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냉각기간 요구에도 불구, 정부가 노조간부 5명 구속 등 초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통신 사태는 또다른 긴장국면을 맞고 있다. 한국통신 사태는 지난 16일 한국통신 조백제사장이 ‘노조간부 징계방침’을 발표하면서 표면화됐다. 이날 이후 한통사태는 잇따른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에 맞물려 언론의 주요한 보도대상으로 떠올랐다.

노조측은 회사측의 고소고발과 중징계 방침등 강경일변도의 자세가 오히려 파국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통노조는 지난 18일 자신들의 행위를 ‘불법’으로 매도한데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는 보도자료를 만들어 정보통신부 출입기자 등 취재기자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다음날 대부분의 언론들은 노조측의 해명은 거의 다루지 않은채 노조위원장의 ‘파업불사’ 선언만을 거두절미한 채 내보냈다. 한발 더나아가 ‘두분규의 이면’(조선일보), ‘그릇된 노동운동’(동아일보), ‘불법파업 배후 엄단하라’(서울신문)는 사설로 노조를 몰아세웠다.

노조관계자들은 우선 “이미 노사간에 원만하게 마무리 지어진 과거의 사안을 갑자기 들고나와 구체적이지도 않은 파업가능성을 부추긴다”며 정부의 논리에 충실한 언론을 비판했다. 언론을 통해서 ‘점거,구금,폭력’ 등으로 묘사되면서 노조의 불법성과 폭력성을 부각시킨 사례들에 대한 노조측의 반론은 우리 언론의 편파적 보도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지난해 12월19일 벌어진 ‘이사회장 점거 및 천장파손’에 대한 노조의 입장은 한마디로 노사합의문까지 주고 받은 뒤 완전히 마무리 된 문제라고 설명한다. 이 사건은 정보통신부가 한국통신의 이동통신 보유주식 매각대금 4천억원을 기부금 형식으로 가져가기 위해 이사회를 강행하려 한데서 빚어졌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 주식 구입자금의 일부가 조합원들의 ‘퇴직금 적립금’ 등으로 충당됐다며 당연히 매각대금의 일부를 조합원 복지용으로 써야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노조는 노사간의 단체교섭이 진행중이므로 이사회를 합의이후로 미뤄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사들이 ‘날치기’를 시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날치기를 저지하기 위해 이사회장 진입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한다. 결국 이 사건은 이후 노사가 12월28일 긴급단체교섭을 통해 ‘사장이 날치기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매각대금 일부를 복지기금으로 출연키로 합의해 일단락 됐다.

지난 4월13일에 있었던 장관실 점거 농성도 정보통신부의 노조현수막 철거에 항의하기 위한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날 노조간부들 19명이 장관면담을 요구하며 장관실에 들어가려 했으나 비서실에서 “장관이 부재중 이다”고 알려왔고 노조간부들은 비서실과 장관실 입구복도에 있다가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며” 10여분만에 자진철수했다는 것이다.

또 언론을 통해 ‘정보통신부 공무원 구금 및 폭행’ 사건으로 보도된 내용도 노조의 홍보물을 강제로 떼어버린데 대한 항의 과정에서 일어난 가벼운 마찰로 구금,폭행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밖에도 많은 사실이 침소봉대되거나 배경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사측의 ‘강경대응’을 위한 시나리오의 소재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회사와 언론에 의해서 부각된 ‘불법행위’가 노동관계법에 따른 위법성 여부가 아니라 형법상 ‘업무방해, 폭행죄’를 적용한 것으로 이는 그동안 정부의 대표적인 노조 탄압 정책으로 지적되어 왔
다. 노조간부들은 “언론이 사건의 배경을 외면하고 정부보다도 앞서가며 ‘의법조치’ ‘강경대응’을 조장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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