미 FTA 폐기, 재벌 해체 같은 공약에서 보듯 더욱 좌편향으로 기울 것이 예상되고 정치전선도 더욱 강경한 대립구도를 보일 것이 우려된다"고 결론지었다.

한국경제는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임무를 수행하면서 점차 현실 감각을 익혀 갔다. 좌회전 깜빡이를 켜면서 우회전하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지금 친노는 좌회전 깜빡이만 기억하고 있다"며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고 주장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노 전 대통령의 고뇌와 기억은 이미 버려졌다. 파괴 충동만으론 국가를 경영할 수 없다는 점을 민주당은 기억해내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 체재를 친노세력의 프레임에 가두고 한미FTA 문제만큼은 노무현 정부의 뒤를 이으라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도 "민주통합당 '닥치고 개혁' 안된다"라는 사설에서 "친노 그룹의 수장 격인 한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한 한·미 FTA에 제동을 건 것이 이채롭다. 누가 뭐래도 한·미 FTA는 노 전 대통령의 작품"이라며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지지세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익을 위한 정책이라며 한·미 FTA를 옹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이낸셜은 "사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무역장벽을 허무는 FTA를 폐기하는 건 자해와 다름없다"면서 "FTA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분명 필요하지만 FTA 자체를 무산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건 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부자증세와 관련해서도 파이낸셜은 "노 전 대통령 시절 우리 사회는 2대 8 논쟁에 시달렸다"면서 " 지금은 1대 99로 편을 가르려 한다. '닥치고 증세'는 국정 유경험 정당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일감 몰아주기 방안 발표하긴 했는데

김순택 삼성 부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강유식 LG 부회장, 김영태 SK 대표이사 사장은 16일 오전 10시 은행회관에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이 내용을 골자로 한 공생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4대 그룹 공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4대 그룹 관련 분야 계열사의 내부 거래 규모는 12조원이 넘는다. 이 거래 대부분은 수의계약으로 계열사에 넘겨주는 게 관행이었다.

일례로 작년 11월 공정위가 제일기획과 삼성SDS·현대글로비스·LG CNS 등 대기업 그룹 소속 광고·SI(시스템 통합)·물류업체 20개사를 조사한 결과 이들이 2010년 그룹 계열사로부터 수주한 9조1620억원어치의 일감 중 88%가 경쟁 없는 수의계약이었다.

경제지들은 이같은 방안에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정부 당국의 규제로 나타날 것을 걱정하는 재계의 분위기를 전하는데 충실했다.

서울경제는 우선 "긴급ㆍ보안ㆍ효율성을 요하는 업무 외에 독립 중견ㆍ중소기업에 대기업 납품의 문호를 활짝 열어주기로 한 것은 '기회의 균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서울경제는 "자칫 기업 사정을 무시한 획일적인 규제로 흐를 경우 기업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겠다며 무리한 실적 챙기기로 일관한다면 자칫 능력이 부족한 중견ㆍ중소기업에 강제로 일감을 할당해야 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이라고 우려했다.

서울경제는 사설에서도 "정부로서는 이제 시간을 갖고 각 그룹의 자율성을 지켜보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총선, 대선을 앞두고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적 몰아치기와 실적주의는 그 또한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비난했다.

서울경제는 이어 " 굳이 국민경제나 대-중소기업 균형발전 차원으로 확대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소지가 크다"면서 "그룹의 전방위적 지원 우산에 안주하는 계열기업의 성장은 종국에 해당기업과 그룹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며 재계의 편을 들었다.

 

한국경제는 이번 방안에 대해 "경영 효율성이나 기업 보안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이들 업종은 내부거래가 많을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음에도 사회 전반의 반(反)대기업 정서가 워낙 커지고 있어 양보가 불가피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는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막기 위한 압박이 있을 수 있다며 "기업들로선 경영효율이나 기밀보호 등과 무관하게 공정위 눈치를 보며 외부에 ‘숫자’로 내보일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

반면 매일경제는 사설에서 "대기업들은 이제부터라도 공생발전 방안들을 진정성을 갖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에 등을 떠밀려 마지못해 협력하는 시늉만 내서는 안 된다"면서 "동네 빵집을 고사시키고 커피숍까지 운영하는 재벌들의 탐욕스러운 행태에 중소기업과 서민들 반감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불합리한 행태를 스스로 고쳐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매일경제는 "정부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대해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내놔야 한다"며 "재벌 계열사 중 내부거래 비중이 30%를 웃도는 곳은 38%(370개사)에 이르지만 이들 회사 대주주들이 첫해에 실제로 물어야 할 증여세는 1000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변칙 증여를 막기 위한 이 제도가 첫해부터 종이호랑이로 전락하지 않도록 보완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씨앤케이(CNK)의 다이아몬드 광산 의혹엔 침묵

코스닥 상장업체 씨앤케이(CNK)의 다이아몬드 광산 의혹과 관련해 외교통상부 관리들이 주식 매입을 한 정황이 불거졌다. 하지만 경제지들 중에 관련 보도를 한 곳은 매일경제의 사설 뿐이었다.

외교부가 지난 2010년 12월 "CNK가 카메룬에서 추정매장량 최소 4억2000만 캐럿에 달하는 광산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기 전에 김은석 에너지자원대사의 동생 부부 등 친인척이 이 주식을 미리 사놓았다는 것이 핵심 의혹이다.

매일경제는 사설에서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과 조중표 전 총리실장이 CNK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그동안 계속 제기돼왔다"며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항간에선 이미 ’다이아몬드 스캔들’이니 ’CNK 게이트’니 온갖 소문이 나도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매일경제는 "친인척을 동원한 주식매매까지 이뤄졌다면 다이아몬드 광산의 진위를 떠나 권력형 비리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전환

정부가  2년 이상 하고 있고 앞으로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올해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사무보조원이나 전산보조원, 급식보조원 등 이에 해당되는 비정규직만 9만7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공공기관 비정규직 규모(24만1000명) 중 40%에 해당된다.

정부는 아울러 기간제ㆍ시간제 근로자, 무기계약직 등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에게 올해부터 복지포인트와 상여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우선 무기계약직과 1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ㆍ시간제 근로자에게 기본 복지포인트로 연 30만원 수준이 지급된다. 상여금 명목으로도 1인당 연평균 80만~100만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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