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를 운항하던 유류 화물선이 원인미상의 내부폭발로 두동강 난 참사와 관련해 폭발로 인한 선체와 시신의 상태가 비접촉 수중폭발로 두동강 났던 천안함의 선체 및 시신과 크게 다르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15일 아침 8시5분께 폭발사고를 당한 두라 3호에서 폭발이 일어난 탱크 쪽 에서 폭발이 일어난 탱크 쪽 구조물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였고, 선체가 좌우로 크게 벌어져 있다. 일부 구조물은 선수쪽과 조타실 쪽으로 감겨올라가는 등 전반적으로 흉물스런 상태가 됐다. 폭발 주변 구조물은 완전히 시커먼 그을음으로 가득찼고, 조타실 유리창도 깨져있었다.

사고원인에 대해 인천 해양경찰서는 유증기 압력이 차오르는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해경의 김동진 홍보실장은 16일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우리는 ‘유증기 압력이 차 폭발한 것’이 유력한 폭발원인으로 보고 있다”며 “휘발유를 하역한 뒤 선원들이 유류탱크를 청소하러 갔다가 사고가 났다. 기름(휘발유)에서 생기는 가스(유증기)를 충분히 배출하고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미흡하지 않았나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현재 국과수와 합동으로 사고선박에서 현장감식 작업을 벌이고 있고, 선장을 비롯한 생존 선원을 함께 조사중”이라며 “다른 쪽의 과실도 있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를 두고 국방부가 비접촉 수중폭발에 의해 두동강 난 것으로 결론을 낸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당시 침몰 이후 1개월 반~2개월 만에 인양된 천안함 함미와 함수의 절단면의 경우 일부 구조물이 휘었지만, 절단면의 상태가 비교적 양호했을 뿐 아니라 내부의 구조물(형광등, 유류탱크, 탑재한 무기)이 온전하다는 점을 볼 때 이번 폭발과는 차이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천안함의 경우 선저 3~9m 수중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하지만, 사고 직후 뿐 아니라 선체에는 폭발의 흔적을 전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16일 “두라 3호의 폭발 장면을 봤을 때 약 2년 전 발생한 천안함이 폭발했다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며 “폭발이 되면 이렇게 처참한 결과가 나타난다. 특히 수중폭발이라 해도 폭발의 정의(‘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산화작용’)를 생각해봐도 열과 빛, 소리가 날 뿐 아니라 이번처럼 그을음이 남아있어야 한다. 폭발로 인한 그을음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또한 폭발이었을 때 절단되는 부위도 불규칙적으로 갈기갈기 찢겨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희생자의 상태도 큰 차이가 났다. 이번 폭발사고로 인해 대부분의 시신은 극심한 화상을 입어 신원확인이 불가능했을 뿐 아니라 이 가운데 1구의 시신에서는 다리가 절단된 채 발견됐다. 김동진 인천해경 홍보실장은 “시신이 대부분 많이 그을려져 있을 정도로 화상을 입었다”며 “한구에선 다리가 절단된 상태도 있었다. 얼굴이 그을려서 신원확인도 쉽지 않다. 사망자 이진수씨의 경우도 지문조회를 통해 밝혀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천해경이 발표한 사망자는 모두 5명으로 이씨 등 한국인 1명, 미얀마인 2명, 2명은 신원확인중에 있으며, 실종자는 여전히 6명이다.

전 천안함 민군합조단 민간위원이었던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16일 “바로 이것이 폭발사고로 인해 선체가 두동강난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순간적으로 밀폐된 공간에서 유증기에 불이 붙게되면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발휘해 이렇게 엄청난 사고로 이어지고, 폭발의 잔해도 처참해진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이에 반해 TNT 360kg이라는 엄청난 폭발이 있었다는 천안함의 경우 (생존자든 시신이든) 인체손상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은 큰 차이점”이라며 “배 밑바닥에서 3~9m 아래 지점에서 360kg이 폭발했다면 버블제트 형성 이전에 폭발력이 더 직접 작용해 배 아래 쪽은 갈기갈기 찢겨져있거나 곳곳이 파편자욱이 남아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군의 주장이 허무맹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신의 경우에도 폭발의 충격을 받은 천안함 절단면 부근에서 발견된 시신조차 지금처럼 처참한 상태의 시신이 하나도 없었다”며 “두라 3호는 내부 폭발지점부터 많은 손상이 나타난 것처럼, 천안함이 폭발이었다면 배 밑바닥에서부터 손상이 일어나 내부 구조물들이 바깥에 떠다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동진 인천해경 홍보실장은 “천안함은 구조자체가 화물운반선과 다르다. 천안함은 격실이 촘촘하게 구분돼있는 반면, 두라 3호는 유류 운반선이기 때문에 공간이 넓고 1~2차례의 연쇄적인 폭발이 이어졌을 때 이처럼 흉물스럽게 파손되기 쉽다”며 “천안함의 침몰원인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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